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수업>윤홍균 작가 인터뷰
13주째 자기계발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는 책이 있다. (인터파크도서 기준, 2016년 9월 4주~12월 4주) 글 쓰는 의사 윤홍균 정신과전문의(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책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 2016)이다. '자존심'과 함께 '자존감'은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용어지만 명확한 정의나 둘의 차이를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자존감 수업>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자존감에 대한 정의, 사람들의 오해, 자존감 향상법 등을 담은 일종의 훈련서다.
윤홍균 원장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자신감도 없고 끈기도 없었"던, 그래서"나를 믿지 못해서 늘 남에게 기회를 넘겼"던 아이였다고 회상한다. 의과대학을 다닐 때는 유급을 당해 모두의 눈을 피해 매일 PC방으로 도망가는 생활을 하기도 했단다. 방황과 절망을 경험하며 매일같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던 청년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자존감 훈련’을 소개하는 의사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어찌 보면 내 인생은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일으키기를 반복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보다 깊은 열등감에 시달리며 ‘뒤처지는 기분 '포기하고 싶은 마음' '중독에 빠져 희망을 놓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했다. (중략) 자존감이 건강해진 지금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행복감을 느끼고 사는 것 같다."
'자존감 높은 사람이 행복하다'와 같은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존감 수업>은 '왜?'부터 '어떻게?'까지 자존감 훈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쉽고 친절한 방법을 제시한다. 지난 12월 13일, 서울시 공덕동에 위치한 '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윤홍균 원장을 만났다.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룬 '사랑'은 자존감과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부터 최근 많은 뉴스를 통해 자주 언급되고 있는 '나르시시즘', 현재 우리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심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자존감 수업>을 비롯해서 최근에 자존감과 관련된 책들이 꽤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존감 수업>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자존감이라는 테마는 저도 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거든요. 10~20년 전만 해도 '자존감이 중요하다'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할 수 있는지' 방법을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졌죠. 그것에 대한 대책을 책에서 찾으시는 것 같아요. 물론 이전에 나왔던 책을 보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한 분들이 계시지만 그 책에서 한계를 느꼈던 분들이 계시거든요. <자존감 수업>이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면, 아마도 저에게 수많은 불평불만을 해주셨던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트렌드는 또 변할 것이고, 제 책에서 느낀 한계를 커버해주실 누군가가 또 나타나겠죠.
Q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자존감 수업> 집필 계기가 조금 특별했습니다. '딸들에게 남기는 이야기'라고 하셨는데요. 집필 계기를 설명해주시죠.
오래전부터 글 쓰는 의사를 꿈꿨는데 '의대를 가야해, 의사가 돼야 해. 전문의가 돼야 해. 원장이 돼야 해' 이러면서 시간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었죠. 그러다가 3년 전쯤 출근길에 사고가 난 거예요. 죽을 뻔 했는데 그때 생각한 것이 내가 이날 이때까지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을 살려고 수천 수백 권의 책을 읽고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정작 내 자식들과 아내에게는 내가 깨달은 것을 하나도 전하지 못하고 죽을 뻔 했다는 게 굉장히 억울했어요. 그 전까지는 어렴풋했던 계획을 그때부터 실행하게 된 거죠. 딸들이 아직 어린데 나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어우, 아빠가 쓴 건데 재미없다’라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 더 치열하게 썼고 쉽게 썼고요.
Q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자존감의 정확한 정의에서부터 실천법까지 총 일곱 개의 파트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어요. 자존감 정의 후 곧바로 파트 2에 소개가 되기도 하고요. 이유가 있나요?
자존감에 문제가 생긴 분들은 다들 상처를 갖게 되는데, 그 상처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사랑에 대한 상처를 입은 경우에요. 자존감을 회복하면 다들 사랑을 찾아 떠나고요. 그것이 이성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사랑일 수도 있거든요. 그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이 자존감이 회복되는 과정인 거죠. 자존감의 문제나 회복은 결국 사랑에 대한 상처, 회복과 가장 많은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했죠.
Q 사랑 파트를 읽으면서 조금 놀랐던 것이 사랑의 감정과는 별개인 슬픔을 사랑으로 인한 것이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빠져 있는 입장에서는 이 감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잖아요.
혼동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하나로 쓰지 않고 그 의미마다 모두 구분을 주었다고 해요. 존중, 의지, 기대, 배움 등에 대한 마음을 다 달리 사용한 거죠. 그러다가 현대에 이르러 낭만주의가 유행을 하면서 존경하는 것도 사랑, 믿는 것도 사랑, 의지하는 것도 사랑… 모두 사랑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거예요. 한마디로 사랑이라는 단어에 상당히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거죠. 그중에서도 슬픔이나 괴로움, 기쁨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괴로워져요.
여성은 모성애를 기반으로 한 사랑이 보편적이에요. 약한 것을 돌보는 마음. 그런데 남성의 사랑은 필요로 하는 것이에요.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사랑이거든요. 둘 다 맞죠. 연약해서 돌봐줘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게 사랑스러움이기도 하고, 쓸모 있는 강한 존재가 되는 게 사랑스러움이기도 하고요. 사랑이란 건 이렇게 양극단의 감정을 다 포함하는 것이고 그 속에 슬픔이란 감정도 들어간 것인데, 마치 슬픔의 감정이나 괴로운 것을 사랑의 전부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그 마음이 단지 슬프고 괴로울 뿐이라면 사랑이 아닐 수 있어요. 당사자는 '사랑은 참 괴로워'라고 생각하면서 슬픈 관계를 이어갈 뿐인 거죠.
Q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이 '긍정형 목표와 부정형 목표'를 갖는 사람들의 차이를 이야기한 부분이었어요. '~게 할 것이다'와 '~하지 않을 것이다'가 비슷해보여도 사실은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럼요. 예를 들어 '나는 가난이 싫어요'라든가 '나는 불합격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목표를 세우면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불합격' '가난' '망함' 등과 같은 단어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돼요. 그러면 기분이 나쁜 것은 물론이고 집중도 떨어지고요. 같은 목표라도 '~ 안 하기' 대신 '~하기'와 같은 긍정형 목표를 세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돼요.
Q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자신의 감정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상담실에 항상 티슈와 거울을 구비해두고 있어요. 왜냐면 처음에 오는 분들은 대부분 우시거든요. 이분들이 오시면 말을 꺼내기가 힘들고 말 대신 눈물만 나올 것이라는 걸 저는 알아요. 그래서 마음껏 우시라고 준비를 해두는 거거든요. 그런데 울면서 뭐라고 하시냐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하세요. 사실 그게 뭐가 죄송할 일이에요. 울 일이 있으니까 온 거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미안해하세요.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상대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거죠.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금기시된 분위기가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느끼고 표현을 한다는 걸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다보니 자기 감정에 관심을 안 주게 되죠. 감정 조절을 하고 싶다면서도 정작 내 감정에는 관심을 안 주게 되는 거예요. 책에도 ‘감정 조절’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사실 조금 재미없는 부분이기는 하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감정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저까지 안 다뤄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감정을 뺀 행동과 생각만 다루게 될 것 같아서 감정은 어떻게든 집어 넣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이게 감정입니다, 여러분. 이게 창피함이고, 이게 억울함이에요.' 라고 소개를 하는 부분이에요. 그동안은 관심이 많이 없으셨잖아요. 혹은 안다고 생각하셨잖아요. 감정의 이름을 제대로 부를 줄만 알아도 감정 조절은 쉬워져요.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도록 감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어요.
Q 한 주제의 글이 끝날 때마다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이라는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서직접 감정 일기를 쓰도록 한다든가, 자기 자신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셨어요. 단순히 책을 읽고 정보를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것을 독자 스스로 습득할 수 있도록 배려하신 건데요. 어떤 효과를 기대하시나요?
아무래도 자존감이 낮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실 텐데요. 그런 분들의 특징 중 하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신다는 거거든요. '이건 정신과 의사가 쓴 거지, 나 같은 사람은 이걸 해도 안 될 거야'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돼요. 책의 맨 마지막에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한다면, 사실 그 전에 ‘난 안 될 거야’라고 좌절하고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읽으면서 바로바로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거죠. 그리고 아주 쉬운 것들이에요. "어려워서 못 하겠어요"라는 소리가 나올 수 없게, 아주 쉽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들로만. 이분들은 자신의 단점은 늘 체크하고 다니지만 장점을 적어보라고 하면 "장점이 없어요" 그러세요. 그래서 자신이 모르겠다면 친구들은 나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적어봐라, 라는 식으로 정리를 해둔 거죠. 하나의 장치예요.
운동을 하면 뿌듯하긴 하지만 그날 바로 복근이 생기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내가 운동을 했다는 것에 굉장한 뿌듯함을 느끼거든요. 이런 과정도 마찬가지에요. 작은 뿌듯함이라도 느낀다면 다음 날 책을 또 이어서 읽게 되겠죠. 처음에는 자기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테스트를 하다가 뒤로 갈수록 그것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높였어요.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수험생이나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분들에게도 이런 실천 위주의 숙제를 내드리거든요. 그들이 직접 해보고 "선생님 이거 못 하겠어요" 하는 것은 버렸고 "해보니 괜찮은 방법이네요" 하는 것들은 살려내서 책에도 실었어요.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자존감 수업> 윤홍균 "평화 집회, 국민의 자존감 높아진 결과"]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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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