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인 '머스크'의 어원은 '고환'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인 '무스카'에서 시작되었다. 사향선은 사향노루 수컷의 배와 배꼽의 뒤쪽 피하에 있는 향낭(香囊) 속에 있고 생식기에 딸려 있다. 남자의 겨드랑이와 고환은 체취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잠자리를 함께 할 때, 그 냄새를 단 한 번만 맡아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분명히 가늠됐다.
그의 고환을 핥자 그가 가진 가장 강하고 동물적인 체취가 코 점막을 덮었다. 나는 입 안 가득 고환을 밀어 넣고 부드럽게 빨았다. 침이 고여 입술 사이로 조금씩 흘러 내렸다. 체액이 그의 뜨거운 허벅지 안쪽에 흐르는 게 보였다. 흐르는 그것을 혀끝에 갖다 댔다. 아프지 않고 부드럽게, 그러나 결국 내가 지나간 흔적들이 아팠다는 감각이 그의 온몸에 새겨지도록 말이다.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의 몸에서 전원이 들어왔다.
"그만!"
그가 내 손을 강하게 잡았다.
나는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가끔 모든 것들을 끝장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내 안에 존재하는 파괴 본능을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금니를 사용했다. 조금만 더 강하게 성기를 물거나 빨면 그는 당장 심한 통증을 느낄 것이고, 그의 페니스에선 정액이 아니라 붉은 피가 흐르게 될 것이다. 상처 난 성기에 고인 피 맛이 어떨지 가끔 궁금했다. 섹스의 만찬 위에 정액이 있다면, 그것의 이면엔 피가 고여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만해!"
그가 내 머리를 잡고, 자신의 성기를 뺐다.
"입으로 사정하고 싶지 않아!"
그가 나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분명히 대답했다.
"기억해. 난 혀로 하는 건 뭐든 잘하니까."
그는 3초도 견디지 못했다.
그가 빨리 사정하는 건 언제나 좋았다.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 승리하는 법을 날마다 터득해 나갔다.
12.
우리가 브루클린의 붉은색 벽돌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 그와 나는 침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황급히 사랑을 나눴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사정할 수 있었고,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를 끌어안을 수 있었다. 그때, 우리가 우리에게 느끼는 욕망은 너무나 선명하고 또렷해서 사정횟수나 삽입횟수처럼 수학적인 계산이 가능할 정도였다. 모든 것을 기록해두는 건 내 오랜 습관이었다. 나는 숨겨둔 정부처럼 달력에 관계한 횟수와 시간을 꼼꼼히 기록해 보관했다. 일기장을 펴면 그가 무릎을 꿇고 내뱉은 음담패설이 보였고, 관계의 횟수가 보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성주와 나는 연달아 여섯 번을 섹스했다.
그는 다섯 번 사정했고, 나는 열한 번 오르가즘을 느꼈다.
한 번의 사정은 배 위에, 다른 한 번은 입 안이었다.
성주와 내가 살았던 1910년대에 지어진 이 4층짜리 브라운스톤의 마루는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마루에서 볼펜이나 연필을 굴리면 조금씩 굴러 결국 모서리의 끝에 가 닿았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책을 읽다가, 호기심을 못 이기는 아이들처럼 볼펜과 연필을 동시에 굴리곤 했다. 그리고 누구의 것이 먼저 바닥의 끝까지 도착하는지 내기했다. 내기에선 언제나 내가 이겼다. 그가 일부러 져준다는 걸 알기 전까진.
내기에서 질 때마다 그는 내 몸 안으로 한 번씩 더 들어왔다.
그때의 나는 결혼과 동시에 새로운 연애를 꿈꾸는 불온한 희망 따윈 상상할 수 없었다. 성주에 대한 내 욕망은 겉과 안이 투명할 정도로 같아서, 그 사이에 어떤 것도 끼어 들 수 없었다. 그의 몸 구석구석을 맛보기 위해 언제나 굶주린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나는 미식가였다. 나는 구석구석 흐르는 그의 땀과 사타구니 사이의 말랑한 그것을 입에 사탕처럼 물었다. 말을 하는 대신 빨고 핥았으며 움켜잡았으며, 그런 행위 속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포만감을 느꼈다. 나는 또한 탐욕스런 대식가였다.
그는 제멋대로 내 영토에 들어와, 제멋대로 내 셔츠의 단추를 풀고, 제멋대로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 난폭함에 깃든 다정함에 질려, 나는 그와 몇 번이고 사랑을 나눴다. 사랑할 수가 있었다. 욕망을 탕진하던 그 시간에는, 침대가 아닌 마룻바닥이 바람 부는 주말 공원의 벤치처럼 안락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오른쪽 손을 뻗으면 콘돔 서너 개가 손가락 끝에서 미끄럽게 질척였다. 나는 눈을 뜨지 않은 채 그것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었다. 누군가의 배설물이 이토록 따뜻하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나는 말라붙은 콘돔 몇 개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서랍 안에 넣어 두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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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