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하는 동안 그가 눈을 감는 유일한 순간은, 내 신음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한 때뿐이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있던 내가 끝내 뱉어내듯 흘리는 신음소리를 자신의 스마트폰에 녹음했다. 그리고 할로윈을 일주일 앞둔 첼시의 한 레스토랑에서 검정색 수트를 입은 채 내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없을 때마다, 너랑 하고 싶을 때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날마다 나는 이 소릴 들어, 네가 나랑 잘 때마다 내는 신음소리,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알고 있는 소리. 내가 만드는 네 몸의 악기 소리. 너는 아주 섬세한 악기라 연주할 맛이 나."
그의 왼쪽 집게손가락이 팬티 아래 엉덩이의 움푹 팬 골 아래까지 내려왔다. 이미 오른쪽 손가락으로 검정색 펜슬 스커트의 지퍼를 끝까지 내린 후였다.
"마리, 난 그걸 오르가즘 사운드라고 이름 지었어."
그의 엄지와 중지가 건반의 '도'나 '솔'을 누르듯 허벅지와 엉덩이 부위를 강하고 약하게 눌렀다. 허벅지와 무릎 안쪽이 예민한 내가 몸을 왼쪽으로 조금씩 비틀 때마다, 그의 손가락은 조금 더 허벅지 안쪽을 파고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팬티 위에서 동그랗게 원을 그렸다. 한 번, 두 번, 나는 뜨고 있던 눈을 천천히 감았다. 4월에 부는 강바람처럼 부드럽고 평온한 쾌락이 발등까지 퍼져 내려갔다. 단단해진 그의 성기가 팬티 사이를 비집었다. 구겨진 팬티의 레이스가 다시 클리토리스를 예민하게 건드렸다. 그는 한쪽 손으로 부드럽게 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움켜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 쪽으로 내 머리를 천천히 끌어 내렸다.
단단해진 그의 성기 끝에는 쿠퍼 액이 맺혀 있었다. 나는 눈물이나 이슬처럼 보이는 그것을 응시했다. 그 순간만큼은, 남자의 성기가 신비로워 보였다. 나는 언제나 그것을 눈에 담아두듯 찍었다. 그리고 입술 위에 살며시 대보았다. 입술이 와 닿자 그의 몸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혀끝으로 팽팽해진 귀두를 가볍게 천천히 핥다가 미끄러지듯 성기의 뿌리까지 내려왔다. 몸의 진동이 점점 더 크게 느껴졌다. 그가 몸을 왼쪽으로 조금 더 비틀었다.
성주를 흥분시키는 건 간단했다.
나는 그의 전원이 어느 지점에서 켜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손끝으로 나는 그의 고환을 가볍게 흔들었다. 무방비 상태의 그것은 애처로울 정도로 많은 주름들로 늘어져 있었다. 주름의 개수를 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몇 개의 혈관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어느 날 그의 고환이 기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왼쪽과 오른쪽의 비율이 확연히 달랐고, 틀림없이 무게도 다를 것이었다. 남자의 몸은 내게 늘 연구 대상이었다.
아랫입술로 나는 그의 것을 조금씩 핥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나는 인내심이 강한 연인이라, 몇 번이고 그것이 나른하게 퍼져 축축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묵직하게 낮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것이 전조였다. 시간이 지나면 그 소리는 조금씩 높아지다가, 날카롭게 끊어질 것이다. 그 소릴 들을 때마다, 나는 수많은 괄호가 쳐진 문제지를 풀고 있단 생각을 했다. 괄호 안의 단어를 맞추면 문장 하나가 완성하고, 문장 몇 개가 완성되면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 하나가 생긴다. 그 열쇠로 그의 몸 여기저기를 열면, 그는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못한 채 평생을 맴돌 것이다.
이 침대의 주인이며, 내가 머무는 나의 영토 안에서.
몸의 형태를 끊임없이 바꾸며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외로운 달처럼.
"마리……."
그가 내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리………… 마리……."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하염없이 듣다보면, 그것은 이름이 아니라 잊기 힘든 노래가 된다. 잊기 힘든 종류의 여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은 잊기 힘든 부류의 남자를 만났을 때, 더 많은 모순에 봉착한다. 나는 그가 더 이상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도록, 그의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그의 단단한 혀끝이 내 손바닥을 간지럽게 적실 때까지, 나는 손을 떼지 않았다. 나는 멈추지 않고 한껏 예민해진 그의 몸을 더듬었다. 어쩌면 쾌감 때문에 기어이 뭉개지며 흘러나오는 내 이름을 듣기 위해서, 터진 열매처럼 끈적해진 내 이름의 자음과 모음이 주는 쾌감이 더 강렬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매번 그를 조롱하듯 괴롭혔는지도 모른다. 침대 위에서 나는 그토록 집요하게 모순적인 연인일 수 있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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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