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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12. 2016

대문 앞이 바로 회사라면 어떨까? - <출퇴근의 역사>

                         


희망을 품고 여행하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다.


출퇴근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시나요? 주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저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운이 좋을 땐 앉을 자리를 발견해 잠시 눈을 붙일 때도 있지만, 보통은 같은 처지의 수많은 인파에 부대낀 채로 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시간을 죽이죠. (어떨 땐 문 열면 바로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회사 근처에 있는 아파트 보면 막 거기 사는 사람들이 부럽고.)


그래서 <출퇴근의 역사>(이언 게이틀리/ 책세상/ 2016년)에 나오는 다음 저자의 말에는 선뜻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통근은 평판보다 훨씬 더 매혹적이며, 참여자들에게 자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참여자들이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법한 기쁨까지 제공한다.


'통근을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하게 묘사하다니 이 사람은 통근을 안 해본 게 틀림없어!' 하는 생각은 고이 넣어둡시다. 저자는 집에서 직장까지 직선 거리로 110킬로미터를 자동차와 기차와 지하철로 갈아타며 매일 2시간 반이나 걸려서 출근한답니다. 하루에 자그마치 5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거예요! 

그런데도 어떻게 통근을 옹호할 수 있었냐고요? 그 이유는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멀고먼 출퇴근 여정을 택한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지요. 좋은 회사 근처는 집값이 너무 비싸고, 좀 떨어진 곳은 집값이 싸고, 다행히 출근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 적절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요즘 교통이 워낙 편리하게 잘 되어 있기도 하고요.


교통수단을 이용해 한 사람의 일터와 쉼터를 분리한다는 의미에서 통근은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지극히 합리적인 행위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최상의 일터와 최상의 쉼터는 아니더라도) 최상의 절충점에 도달할 수 있다. 즉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일과 쾌적한  집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때 여행은 이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저자는 우선 산업혁명 이후 철도, 자가용, 지하철, 자전거 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늘어나면서 '통근'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경위를 설명합니다.


영국 런던에 건설된 최초의 지하철입니다. 지붕도 없이 이대로 어두운 통로를 다녔다는군요. 꼭 롤러코스터 같죠?


통근으로 인해 옷차림, 주거, 여가의 패턴도 바뀌어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났지요. '점심식사' 같은 새로운 식문화도 발전하게 됩니다.


미국 교외에는 주거지만으로 이루어진 '래빗타운'이라는 마을이 형성기도 했답니다.


일터로의 여정은 우리에게 "우리가 만날 얼굴들을 위한 얼굴을 준비하는" 시간을 부여하고, 우리가 특정한 장소에 얽매이거나 특정한 도시에 갇히지 않고 탈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통근은 직장과 집을 연결하는 동시에 그 양쪽으로부터 일탈할 수 있게 해주고, 각각의 권역(?)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얼굴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모드 전환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이 됩니다.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문 열면 바로 회사로 이어진다면 그것도 참 피곤할 거예요.)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대문 앞이 바로 회사라면 어떨까? - <출퇴근의 역사> ]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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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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