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Jan 02. 2017

분노, 탄식, 연민... 블랙리스트 문인들의 일갈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제 이름이 빠져 있어서 극심한 소외감과 억울함을 금치 못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줄임) 무슨 정치모리배들과 한패 취급이라도 받는 듯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2016년 12월 28일 소설가 이외수 작가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일부다. 무슨 명단에서 빠졌기에 ”극심한 소외감과 억울함“까지 느꼈다는 것일까. 바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야기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명단에 든 인원은 무려 9500여 명.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하거나,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했거나 서울시장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사람들이다. 문인들 가운데도 소설가 한강, 은희경, 박범신, 공지영, 김남일, 시인 고은, 안도현, 김선우, 나희덕, 송경동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의 소감(?)은 어떨까.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확인한 그들의 말이다. 

[한강] 맨부커상 수상자도 '5.18'은 건드리지 마라?


소설가 한강 작가는 2016년 5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세계적 권위의 상.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한국문학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블랙리스트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한강 작가는 12월 13일 광주트라우마센터가 주관한 인문학 특강에서, "<소년이 온다>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의 블랙리스트 포함 사실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기보다 우리나라가 한심스러웠다"며 "(맨부커상 수상) 축전을 보내놓고 한 쪽에서는 블랙리스트 작성하고, 그것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라고 반문한 바 있다.(채널A 2016. 12. 29.)

[고은] 한국 대표 시인도 블랙리스트... "구역질 나는 정부"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 고은 시인. 한국을 대표하는 시단의 거목이다. SBS가 입수해 보도한 문건에 따르면 고은 시인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고은 시인은 인터뷰를 통해 "시인의 위엄을 위해서 나는 그걸(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안 한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얼마나 구역질 나는 정부인가 알 수 있다. 아주 천박한 야만이다.”라며 “참 바보다. 여가 있으면 야가 있는 거고 정이 있으면 반이 있는 거 아닌가. 이런 구성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것 같다.”라고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SBS 2016. 12. 27.)

[안도현] "내 이름이 없으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2016년 10월에도 그 내용이 공개돼 한 차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연탄재 시인' 안도현 시인은 10월 12일 자신의 SNS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중에 내 이름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명단을 살펴보았다. 참 다행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2015년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이야기하며 "탈락한 문인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했거나 문재인을 지지한 문인들이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2월 14일에도 안도현 시인은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문화계 쪽에서 박근혜 정권이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던 아주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블랙리스트 사건을 규정하고 "문화계 말고도 교육계라든지 곳곳에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박범신] 세월호 성명 때문에... "대통령이 불쌍타"


박범신 작가도 블랙리스트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 역시 2016년 10월 12일, 세월호 진상규명 성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SNS에 소회를 남겼다. “청와대에서 문화부로 내려보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보인다”라며 “스스로 앞장서 예인들을 적으로 돌리는 시대착오적인 자들을 일꾼으로 거느린 대통령이 불쌍타”라고 탄식의 글을 남겼다.

[송경동] "반국가적인 일... 분명한 사실확인과 처벌 있어야"


'거리의 시인' 송경동 시인은 이외수 작가처럼 블랙리스트에 빠졌다면 좀 섭섭했을(?) 사람이다. 2016년 10월 14일 오마이뉴스는 그에게 블랙리스트에 오른 소감을 물었다. 송경동 시인은 "헌법에 보장된 정치사상·표현의 자유를 누렸다고 특정인의 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주기 위해 별도로 관리하다니, 국가의 기본적인 자리를 망각하는 일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이를 "반국가적인 일"이라 규정하며, "관련 지침을 내려보낸 사람들에 대해 분명한 사실확인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분노, 탄식, 연민... 블랙리스트 문인들의 일갈]의 일부입니다. 

전문보기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매거진의 이전글 "수고했어 올해도" 우리를 위로하는 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