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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26. 2016

개인을 탓하기 전에 최고의 조직환경부터 만들라

왜 다시 도요타인가

 


"나라의 구조를 국민이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직원이 회사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회사가 먼저 직원들에게 '배터박스(타석)에 서세요. 도전해도 좋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직원들이 도전해서 배트를 휘두르면, '왜 그런 볼에 휘둘렀어?'라고 말하고 싶더라도 참고 '나이스 스윙'이라고 말해주는 것이죠. 직원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열심히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사장인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16년 5월 11일 도요타 실적발표회에서 아키오 사장이 한 말이다. 사장이 직접 나서 회사의 환경을 바꿈으로써 열정을 가진 리더와 직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2016년 4월 신체제 개편은 이 같은 도요타의 깨달음과 그에 따른 조직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도요타에서 2016년은 그동안 도요타를 옥죄어온 수많은 위기에서 벗어나 성공을 자축해도 될 만한 시점이었다. 연간 31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에 취해 샴페인을 터뜨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아키오 사장과 최고 경영진은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이 정점이 아닐까? 지금부터 다시 내리막으로 갈 위험은 없을까? 기업을 좀더 오래 지속시키고 발전시킬 방법은 없을까?'


여기까지는 뛰어난 CEO들이 떠올릴 만한 생각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키오 사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방심하면 위험합니다. 지금부터가 더 위기입니다. 더 열심히 뜁시다"라고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더 열심히 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 문제는 아키오가 2009년 사장 취임 이후 오랫동안 고민해온 것이었다. 아키오 사장도 다른 기업 CEO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좀더 능동적으로, 더 열정을 갖고 자동차를 만들어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회사의 자랑스러운 역사 등을 교육해 기업 문화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함으로써, 직원의 의욕과 동기를 끌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회가 변화하면 사람들 생각도 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 직원들이 1950년대 패전 직후 모든 것이 부족하던 일본 상황에서처럼 내 가족, 내 회사, 내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는 심정으로 일할 순 없다. 1960~80년대 일본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자동차의 대중화) 시대처럼 자동차에 미쳐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환경도 아니다. 결국 아키오는 회사가 아무리 기업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며 직원들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한다 해도, 직원들이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요타는 그동안의 인사 실험을 통해 결국 '회사가 바뀌어야 직원도 바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든 회사 경영진은 직원들이 시키는 것도 잘하면서, 동시에 예상을 뛰어넘는 열정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직원에게 상명하복을 강요하면서 열정까지 가지라고 하는 것이 온당한 요구일까. 그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애초에 불가능하기도 하다. 문제는 직원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에게 맞는 동기부여의 장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데에도 있다. 직원들이 열정을 품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원한다면, 회사가 먼저 그런 조직구조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원 바꿀 수 없으면 조직을 바꾼다


실제로 도요타는 사무·기술직을 대상으로 대단위 재택근무제를 실시했다. 인사·경리 담당 직원은 집에서 컴퓨터로 일하고 영업사원은 외부에 있다가 바로 퇴근할 수 있다. 일주일에 2시간씩 회사에 나오는 시간도 회사가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업무 특성을 고려해 개개인이 직접 정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또, 주·야간 근무 교대 없이 밤에만 일하는 '야간 전담 근무제'도 시행키로 했다. 도요타 측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부모를 돌보는 사람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서 "유능한 사원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쭉 다니는 것이 기업에도 이득"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산공장의 젊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도 바꿨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임금곡선을 수정해 젊은 근로자에 대한 배분을 늘린 것이다. 기존 연공서열에 따라 올라가던 임금상승분은 줄이고 능력에 따른 임금지급액은 늘렸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제도 변화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동기부여와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온전히 제 능력을 평가받고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과 인력을 재배치한 것이야말로 도요타가 놀라운 지점이다.


※ 본 연재는 <왜 다시 도요타인가>(최원석/ 더퀘스트/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개인을 탓하기 전에 최고의 조직환경부터 만들라]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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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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