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당신이 그린 만화는 열두세 살짜리 어린애가 그린 것 같아"
남자는 대학 졸업 후 출판사에 투고할 때마다 번번히 이런 소릴 들었다. 어느 날 오기가 발동했던 그는 자신의 그림 실력이 그토록 부족한 것이라면 일부러 아이처럼 그려 보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 48개국에서 1억 8천만 부가 판매된 만화 소설 <윔피 키드> 시리즈의 탄생이었다. 2004년 온라인을 통해 윔피 키드 웹툰 연재가 시작했고 2007년에 <윔피 키드 1 : 학교생활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 최근에는 <윔피 키드 11 : 무모한 도전 일기>가 지난 11월 출간됐다. 악동 그레그가 보여주는 기발한 착상과 간결한 선으로 완성한 그림은 어린이 독자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윔피 키드 시리즈의 작가인 제프 키니는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브스닷컴 선정 2016 소득순위 높은 작가 2위 등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새 책 출간을 기념해 제프 키니가 한국을 방문했다. 12월 13일 서울 정동의 북카페 산 다미아노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윔피 키드' 시리즈의 주인공 그레그는 때론 실수도 하고 심술도 부리고 소심한, 즉 완전하지 못한 인물이다. 보통 만화나 소설의 주인공들이 뛰어난 능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것과는 정반대. 제프 키니는 그레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인물이라고 고백했다.
"저도 그렇게 결점이 많은 학생이었어요. 윔피 키드 시리즈를 쓰던 당시,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고 있었는데요. 주인공 해리 포터를 보면 약체(underdog)의 역할을 하고 있죠. 늘 수세에 몰려 있고, 독자들이 도와주고 싶은 약자의 모습을 하지만, 사실 해리 포터는 용감하고 늠름하며 인기도 많고 퀴디치 같은 운동도 잘 하는 인물이잖아요. 그렇다면 저는 진짜 약체를 그려보려고 했던 거예요. 진짜 단점이 많고 부족한 점이 많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를 써보고 싶었던 거죠."
수퍼 히어로들의 원조격 국가인 미국. 이런 곳에서 약자 캐릭터의 탄생은 조금은 의외라 여겨질 수도 있다. 학교 신문에 만화를 그리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운 제프 키니. 그도 물론 수퍼 히어로물로 만화에 입문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관심을 끈 건 도널드 덕이나 스크루지였다.
"도널드 덕이나 스크루지는 모두 결함이 있는 캐릭터들이죠. 스크루지는 탐욕적이고 도널드 덕은 분노를 잘 통제 못해요. 미국 히어로물들 같은 경우 굉장히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 놓고 굉장히 피상적인 결점을 내세우는데요. 제 만화에선 진짜 결점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프 키니는 작품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형식' '재미' '진정성'을 꼽았다.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내려다 보면서 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진정성 있게 유머를 잃지 않으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자 노력했습니다."
현재 보스턴 남부 플렌빌에 거주하며 서점도 운영하는 제프 키니. 이미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에게 서점 운영은 큰 재정적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제가 사는 곳은 굉장히 작은 동네라 경기가 침체 되어 있습니다. 제가 서점을 운영하면서 이런 지역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장을 제공할 수 있지요. 다른 한 가지 이기적인 이유라면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유명한 만화가들을 초청해서 행사를 할 수 있으니까요. 무척 기쁜 일입니다."
그는 열한 살, 열네 살의 두 아이를 둔 어엿한 아빠이기도 하다. 제프 키니는 자녀 독서 교육에 있어 관심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강조했다. 스포츠광인 그의 아들은 축구, 농구, 야구에 대한 책만을 열광적으로 읽듯이 말이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현장] 제프 키니 "내 만화는 부족한 점 많은 아이가 주인공"]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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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주혜진(북DB 기자)
사진 : 엑세스 커뮤니케이션 앤드 컨설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