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Dec 05. 2016

문제의 시작과 끝은 결국 리더다!

왜 다시 도요타인가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리더십' 측면에서도 우리는 일본의 과거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일본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리더, 조직에 변화를 일으키기보다는 조직을 잘 다독거릴 수 있는 리더가 사장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직급이 오를수록 '무능의 레벨'이 계속 쌓여, 최종적으로 사장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무능의 최고 지위'에 오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어떤 회사는 회사 내에 여러 파벌이 있는 경우, 파벌을 타파하고 실력주의로 인재를 등용하는 대신 주요 파벌이 돌아가면서 1년씩 사장을 맡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조직 내에서 각자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는 논리다. 이는 소비자보다는 조직의 안정이 최선으로 간주된 것이며, 어렵고 도전하는 길은 피하고 쉽고 타협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물론 조직이 어떤 경쟁이나 변화 환경에도 노출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것도 방법일 수 있다. 문제는 세상의 어떤 조직도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리더는 달리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리더다. 이런 리더는 무능할 뿐 아니라 기업의 미래 성장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다. 일본에서도 과거에 이러한 리더들이 회사의 경쟁력을 좀먹고 문제를 키웠다.

"전문가가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직원들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정치가가 차지한다면, 젊은 직원들도 정치를 잘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며, 그런 부조리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조직과 조직원의 눈에 보이는 이익만 챙기면서 부실을 은폐해온 기업의 대표 사례를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2016년 8월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에 따르면, 현 경영진마저 1,200억 원에 달하는 회계 조작을 벌였다. 검찰은 이미 대우조선이 지난 10년간 5조 원이 넘는 분식 회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하고 전임 사장들을 구속했다. 그런데 현 경영진까지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는커녕 실적 조작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15년까지 최근 수년간 임직원에게 수천억 원대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그런데도 정부와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을 메워주느라 2015년 10월 4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 제조업 신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을 일구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기업이다. 하지만 이제는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것은 물론, 국가와 사회에 큰 짐이 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리더들은 단기적 성과에만 골몰하고, 장기적으로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그림을 그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재임기간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문제들을 알고도 묵인했다. 현장의 목소리와 직원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개혁에 나서는 대신, 직원들로부터 터져 나오는 당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당근을 주는 데만 신경 썼다.

단지 대우조선해양 리더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기업의 무능할 뿐 아니라 부패한 리더들이 어딘가 동떨어진 곳에서 온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운명은 앞으로 이런 리더들이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 문제를 덮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나가는 리더들을 길러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문제는 하드웨어라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

왜 대우조선해양 사태 같은 일들이 계속 터져 나오는 걸까? 결국 모든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조선업을 포함해 한국의 모든 제조업은 사람을 모으고, 돈을 모으고, 사업 목적을 세워 이익을 추구하면서 성장해왔다. 기계설비 들여오고, 공장 세우고, 재료 사 와서 물건 만들면 회사가 성립되는 것이라고 보는 하드웨어적인 접근법이었다. 그러나 훌륭한 회사의 조건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재생산하고 회사를 돌아가게 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의 가치체계와 가치관, 즉 무엇을 중요시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리더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리더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면, 지금 아무리 거대해 보이는 조직이라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기업의 리더로 누가 뽑히고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결국 조직의 구성원은 그것을 보고 쫓아가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도요타가 그 거대한 조직을 7개 독립 컴퍼니로 쪼개 각각 7명의 최고 리더를 앉히는 개혁을 단행한 것은 대기업병을 뜯어고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좀더 뛰어난 리더를 뽑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우리도 도요타의 컴퍼니제를 그대로 따라 하자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도요타가 사상 최대 수익을 낸 성공적인 조직을 뜯어고치면서까지 리더 육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온 그 과정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나름대로 어떻게 훌륭한 리더를 양성해나갈지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가장 잘나가는 순간에 더 나은 리더를 찾기 위해 조직의 전면 개편이라는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을 택하기 위해 리더의 선택과 육성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반면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가? 도요타보다 사정이 나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그토록 잘나가는 도요타도 뼈를 깎는 변화에 나섰다. 그런데 위기에 처한 한국의 기업들이 리더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가 과연 기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법을 찾아보고자 책을 쓰게 되었다.

※ 본 연재는 <왜 다시 도요타인가>(최원석/ 더퀘스트/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문제의 시작과 끝은 결국 리더다!]의 일부입니다. 

전문보기



글 : 칼럼니스트 최원석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는 다들 어디로 떠났을까-<버려진 아들의 심리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