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에게

by 인터파크 북DB

11.


성주는 늘 서울의 라디오 방송을 켜놓고 일했다.


그것은 블라인드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 8시에, 밤 10시에 시작하는 FM의 '음악도시'가 흘러나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폭우가 쏟아지는 아침에 "오늘은 참 별이 맑은 밤이네요" 같은 유희열의 목소리를 듣거나, 성시경의 "잘 자요"란 밤 인사를 들으며 바쁘게 출근을 준비했다.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가면 가끔 시차 적응에 실패한 외국인처럼 어깨와 눈에 묵직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고도가 높아지는 순간, 귓속이 멍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성주는 내가 집을 나설 때에야 지친 얼굴로 침대로 퇴근하듯 걸어갔다. 그는 침대로 쓰러지듯 엎어지며 "마리, 출근 잘해!"라고 인사했다. 그는 언제나 눈을 감은 채, 내게 손을 흔들었다. 굿나잇 인사와 아침 출근.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작업실의 컴퓨터는 대부분 꺼지지 않은 채, 켜져 있었다.


"내 가슴. 너무 작지 않아?"


나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 위에는 아직 리터칭이 다 끝나지 않은 여자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여자의 상체는 매끈하게 교정된 상태였고, 다소 풍성한 하체는 아직 수정하지 않아 여기저기 허점이 보였다. 여자의 매끈하게 하얀 팬티는 투명한 간유리 창처럼 여자의 검은색 음모를 비추고 있었다.


"수술을 하면 어떨까?"


나는 여자의 동그란 가슴을 바라봤다. 여자의 왼쪽 유두 위에는 링 모양의 피어싱이 되어 있었다. 누워도 절대 퍼질 일 없는 그녀의 왼쪽과 오른쪽 가슴의 균형은 완벽한 대칭이었다.


"하고 싶어?"


반쯤 감긴 눈으로 그는 나를 비스듬히 바라봤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침대 옆에 앉은 내 손등을 쓰다듬듯 만지다가, 스커트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셔츠를 빼냈다.


"출근해야 돼."


"알아."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눌러 침대에 뉘었다. 그가 눈을 감은 채 밀려 나온 셔츠의 단추 하나를 풀었다.


"늦었어."


"오래 안 걸려, 마리."


성주가 양손으로 셔츠를 어깨 위로 밀어내고, 후크도 풀지 않고 브래지어를 끌어올렸다. 그는 몽롱한 얼굴로 브래지어 한쪽에 눌린 가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양쪽 가슴 위에 손을 얹더니, 갑자기 오른쪽 가슴을 아프지 않게 한 손으로 쥐었다


"넌 절대로 가슴 확대 수술 같은 거 하지 마."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작아서 더 예쁜 가슴이니까."


그의 입술이 느리고 부드러운 춤을 추듯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입술을 모아 한결 부풀어 오른 가슴을 스펀지처럼 빨아 들였다. 성주는 아직 마르지 않아 쇄골 위에 늘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 올려, 내 목덜미 위에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목덜미의 실핏줄 어딘가를 집요하게 핥는 게 느껴졌다.


성주는 출근 직전 가장 강렬한 성욕을 느끼곤 했다.


사진 리터칭 작업을 하느라 밤사이 쌓인 피로와 긴장감은 조금씩 햇빛이 선명해지는 아침이 되면 느슨하게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폭발했다. 그는 일찍 일어난 덕분에 여유가 있는 아침에는 물론이고, 막 스타킹을 신고 구두를 신고 현관문을 나가기 직전에도, 느릿하게 걸어와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밤의 섹스가 아침의 섹스가 되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잠들기 전, 막 양치질 한 그의 차가운 이빨이 셔츠 밑 쇄골 뼈 위에 깊고 아프게 박혔다.


"하고 싶어. 또 하고 싶어. 계속 하고 싶어."


성주가 주문처럼 이 말을 반복할 때는 늘 통증이 바늘처럼 쇄골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별 수 없이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는 나를 번쩍 안고 늘 침대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속에 사는 사람처럼, 날아오르듯 점프하는 발레리노같이, 그는 늘 가뿐히 나를 들어올렸다. 그는 밤의 연인이라기보다, 아침의 연인에 가까웠다. 나는 영원히 시차에 적응할 수 없는 외국인처럼 그를 바라봤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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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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