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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30. 2016

인사 잘하는 아이가 엄마 기를 살린다

말만 하는 부모, 상처 받는 아이

             



나는 좀 엄격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집에서 인사 교육을 열심히 시켰다. 큰딸이 네 살 때쯤이었다. 가족이 다함께 친정아빠가 가꾸시는 텃밭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가 텃밭의 채소들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초록 오이야, 안녕? 너 싱싱하다."
"보라 가지야, 안녕? 잘 잤니? 너무 예쁘다."
"날씬한 고추야, 안녕? 너무 맵지 마. 너 매워!"


함께 나들이 간 친척들이 깜작 놀랐다. 채소들과 대화하는 아이라니. 그것도 마음을 나누는 아름다운 내용이었다.


그뿐인가? 벽시계로 뻐꾸기시계가 유행하던 시절인데, 할아버지 집의 뻐꾸기시계가 매 시각마다 나와서 뻐꾹거리면 딸아이가 조르르 달려가서 말했다.


"뻐꾸기야, 안녕? 시간 알려줘서 고마워."


밤에 달님이 환하게 비추면 


"달님, 안녕하세요? 오늘 참 이쁘네요"


이런 인사를 건넸다.


나는 딸이 자연물, 사물에게까지 일일이 인사를 하니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걱정과는 전혀 달랐다.


"너무 귀엽고 천진난만해요."
"정말 예의 바른 아이네요."
"어쩜 저렇게 인사를 잘할까!"


그때 난 천진난만하고 인사성 밝은 아이를 너무나도 잘 키운 엄마로 등극했다!


과학적으로 식물은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고 한다. 집에 화초만 사다 놓으면 죽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물만 제대로 주고 잎사귀 한번 닦아주면서 "예쁘다~ 잘 커라~" 한마디씩 가끔 해주면 거의 말라죽는 일이 없다고 한다. 식물도 주인의 사랑을 알다니…….


아마 오래전 가족 나들이하던 그 시절, 아이가 직접 오이, 가지, 고추를 키웠다면 어땠을까? 아이의 칭찬과 인사를 들으면서 모두 슈퍼 사이즈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 본 연재는 <말만 하는 부모, 상처받는 아이>(김은미, 서숙원/ 별글/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인사 잘하는 아이가 엄마 기를 살린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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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김은미, 서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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