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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21. 2016

'달걀 대란'이 우리에게 던진 세 가지 숙제

조류 인플루엔자 최악 피해...대책 아닌 '대안'을 말하는 책들

                             


듣도 보도 못한 '대란'이 왔다. 달걀 대란.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달걀 품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알을 낳는 산란계의 17.8%가 살처분된 것이 직격탄이 됐다. 11월 16일부터 12월 20일까지 살처분된 가금류 수는 2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2014~2015년 669일간 1937만 마리를 살처분한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단기간, 최악의 피해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조류 인플루엔자.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직 ‘살처분’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쪽에서는 공장식 밀집 사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우리보다 먼저 구제역과 광우병 등을 겪은 유럽은 일찌감치 '동물복지농장'으로 대표되는 대안적인 사육 방식을 도입했다. 방사형 사육으로 닭들의 면역력을 기르면 닭도 건강해지고 그걸 먹는 사람도 건강해진다는 논리다.


현재의 위기는 미래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학습이다. 살처분만 반복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공장식 축산과 동물권 문제, 인간과 동물의 공존까지, 조류 인플루엔자가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에 대해 책 속에서 답을 구한다.


[가축공장의 딜레마]


공장형 일반 양계장의 닭 한 마리당 사육면적은 A4용지보다 좁은 0.05㎡에 불과하다. 달걀을 많이 낳게 하려고 밤에도 전등을 켠다.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곳에서 잠도 못 자고 알만 낳아야 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닭들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처럼 공장식 사육으로 생산된 고기가 사람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을까?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박상표/ 개마고원/ 2012년)는 공장식 사육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책이다. 이 책은 육식의 윤리적 문제나 '동물해방' 같은 담론을 다루지 않는다. 가축사육 문제는 식생활의 문제이며, 환경의 문제, 보건과 위생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서, 가축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인간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란 점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 조금 더 가볍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책도 있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우치자와 쥰코/ 달팽이/ 2015년). 저자가 직접 시골 폐가에서 1년 동안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기까지 기록한 르포르타주다. 생명에 대한 성찰과 음식에 대한 깨달음, 대규모 공장식 축산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동물에게도 존엄성이 있을까]


멀쩡히 살아 있는 동물을 죽여서 묻어야 하는 일. 살처분이란 그것을 행하는 사람에게나 당하는 동물에게나 정말 끔찍한 경험이다. 살처분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찾지 않더라도, 동물의 존엄성에 대한 윤리적 논쟁은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있다.


스위스의 변호사 앙투안 F. 괴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물 변호사'라는 공식적인 명함을 가지고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동물들의 소송>(앙투안 F. 괴첼/ 알마/ 2016년)을 통해 인간이 사랑하는 동물과 관련된 다채로운 질문을 던진다. 동물 존엄성을 바라보는 역사·문화적 기준, 대량 사육되는 가축, 유행에 휩쓸리는 애완동물, 동물원을 배회하는 야생동물, 실험실과 서커스 무대로 동원되는 개와 호랑이 등. 직접 겪은 생생한 현장 이야기와 함께 현실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동물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아가, '동물에 대한 착취가 인간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착취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하는 책도 있다. <동물 홀로코스트>(찰스 패터슨, 정의길/ 휴/ 2014년)는 동물옹호 운동의 필요성을 동물 도살장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 수용소의 연관성에 천착하여 이야기한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


결국 큰 시각으로 보면 '관계'의 문제가 보인다. 인간과 동물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위대한 공존>(브라이언 페이건/ 반니/ 2016년)은 숭배에서 학살까지, 인간과 동물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인간이 동물을 '발견'하고 '이용'했다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역사의 흔적을 따라 추측했다. 동물의 뛰어난 자질과 놀라운 이로움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역사를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바꾸었는지 살펴본다.


인간은 다른 종을 억압하고 길들여서 인간의 역사 형성에 이바지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줄임) 동시에 도덕성과 무자비한 착취, 이타주의와 이기심이 대립하는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이 딜레마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길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할까? 여기에는 한결같으면서도 늘 변화하는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 - <위대한 공존> 374쪽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달걀 대란’이 우리에게 던진 세 가지 숙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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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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