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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21. 2016

지금, 우리 사회를 포착하는 다섯 권의 책

                           

변화된 가족 구성원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가리키는 하나의 지표가 됐다. "자신이 주체라는 환상" 속에 빠진 채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어떤 현실을 대변하고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를 포착하는 다섯 권의 책을 만나보자.



달라진 가족 구성원은 '불평등'의 지표다 <결혼 시장>


변화된 가족 구성원은 이제 우리 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가리키는 하나의 지표가 됐다. 해가 갈수록 저출산은 심화되고 있으며 결혼율 역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의 법학자인 <결혼 시장>의 저자 준 카르본과 나오미 칸은 결혼율과 소득의 상관관계를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에서 찾는다. 두 저자는 이 근거에 대해 각종 통계 자료와 국가, 시기, 지열별로 남녀가 짝을 찾는 방식을 다룬 문헌을 제시하며 안정적인 결혼 생활과 행복한 가족은 상위 계급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상징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가족 구성원에 닥친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 삶에 '계급'이 차지하는 역할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커져가는 경제적 불평등이 결혼, 이혼, 육아의 조건을 재정립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기 전까지는 볼 수 없는 도시 속의 빈곤 <쫓겨난 사람들>


우리 사회는 늘 빈곤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빈곤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다. 여기 빈곤의 실체는 물론이고 빈곤의 되물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기록한 책이 있다.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메튜 데스몬드의 현장연구 기록물 <쫓겨난 사람들>은 도시의 빈곤을 생생히 기록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책'으로 꼽히기도 한 이 책은, 도시 빈민층에 해당하는 여덟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입의 대다수를 월세로 지출하고, 의외의 지출이라도 발생하면 모든 경제적인 밸런스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발생한 빚은 이들을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도록 했으며 반복되는 가난의 굴레는 어린아이마저 무감각해지도록 만들었다. 빈곤의 풍경을 마치 세밀화로 그려낸듯 생생히 기록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도시 빈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퇴거를 방조하며 집주인들의 욕망만을 충족시키는 정부와 그 정책을 지적한다.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대리사회>


우리는 온전히 우리의 욕망을 위해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고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맞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며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기록한 책 <대리사회>처럼 말이다.


전작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통해 자신이 대학에서 보낸 8년의 시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한 저자 김민섭. 그는 스스로를 대학의 구성원이자 주체로 믿었던 환상이 결국 타인의 욕망을 대리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대학을 떠났다. 이후 대리기사로 일하며 그는 이 사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임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자신이 주체라는 환상" 속에 빠진 채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행위, 말, 생각이라는 3가지 통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길 위에 방치된 동물들의 ‘행복할’ 권리 <버려진 개들의 언덕>


인간 중심의 도시 속에서 동물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되어야 할까. 대만의 자연 생태 문학가 류커샹의 책 <버려진 개들의 언덕>은 최소한의 동물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묵직한 울림을 준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12마리의 유기견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관찰이 지속된 2년 동안, 인간에 의해 버려진 유기견들이 길 위에서 어떤 삶을 지속하는지 철저히 객관적인 시선 속에 담아낸다. 길 위의 개들은 때론 쓸쓸함의 주체가 되기도 하고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감정을 이입하거나 그들의 편에 서서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는 대신, 사실에서 한발 물러나 그것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연구자로서의 자세로 현실을 더욱 생생히 묘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이미 20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길 위를 떠도는 동물들의 삶은 20년 전보다 얼마나 더 나아졌을까?"를 묻는 동시에 그들의 권리를 위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지금, 우리 사회를 포착하는 다섯 권의 책]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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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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