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에게

by 인터파크 북DB

건너편 그의 방에선 쉴 새 없이 마우스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탈칵탈칵탈칵. 그가 밤새 컴퓨터 속 여자들의 몸을 교정하는 소리였다. 젊은 창녀들과 칼을 댄 흔적이 역력한 늙은 창녀들이 그의 사진 폴더 안에 마구잡이로 섞여 있었다. 지니, 킴, 라이나, 수진, 수지…… 사진 속 폴더는 여자들의 이름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나는 '마리'라는 이름의 한국인은 없는지 물었다.


"이 세계도 경쟁이 치열해. 손님들이 정말 까다롭거든. 취향도 천차만별이지."


그는 내가 묻는 말에 늘 엉뚱한 말을 했다.


그의 마우스가 지나가는 곳마다 여자들의 눈가 주름과 늘어진 뱃살이 사라졌다. 허벅지나 종아리의 붉게 튼 자국들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그는 언제나 엉덩이와 허벅지를 팽팽하게 키우고, 허리를 가파르게 깎아 가늘게 만들었다. 늘어진 허벅지는 단단해졌고, 처진 엉덩이는 가볍게 솟아올랐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너트와 볼트를 정확히 끼워넣는 기술자처럼 일했다.


"옆 방 여자가 손님을 많이 받으면, 다른 방 여자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그 여자를 질투해. 더 많이 자고 싶어 하지, 여자들은, 남자들과."


남자들과 더 많이 자고 싶어 하는 여자들…….


퇴근길에, 가끔 나는 그의 말을 되뇌었다. 더 많이 자고 싶다는 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매춘의 목적이 쾌락은 아닐 테니까.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어떤 여자들은 돈을 지불하고 섹스를 사는 남자들에게 뜻밖에 관대해져서, 쉽게 비행을 용서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어딘가 모르게 비밀스런 세계의 얇은 커튼을 들어 무서운 사실 하나를 엿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연기하는 오르가즘이 아닌 순수한 오르가즘의 세계, 낯선 타인과 벌이는 본질적인 쾌락의 세계가 그곳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기묘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켰다.


"옛날식 달걀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 마요네즈가 들어간 거."


성주는 작업하는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내가 컴퓨터 앞에 서서 그의 작업을 바라보고 있으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이며 아무 말이나 했다.


성주는 밤낮 없이 일했다. 원래 일을 나누어 하던 여자 사진가가 비자 문제 때문에 추방돼 한국으로 돌아가자, 모든 일들이 그에게 몰렸다. 컴퓨터 옆에 쌓인 재떨이의 담배꽁초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현금은 점점 더 늘어났다. 점점 더 밤을 새는 일이 많았다. 그는 뜻밖에 사업가 기질을 내보이기도 했다. 돈이 필요한 유학생 몇 명을 더 고용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 빨리 털고 나오는 편이 좋겠단 말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일을 그만둘 생각보단 빨리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자기 욕망을 드러냈다. 그는 전화가 오면 누나에게 보낸 사진을 재수정하기 위해 언제든 다시 일어났고,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지겨운 사람의 얼굴로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였다.


최종적으로 수정된 사진 속 여자들은 가슴과 엉덩이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컸다. 그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남겨둔 얼굴의 점과 몸의 흔적들 역시 사라졌다. 나는 늘 그가 만든 사진을 자세히 봤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확대경을 들이댄 것처럼 특정 부위는 언제나 다섯 배쯤 더 크게 보였다. '삽입'과 '사정'에 최적화된 신체 부위들은 하나같이 몸의 자연스러운 연결 부위가 아니라, 따로 떨어져 초현실적인 섬처럼 격리되어 있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저질 버전 같지 않아?"


그는 종종 농담을 내뱉곤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방안의 불빛을 좇아 끝내 보게 된 것을 그 역시 보았다고, 자신의 재능을 매춘 사진 속 여자들의 주름살을 지우는 데 탕진하고 있는 젊은 남자의 뒷모습을, 추방당한 여자 사진가의 현실이 곧 자신의 미래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역시 두려움 속에서 들여다보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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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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