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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an 13. 2017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과학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다음으로 마르크스가 65세까지 다양한 연구와 운동을 통해 축적한 과학의 특징을 소개하겠습니다. 마르크스의 학문에서 우선 중점을 둘 것은, 사회 변혁을 위해 무엇보다 그 사회 구조를 객관적으로 연구해 밝혀야 한다고 본 마르크스의 입장입니다. 마르크스는 ‘이런 사회여야 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이상을 사회에 강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는 오직 그 자신의 논리에 따라 변화할 뿐이다, 그러므로 사회를 과학적으로 구명하지 않는 혁명가는 혁명가일 수 없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정신입니다.


그럼 마르크스는 그런 학문을 어떤 수순으로 쌓아 올렸을까요. 당연히 처음부터 전체적인 계획이 존재했던 건 아닙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 눈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그것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마르크스의 학문적 발전이 이루어졌어요. 그 결과로 마르크스 사상의 체계도 만들어졌고요. 따라서 세계관, 경제 이론, 미래 사회론, 혁명 운동론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네 가지 구성 요소’라는 차원의 고찰이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 네 가지는 서로 유기적 연관성을 지니는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한 가지만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습니다. 후에 마르크스의 사상을 이어받으려 노력한 레닌은 과학적 사회주의에 대해 ‘전일적’ 학문이라 특징지은 바 있습니다. 전체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세 가지는 모르지만 경제 이론은 알고 있다든가 나머지는 잘 모르지만 세계관은 잘 안다든가 하는 이해 방식은 아예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어떤 한 가지 요소만을 바라볼 때 잘 알 수 없던 것을 전체를 제대로 배움으로써 이해하게 되는 구조인 거죠.


마르크스의 체계는 마르크스의 사상만으로 이루어진 ‘닫힌’ 구조가 아닙니다. 이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사상을 단련시킨 방법을 살펴보더라도 잘 나타납니다. 마르크스가 경제학 연구를 시작하면서 맨 처음 한 일이 마르크스 이전의 경제학자들에 대한 검토였거든요. 그래서 초기에는 초록을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따로 의견을 덧붙일 수 없었어요. 1844년에 썼던 <경제학·철학 수고>도 처음에 애덤 스미스에 대한 초록이 등장합니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기 전에 우선 그 시점까지 존재하던 과학의 도달점부터 제대로 공부했던 겁니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은 결코 인류의 역사, 학문의 역사를 건너뛴 독선이 아닙니다. 철학에서도 헤겔과 포이에르바하를 확실히 공부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죠.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자필 원고


또한 마르크스의 체계는 미래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사상과 학문에 모자란 점이 있다는 걸 깨달으면 그 즉시 연구를 거듭해 더 풍요로운 방향으로 진화시켰습니다. 29세 때 <공산당 선언>을 썼다고 그냥 그 지점에서 만족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에도 마르크스는 끊임없이 <공산당 선언>의 부족한 부분을 극복해 나갔습니다. 사실 이것이 그가 살았던 시대에 마무리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거든요.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마르크스의 불충분했던 부분을 보다 진화시켜 가야 하겠습니다. 마르크스 자신도 이를 바라고 있을 거예요.


※ 본 연재는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이시카와 야스히로/ 나름북스/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과학]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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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이시카와 야스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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