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모든 행동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가 태어나기도 전, 그것은 꼭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유전되어온 가문의 전통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섹스 후, 튕기듯 빠른 속도로 여자로부터 멀어져 욕실로 달려가거나, 혼자 티브이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보통의 남자들과 그가 이렇게 다를 리 없었다. 나는 그것이 아름다운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이 집안 남자들이 써온 이 비책 때문일 거라고 상상하곤 했다.
"마리!"
나는 가끔 릴리의 목소리를 못했다. 나는 종종 마이클이나 신시아가 나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성주가 부르지 않으면, 누가 불러도 자주 내 이름을 듣지 못했다.
"마리!"
지하철에서, 클라이언트 미팅을 위해 길을 걷다가, 급히 작가에게 보낼 이메일을 쓰거나 전화의 신호음을 듣다가, 나는 문득 뜨거워진 내 몸 위에 불던 그 바람이 떠올랐다. 후후후,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후후후, 귀를 막았다. 내 옆으로 다가온 라이언이 내 어깨를 두드리기 전까지, 나는 종종 그가 뒤에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나는 미쳐가고 있었다.
분명히 그랬다.
자판을 치던 손끝에, 손등을 스치는 바람에도, 몸이 떨렸다. 자판 하나를 칠 때마다, 몸의 세포들이 일어났다. 우체국에 가서 중요한 편지를 부치는 것처럼 아주 단순한 일조차 쉽게 마무리할 수 없었다.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헤어지는 게 좋을 것이다. 그가 없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게 낫다. 휴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쿠바나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 표를 알아봤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비행기 표를 검색하던 그 순간에, 나는 곧장 그에게 갈 수 있는 방법을 골몰했다.
나는 매일 결심했다.
그리고 스스로 그 결심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깼다.
매일이 이율배반적이었다. 언제나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나는 주세페가 나를 부르건 말건, 3층 계단을 정신없이 올라갔다. 문을 열고, 성주가 집에 없으면 황망함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조성주."
그럴 땐, 전화를 걸었다. 나는 가장 건조한 목소리를 가장하며, 그를 천천히 불렀다.
"어디에 있니?"
전화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맨해튼에서 브루클린까지 달려온 나를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데, 이런 나를 성주는 이해할 수 있었을까. 열정은 대부분 자신을 가장 먼저 불태워 버린다. 그때의 나는 분명 내가 아는 내가 아니었고, 내가 가장 모르는 낯선 사람이었다. 나는 매일매일 내가 두렵고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나라는 사람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는 것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파괴적인 행동의 도미노가 열정이라는 것을 그때의 나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티 팬티 귀여운 거 골랐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성주가 내 팬티를 바라봤다.
"미란다 커가 컬렉션에서 입었던 거네."
그의 시선은 늘 그런 것들을 쉽게 잡아냈다.
그가 여자들의 속옷에 대해 잘 안다는 게 싫었다. 레이스 달린 티 팬티가 어떻게 생겼는지, 뒤가 아니라 앞에 후크가 달린 브래지어를 어떻게 풀어야 실수하지 않고 자연스레 벗길 수 있는지 아는 게 싫었다. 단추가 달린 가터벨트에 대해 아는 건 조금 더 싫었고, 망사 스타킹에 해박한 건 가장 싫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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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