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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14. 2016

'배우처럼 연기하라!' 영어교육 전문가 이근철의 공부법

                             

영어회화 홍수 속에서 12년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근철/ 길벗이지톡/ 개정판 2016년, 아래 'Try again!')이 새 옷을 입고 다시 나왔다. 책의 저자는 FM 라디오 '굿모닝 팝스' 진행자로도 유명한 영어교육 전문가 이근철. 10년 넘게 베스트셀러를 놓치지 않는 이유, 매일 아침 굿모닝 팝스를 굳건히 지키는 인기 비결이 뭘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쳐봤다.


활짝 웃는 얼굴만 봐도 라디오에서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쾌활한 목소리와 정감 어린 말투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이 비결일까? 머리말을 읽어보니 사람들에게 '도전, 성취, 행복, 나눔'을 전해주고 싶다는 한마디에 감출 수 없는 그의 에너지와 열정이 느껴졌다. 실제로 만나도 말과 글에서 주는 느낌과 똑같을까? 


영어를 공부하는 학습자들과 더 자주 만나기 위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는 그와 11월 29일 서울 서교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1월부터 시작하는 팟캐스트 녹음을 막 끝낸 차였다.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냐는 빤한 질문으로 시작한 인터뷰는 그의 행복론으로 끝을 맺었다. 영어와 행복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그가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 인생을 즐기는 태도에 귀를 기울여보자. 
  
Q < Try again! >이 나온 지 12년이 됐어요. 책을 읽은 분이 50만 명이나 되고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많은 분들이 책을 좋아해주셔서 기분 좋아요. 제 책으로 공부했다는 분들을 만날 때 보람을 느껴요. 우연히 운전면허 갱신하러 가서 만난 그곳 직원 분이 절 알아보시고 인사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나이가 일흔이 넘은 어르신도 계셨고, 제 책을 읽고 그걸 계기로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고 얘기한 학생도 있었어요. 그런 얘기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Q 시중에 영어회화 관련한 책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12년 동안 베스트셀러를 놓치지 않는 건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스타 강사로서 인기 비결이 궁금합니다. 


어떤 책이든 본인한테 맞는 책을 고르면 도움을 받아요. 음식을 만들 때 요리법이 있고 요리 재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구분하지 못하면 문제가 돼요. 요리 재료가 많다고 요리를 잘 하는 건 아니거든요. 요리법을 알고, 재료 특성에 따라 조리를 해야 자기만의 음식이 나오겠죠.


< Try again! >은 요리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보시면 돼요. 말하는 법을 배우고 직접 헤보게끔 하는 게 이 책의 장점이고요. 방송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분들이 듣는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정우성씨 같은 유명 배우도 계시고, 정말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방송을 듣고 책을 읽어주셔서 많이 퍼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감사하죠.

 
음... 스스로 스타 강사라고 생각한 적은 없고요, 열심히 즐겁게 한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 즐기지 못하면 남도 즐겁지 않거든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있으면 괴롭잖아요. 힘들더라도 일을 즐기면 저뿐 아니라 청취자나 학습자도 즐거워요.


"영어 실력 늘지 않는 건 '정답'만을 고집하는 문화 때문"
  

Q 영어를 즐겁게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공부를 즐긴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선생님은 일과 공부를 어떻게 즐기시는지 들려주세요. 

즐거움도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운동해서 근육 키우는 사람을 보고 운동중독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중독되기 전까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감정의 근육도 마찬가지여서 스스로 즐겁다고 생각하고 집중하면 묘하게 즐거움이 생겨요. 그 순간 마음의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그럼 하는 일에 완전히 빠질 수 있고 보람이나 효과도 크더라고요. 그런 감정이 없으면 지식은 달아날 수밖에 없어요. 열정을 갖고 무언가에 완전히 빠졌을 때 오래 유지되고, 그때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거든요.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효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잖아요. 사람들이 영어를 즐기지 못하고 어렵게 느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국은 '정답문화'의 국가예요. 행복한 삶을 위해 정해진 길이 있다고 믿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단점도 있죠. 우리는 질문하지 않고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그대로 써야 안심하잖아요. 정해진 대로 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위험한 생각이죠. 남을 통해서 자기 행복을 느끼니까 더 좋은 걸 얻어도 행복감이 없어요. 당연히 재미가 없겠죠.


정답대로 안 하느니 아예 포기하겠다는 태도는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즐거움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는 것과 같아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야 돼요.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짧은 한마디로도 즐거움을 느끼면 스스로 자랑스럽고, 그때 실력이 늡니다.

Q 그런 분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 영어를 접할 때 문법을 먼저 배우기 때문에 더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영어 공부할 때 뭐가 중요한지 팁을 주신다면요?

 
교과서 보면 참 답답해요. 중학교 때 맨 처음 배운 문장이 "I'm tom, You're Jane."인데요, 실제로 "You're Jane"이라는 말은 안 쓰거든요. BE동사를 가르치려고 억지로 만든 느낌이죠. 그런데 우리는 그걸 외우잖아요.


제가 작년에 남미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가기 전에 비행기에서 필요한 문장 딱 열 개를 공부해 갔어요. 많이 쓰지 않았고 벌써 1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그 문장을 기억하는 건 실제 생활에서 썼기 때문이에요. 책은 보조수단일 뿐이고, 영어를 하려면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 돼요. 그렇게 익히면 실제 상황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어요. 그래서 영어를 할 때 연기를 하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돼요. 실제로 배우들이 영어를 금방 우는 게 그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잘난 척하거나 평가받기 위해서 영어를 한다는 생각을 과감하게 버리세요. 내 행복을 위해서라는 생각을 해야 돼요. 계획대로 잘 안 되더라도 너무 미련을 갖지 마시고요.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면 죽을 때까지 못해요. 한 달 동안 내가 다섯 문장만 잘 쓰겠다는 식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간단한 계획을 세우는 거예요. 대부분은 책을 달달달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문장이나 표현을 외우는 건 정말 바보 같은 거예요. 그렇게 공부하면 얼마 못 가요. 즐겁게 천천히, 일주일에 하나씩만 공부하세요. 
  
Q 책에서도 영어가 잘 안 되면 아예 공부를 접어보라고 조언하신 걸 보고 놀랐어요. 그랬다가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뜻으로 말씀하신 건가요?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수천 가지 방법 중에 하나가 영어일 뿐이에요.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게 정말 많은데 영어 하나 때문에 불행해질 필요는 없잖아요. 영어 공부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싫은데 억지로 하는 건 불행하다는 거죠. 여행이나 음악, 영화 뭐가 됐든 내가 좋아하는 걸 떠올리고 거기에 접목해서 재밌게, 주도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돼요.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배우처럼 연기하라!' 영어교육 전문가 이근철의 공부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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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정윤영(북DB 객원기자)
사진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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