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에게

by 인터파크 북DB

나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꿨다.


꿈속에서 성주는 얼굴 없이 언제나 소리로만 존재했다. 탈칵, 탈칵,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마우스 클릭 소리였다. 그의 컴퓨터에는 언제나 교정되어야 할 엉망진창인 내 몸이 거대한 배경화면처럼 떠 있었다. 내 몸은 고립된 섬 같았고, 어둠 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빛났다. 그는 늘 어둠 속에서 유일한 그 빛을 향해 앉아 있었다.


성주는 곧장 담배 한 대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내 몸을 샅샅이 해체하기 시작했다.


담배가 조금씩 타 들어갔다. 곧 그의 마우스 클릭 소리가 여자의 교성처럼 크고, 강하게 울렸다. 그때마다, 내 가슴과 엉덩이는 점점 커졌고, 클리토리스는 붉은 무화과처럼 부풀어 올랐다. 성경 구절을 외우지 않아 생겼던 엉덩이와 종아리의 회초리 자국과, 이를 악무는 버릇 때문에 생긴 입가의 주름들이 난바다의 파도소리처럼 이어지는 그의 마우스 클릭 소리들로 점점 깊게 잠기고 있었다.


꿈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만든 사진 속 여자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내 몸의 결함 몇 개씩을 더 찾아냈다. 그렇게 백마흔네 개의 결점을 찾아내는 동안, 그는 천사백사십 번의 클릭과 함께 점점 내게서 멀리 사라져갔다. 그가 움직일수록, 나는 점점 희미해졌다. 나는 곧 내가 사라질 것이란 걸 알았다.


"마리, 나는 창녀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중요한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니까."


그가 처음부터 정밀한 지도를 가진 사람처럼 헤매지 않고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것이 예감처럼 내 몸을 감싸는 순간에 느껴지던 쾌감이 두려웠다. 그가 등 뒤에 누워 귓속에 말들을 속삭일 때마다, 나는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사랑해."


그의 성기는 늘 따뜻했다. 딜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뿐이었다. 나는 언제나 막 샤워한 남자의 차가운 성기를 더 좋아했지만, 그에겐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힐난하듯 그에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늦었어. 또 지각이야."


그가 승리자처럼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건,


그가 사진 속의 그 여자들과 가끔 잠을 잤다는 것 정도였다.


그 정도의 일을 알아채는 게,


바로 아내라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의 특징이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애인의 애인에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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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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