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야. 잡초 몇 개 뽑아낸다고 해서 사라질 리가 없어."
대대적인 불법 매춘업자 검거 소식에도 그는 태연했다.
적어도 표면상, 그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비밀이 있는 위태로운 삶은 자신도 모르는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는 말을 하다가도 종종 돌연 멈췄다. 그는 늘 적게 얘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예술가보다 더 예술가처럼 보이기 위해 그는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고,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성주는 주로 목요일마다 열리는 전시 오프닝 리셉션에 계속 참여했다. 그는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는 브루클린이나 맨해튼의 카페에 갈 때마다, 자신의 웹사이트가 적힌 명함 역시 잊지 않고 남겼다. 명함에 적힌 이메일을 보고 웹사이트의 작업이 맘에 든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몇 시간이고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해 떠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눈은 희망으로 반짝거렸다.
뉴욕의 카페 어디에나 놓여 있는 그런 박스 안에는 수많은 예술가 지망생들의 자신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과 명함들이 가득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누군가의 명함을 반드시 주웠고, 그것을 박스 안 가장 깊숙한 곳에 넣었다. 성주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포토리뷰를 떠났다. 스위스의 바젤로, 프랑스의 아를로, 일본의 도쿄로 당장 짐을 꾸려 떠났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도 반드시 '전시'라는 명분을 만들었다.
"가끔씩 생각하게 돼. 아버지가 날 엄격히 대하지 않았다면, 나는 엉망진창인 사람이 되었을 거야. 알코올 중독자나 도박꾼이 됐을지도 모르지. 간신히 대학에 들어갔어도, 백수가 됐을 거야."
성주의 아버지는 자신이 낸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면 매를 들어 틀린 개수의 정확히 세 배수를 때리는 매몰차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다.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그는 포항에서 태어난 아이를 서울 한복판에 내려놓고 방치하기도 했다. 지갑을 잃어버린 열네 살 아들에게 히치하이킹으로 포항까지 내려오라고 한 것도 그의 아버지였다. 명백한 방임이었지만, 성주는 유년기의 학대 경험조차 자식사랑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했다. 그는 아버지를 좋아했지만 많이 두려워했다.
명절이면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 가족을 만나는 유학생들의 평범한 연례행사조차 그에겐 명분이 필요했다. 그는 비싼 치과 치료 때문이라던가, 갤러리의 인턴십,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여처럼 어떤 식으로든 서울에 올 명분을 만들었다. 아버지의 그림자가 늘 그의 곁에 머물렀다. 그것은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의 강박이었지만, 그의 성격의 일부가 되어 그를 움직였다.
네가 잘해내면, 나도 잘해주겠다.
최초의 양육자는 그에게 언제나 불안정한 조건부 사랑만 주었다.
언제 비자가 만료될지, 언제 군대에 가게 될지, 언제 불법적인 이 일이 단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끝없이 자신의 불안한 현재에 '밝은 미래'를 끌어다 썼다. 결국엔 모든 게 해결될 것이란 램프 요정 지니의 주문 말이다. 그의 사진은 삶과 죽음, 빛과 그림자, 그 '사이' 어딘가를 표류했다. 그것은 정확히 자신의 내면 풍경 같은 것이어서, 분열되고 해체된 자화상, 어둡고 거대한 숲, 사물의 민낯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현재를 늘 과거와 미래 사이에 '낀' 불안정한 무엇으로 설정했다.
성주는 집 안을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하듯 걸었다.
그는 집안의 흰 벽을 '갤러리'라는 자신만의 단어로 바꿔 불렀다. 눈과 시선이 멈추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부엌의 가스레인지 앞 타일 벽이나 화장실이라도, 그는 반드시 사진을 걸었다. 요리를 하면 사진에 기름이 튈 거라고 경고했지만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처음엔 성주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것이 나르시즘의 경로라면, 그것은 내가 가장 혐오하는 형태의 방식이었다. 화려한 과거를 벽 위에 전시한다는 건, 내겐 그가 현재를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컴퓨터 폴더의 또 다른 한쪽에 팬티 없이 검정색 가터벨트만 찬 여자들의 음부나, 브래지어 없이 드러난 커다란 가슴, 붉은색 망사 스타킹 속의 엉덩이가 냉장 가판대의 신선육처럼 전시돼 있는 걸 본 후, 깨달았다. 그의 세계가 마치 윈도우 XP와 맥의 OS가 동시에 돌아가는 '맥'의 노트북처럼 완벽히 둘로 분열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 전문보기
by 백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