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하는 부모, 상처 받는 아이
인사도 학습이다. 습관이다. 연습해야 한다. 아이들 셋 키우면서 육아 경력이 얼마나 되나 계산했더니 무려 50년이 넘었다! 아이들 셋의 나이를 더하고 다른 아이들을 가르친 시간까지 합하면 환갑이 훌쩍 넘었으니, 독자 여러분은 안심하고 내 말을 믿으셔도 된다.
어른이 집에 들어오고 나갈 때 방에서 꼼짝 않는 아이가 많다. 그 아이에게 인사해라, 인사해라 말로 하는 잔소리는 멈춰야 한다!
내 처방전은 이렇다. 아이가 학교 가고 학원 갈 때 엄마도 못 본 척해보라는 것. 투명인간 취급을 해보라. 물론, 유치한 방법이긴 하지만 꽤 유용하다. 그런데 자녀교육에선 때론 유치한 방법이 필요하다. 어른이고 아이고 경험만큼 좋은 게 없다.
배고프다는 말, 용돈 달라는 말도 다 무시하면 된다. 얼마 안 가 아이의 불만이 쏟아질 것이다. 그때 차분히 얘기해라. 인사는 왜 해야 하는지, 가까운 가족끼리의 인사야말로 왜 기본인지를.
'뭘 가족끼리 말 안 해도 다 알겠지.'
이렇듯 가족이니 인사쯤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아니다. 말 안 하면 모른다. 혹시 안 하고 있었다면, 오늘부터 당장 인사하는 습관을 들이자.
"잘 다녀왔니?"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빠 다녀오셨어요?"
부모의 솔선수범이 답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작은 부탁을 할 때도 꼭 인사를 한다.
"쓰레기 좀 버려줄래? 고맙다."
"빨래 좀 걷어주겠니? 정말 고마워."
"엄마 물 한잔 부탁해~. 고마워."
작은 일에도 먼저 인사를 한다. 아이들은 하기 싫을 때도 있을 테지만 내가 먼저 감사 인사를 해서인지 기꺼이 해준다.
'모범이 답'이라고 나는 아이들과 있을 때는 더더욱 이웃들에게, 아파트 경비 아저씨께 비교적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버스 탈 때 처음 보는 기사님에게도 카드를 찍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택시 탈 때도 기사님께 "안녕하세요?"를 빠트리지 않는다.
그랬더니 어릴 때 아이들은 "엄마는 어떻게 버스 아저씨들을 다 알아?"라며 놀라워했다. 엄마를 마당발로 알던 순박한 아이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처럼 인사는 아는 사람끼리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나 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엄마의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처음 본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처음엔 버스 탈 때 기사님께 인사하기가 쑥스러웠다. 인사를 하면 같이 "안녕하세요?" 해주는 기사님도 있지만, 어떤 기사님들은 별 대꾸가 없다. 버스 안, 많은 사람들의 무표정이 때론 민망함을 배가 되게 했다. 하지만 꾹 참고 인사를 했다. 하차할 때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치고 후다닥 내리곤 했다.
요즘에는 습관이 무섭다는 걸 깨닫는다. 이젠 인사를 안 하면 더 어색하다. 다행히 요즘은 버스 기사님들도 많이 달라졌다. 버스를 타면 많은 기사님들이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기도 한다. 얼마나 목이 아플까 걱정될 정도다. 아쉬운 건 기사님들의 인사에 함께 인사하는 승객들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이 어색해 한다. 버스, 엘리베이터 등에서 다정하고 상냥한 인사가 넘쳐나기를 기대해본다.
※ 본 연재는 <말만 하는 부모, 상처받는 아이>(김은미, 서숙원/ 별글/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인사도 연습해야 는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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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김은미,서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