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도서 선정, 12개 키워드로 돌아보는 2016
올 한 해 출판 시장을 좌우했던 핫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초판본 열풍부터 인공지능 알파고 한강 맨부커상 수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인, 페미니즘, 중력파까지. 인터파크도서가 선정한 2016년을 뜨겁게 달군 12개의 출판 핫 키워드를 살펴보자.
(*아래 판매순위 기록은 인터파크도서 연간 판매기준으로 함)
2016년 출판계는 '초판 복간본' 열풍과 그 시작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서거 71주기를 맞이한 윤동주 시인의 기일에 맞춰 복간된 10주년 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시작으로 정지용, 이상, 한용운 등 역사 속 작가들의 작품이 초판본으로 출간되기 시작했다. 2016년 한 해에 출간된 초판본만 21종으로, 2015년 출간되었던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과 백석 시인의 <백석 시전집> <그림형제 초판 동화> 3종과 비교했을 때 7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초판본 열풍을 불러온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는 2016년 종합 베스트셀러 46위를 기록하며, 인터파크도서가 주최하는 2016 ‘최고의 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2월에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상대성 이론으로 예측했던 '중력파'가 최초로 관측되면서 자연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관측은 아인슈타인과 중력파라는 주제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를 올리기 충분했다. 해당 주제에 부합하는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은 출간 후 자연과학 분야 판매 6위를 기록했고, 2016 노벨물리학상의 유력 수상후보로 떠올랐던 킵 손 박사의 <블랙홀과 시간여행>은 32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아인슈타인'을 키워드로 한 도서가 9권 출간됐지만 ‘중력파’를 키워드로 한 도서는 한 권도 출간되지 않았다.
3월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세기의 대결로 뜨거웠다.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1 승리를 기록한 이번 대국 결과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의 상상보다 더욱 앞서 있음을 공표한 사건으로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실제로 대국 이후 '인공지능'을 키워드로 한 도서 16종이 출간되었다. 이는 2015년 '인공지능'을 키워드로한 도서가 3종 출간되었던 비하면 월등히 증가한 수치다. 김현기 자연과학MD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확인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 인류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경계심이 드러난 결과"라고 의견을 전했다. 특히 자연과학 분야가 아닌 경제경영 분야에서는 '알파고'를 만들어 낸 구글의 미래전략보고서인 <구글의 미래>가 경제경영 분야 판매 20위에 오르며 상반기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2016년 한국 문학계의 최대 이슈는 소설가 한강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한국인 최초 수상자’라는 값진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로 인해 수상작 <채식주의자>가 출간 9년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소년이 온다> <흰> 등 한강 작가의 작품들에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지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 결과 <채식주의자>는 2016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소년이 온다>는 종합 베스트셀러 50위를 기록했고, 2016년 신작 <흰>은 소설 분야 판매 13위를 기록했다.
5월에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부터 촉발된 여성 혐오 논란은 페미니즘 이슈로 이어지며 출판계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와 같이 페미니즘에 대한 쉬운 이해를 돕는 '페미니즘 입문서'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2016년에는 페미니즘 관련 도서 28종이 출간되었다. 이는 2015년 페미니즘을 키워드로 출간된 도서가 4종에 그친 것과 비교해 7배 증가한 수치다.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 혐오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예상된다.
2016년 하반기에는 내면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도서들의 출간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6년하반기에 들어서는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과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의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권미혜 자기계발MD는 "상처받고 약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내밀하게 어루어만져주는 도서들이 어필된 것 같다"며 "<자존감 수업>과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2016년 하반기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자존감 수업>은 <미움받을 용기2>에 이어 2016년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했다.
건강/미용 분야의 핫 키워드는 '홈트'였다. '홈트'란 홈트레이닝의 줄임말이다. 이 신조어는 홈트레이닝으로 50kg을 감량했다는 트레이너 김주원의 책 <주원홈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분야 핫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최상이 건강미용MD는 "<주원홈트>를 시작으로 홈트레이닝 고수들의 연이은 출간이 ‘홈트 열풍’을 이끌었으며, 관련 도서들은 모두 1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에 관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 영향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파격적인 공약과 노골적인 발언들은 매번 화제가 되었는데, 관련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 등 트럼프를 키워드로 한 도서는 총 13종 출간되었다. 특히 트럼프의 유일한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래의 기술>은 경제경영 분야 판매 61위에 올랐다. 트럼프 관련 키워드 도서들의 출간은 이슈의 중심에 서있던 트럼프에 대한 호기심과 차기 미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겹쳐진 결과로 예상된다.
가정과생활 분야에서는 올 한 해 비전문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블로그나 SNS 등 개인의 공간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을 책으로 엮은 관련 도서들의 출간이 이어졌다. <똑게육아 올인원> <맛 보장 김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등 블로그나 SNS를 통해 알려진 이슈 유저들의 콘텐츠가 책으로 확장됨에 따라 기존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판매 상승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언급된 세 권의 도서는 모두 2016년 가정과 생활 분야 15권 내에 이름을 올렸는데,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인물들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과 신뢰도가 반영된 결과로 예측된다.
2016년 경제경영 분야에는 2015년에 이어 '월세' 재테크와 관련된 도서들이 꾸준한 출간됐다. 저성장시대가 고착화되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해답을 '부동산'으로부터 찾고자 하는 열망이 관련 서적의 출간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월세' 키워드로 출간된 도서는 2015년 7종에서 2016년 10종으로 소폭 증가했다. 안상진 전 경제경영MD는 "저성장시대에서 부동산 관련 도서만이 유일한 성장세를 보여준 것은 2016년도의 경제 상황의 축소판을 보는 것과 같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2016결산②] ‘초판본’ ‘페미니즘’… 2016 출판계 핫 키워드는? ]의 일부입니다.
☞ 전문보기
취재 :임인영(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