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고 떠든다, '퇴근길 책 한 잔' 에서

[동네서점탐방]

by 인터파크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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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퇴근길 책 한 잔'은 서점이라는 정체성에만 가두기엔 조금 아까운 공간이다. 책, 술, 영화, 음악까지 즐길 수 있는데 공간 자체가 주인장 김종현 씨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 그 자체다. 매주 금요일 저녁 낯선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한 달에 한 번 음악과 낭독이 있는 책방 콘서트를 연다. 그는 '뽕을 뽑는 팟캐스트(뽕캐)'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이렇게나 부지런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일 안 하고 백수로 쭉- 살기를" 원했단다. 한때 백수를 꿈꾸었던 그가 서울시 염리동에 위치한 이 작은 골목길에 서점을 열게된 건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특별한 서점 '퇴근길 책 한 잔'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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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점 이름이 독특하네요. '퇴근길 책 한 잔'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렇게들 생각하시더라고요. 너무 폼 잡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책방에 있는 것들을 간결하게 쓴 거죠. 책도 있고 술도 있으니까. 처음에는 '술파는 책방'이나 '책파는 술집'이라고 하려다가 '책 한 잔'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쓰기로 했어요. 세 글자로는 짧은 것 같아서 앞에 '퇴근길'을 붙인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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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생활을 했다고 하셨는데 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서점을 열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일 안 하고 백수로 살려고 했었어요. 백수 생활을 제법 오래 했는데 그러다보니 반복되는 일들이 있더라고요. 이를 테면 책을 읽고 카페에 가고 서점에 가고,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고 술 마시고 영화 보고. 이런 패턴이 반복됐어요. '그걸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였어요. 내가 매일 쓰는 커피값, 술값, 책값만 합쳐도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처음에는 그게 책방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술집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흘러 흘러 책방까지 오게 된 거죠.

Q 그럼 여기는 원래 어떤 공간이었어요?

에어컨을 수리하는 공간이었어요. 책방과는 조금 동떨어진 가게들이 있는 골목인데 계약하려고 건물주를 만났더니 처음에는 좀 놀라시더라고요. 젊은 사람이 계약을 하려고 하니까. "책도 팔고 노래도 부르고 술도 먹는 곳"이라고 설명을 드리니 처음에는 이해를 잘 못 하셨는데, 요즘은 종종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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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문을 연지는 얼마나 됐나요?

2015년 4월 초에 처음 열었어요. 정확한 오픈 날짜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 즈음이에요. 이 공간을 열 때 남을 만족시키려고 연 게 아니었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해보자. 재미있는 거 해보자'라는 약간의 실험 같았어요. '안 되면 또 백수하지 뭐' 이런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는 게 신기해요. 생각보다 재밌다는 것도. 무엇보다 적자가 안 난다는 게 가장 신기해요. 애초에 돈을 못 벌 거라는 건 알았지만 적자 볼 줄 알았거든요. 뭐, 큰 투자가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망하지 않고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게 신기한 거죠.

Q 보통 어떤 분들이 이곳을 많이 찾으시나요?

특정하기가 애매한데요. 연령, 성별, 직업으로 나누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문화적 취향이라고 할까,그런 게 비슷한 사람들이 많죠. 이를 테면 '어벤져스'보다는 독립영화를 조금 더 보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모이는 거죠. 그 사람들의 직업이 의사일 수도 있고 학생일 수도 있을 뿐이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에요. 연령대는 대체로 20~30대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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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영화 상영회를 하더라고요.

네. 영화를 워낙 좋아해요. 책방에 손님이 많이 없어서 매일 영화를 봤는데, 그럴 바엔 집에 있는 빔 프로젝터 가지고 와서 크게 보자는 생각을 하다가 공지를 올렸더니 많이 찾아오셨어요.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까' 싶어서 시작한 건데 꾸준히 하게 된 거죠.

Q 책방 콘서트나 낭독 콘서트, 독서 모임 등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도 매주 진행되는 건가요?

책방 콘서트는 한 달에 한 번 하고 입장료를 받고 하는 유료 공연이에요. 책방에 오셨던 분들이 보는 경우도 있는데 공연만 보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죠. 주로 책방을 통해 알게 된 뮤지션이 공연을 해요. '김제형'이라는 친구예요. 특별한 일 없으면 늘 그 친구와 함께 해요. 포맷은 같지만 주제가 그때그때 바뀌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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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엔 서점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강연이 많잖아요. 이곳에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나 봐요.

개인적으로 여쭤보지는 않지만 이렇게까지 찾아올 정도면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시인이라든가 소설가분들을 종종 초대하는데 그럴 땐 확실히 참여 인원이 더 많아지거든요. 많이 안 오실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이 오세요. '몇 명 정도 오겠다'라고 예상하면 늘 그 이상은 오시니까요. 다들 어디 숨어 있다가 이렇게 오시는 건지 궁금할 때도 있어요.

Q 새로 기획 중인 것이 있나요?

특별한 건 없지만 그때마다 제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걸 해요. 최근에는 스페인어에 관심이 생겨서 스터디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어요.

Q 연대하는 독립서점이 있나요?

직접 연대하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응원하죠. 그래도 이 근방에 있는 서점들과는 조금씩 교류가 있어요. 근처에 '초원서점'이라는 음악서점이 하나 있고, 길을 건너면 '위트 앤 시니컬'이라고 유희경 시인이 하는 서점도 있고요. 근처에 있는 서점에는 마실 가듯이 가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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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공간은 대표님이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취향이 많이 반영 돼 있겠네요.

네, 그렇죠. 저 혼자 하니까.

Q 어떤 책들이 있나요?

책은 독립출판물과 기성 도서로 나뉘어요. 그중 독립출판물이 70% 정도예요.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싶어서 웬만하면 장르에 관계없이 다 받고 있어요. 기존에 있는 책과 컨셉이 너무 겹친다거나 퀄리티가 조금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고 공간이 허락하는 한 웬만하면 다 받아서 소개를 하고 있어요. 기성 도서의 경우는 제가 읽어본 책들 중에서도 좋아하는 것 위주로 갖다 놓죠. 그래서 여기 있는 단행본들은 제가 직접 추천을 하는 책이라고 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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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들어 독립서점이 많아지고 있어요,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요. 이런 추세를 어떻게 보세요?

저는 좋다고 봐요. 이런 질문을 몇 번 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10~15년 전의 인디음악과 비교를 하거든요. 제가 90년대에 처음 홍대에 놀러갔을 때, 인디 밴드도 거의 없었고 그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도 거의 없었어요. 몇몇 군데 있는 지하 공간에서 몇몇 소수의 관객들이 모여서 장르도 뒤죽박죽이고 실력도 고만고만한 사람들의 음악을 들었단 말이에요. 그러다보니 관객도 늘고 공연장이 늘어나고 밴드도 늘어났고, 이제는 인디 음악이 하나의 장르가 됐잖아요. 그런 선순환이 됐으면 하죠.

저는 지금 독립서점이 많이 생겨나는 과정이 20년 전에 공연장이 증가하던 시점 정도로 보고 있어요. 이제는 서점을 채워줄 독립출판물이 많아져야 할 거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봐줘야할 거고요. 선순환되면 이것도 장르화가 될 거라고 보는데 그게 안 되면 망하겠죠. 일단 서점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독립출판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 건 맞잖아요. 그런 면에서 전 되게 좋다고 봐요. 어쨌거나 그 속에서 자기 개성을 만들려고 노력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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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열리는 영화 상영회는 별도의 신청을 받지 않는다. 시간에 맞춰 가면 그뿐이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상영회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보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서 상영회가 끝난 후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퇴근길 책 한 잔’은 그런 곳이다. 길을 지나다가 들린 넥타이 멘 직장인이든, 책이 좋아서 온 사람이든 함께 모여 서로의 취향을 나눌 수 있는 곳. 책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한다.

운영 시간 및 휴무일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9-60번지 1층
운영 시간 화-금 (오후 2시-10시), 토요일(오후 2시-7시) / 일요일,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10-9454-7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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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동네서점탐방] 보고 읽고 떠든다, '퇴근길 책 한 잔'에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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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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