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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an 16. 2017

[형제섬] 하나에서 둘이 됐다가 여럿이 되기도

섬 속의 섬

          

※ 가고 싶어요. ‘늘’이 아니라 ‘때때로’ 말이죠. 섬에요. 수많은 섬 중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가장 큽니다. 많은 이들이 몰려듭니다. 몰려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눌러 앉습니다. 좋아서겠죠. ‘보물섬’이라서 그런가요? ‘보물섬’ 제주도엔, 제주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아주 작은 보물섬’들이 점을 찍고 있습니다. 그 섬에 저랑 가보실래요? – 필자 말

섬은 고독해 보인다. 바다 위에 홀로 떠 있으니 고독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가 느끼는 섬은 하나이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청준은 <이어도>를 통해 고통받는 인간을 구원하는 유토피아의 세계로 섬을 들여다보기도 했으나, 어쨌거나 섬은 고독하다.

제주는 섬이다. 주위로는 숱한 섬을 거느리고 있다. 숱한 섬들 가운데 아주 작은 무인도들이 지도상에 까만 점을 이루며 제주도를 에워싸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앞바다에 떠 있는 형제섬. 사계리 축항에서 바라보면 형제섬은 형제섬이 아니다. 눈에 들어오는 건 전체가 하나로 돼 있는 고독한 섬일 뿐이다. 형제면 둘이어야 하는데 축항에서 보는 섬은 하나뿐이다. 하나인가, 둘인가? 확인을 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배에 몸을 실으면 5분이면 도착한다.



형제섬은 용을 끌어들인 섬이다. 전해오는 얘기를 하면 그렇다. 형제섬 앞에서 용 두 마리가 서로 싸움을 해댔다. 기록에는 조선시대 숙종 때라고 한다. 용이 얼마나 큰 싸움을 벌였던지 사계마을에 피해를 입히기까지 했다.

아주 짤막한 얘기지만 섬에 용이 등장하는 이유는 있다. 용은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이는 용이 갖고 있는 덕목으로, 하늘을 휘저으며 구름을 일으켜 비를 만드는 재주를 부리도록 했다. 물을 만들어내는 존재로서의 용은 물이 귀하던 옛 사람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섬은 뭍지역보다 물이 더 소중한 존재였기에 형제섬에까지 용이 등장해 옛날 얘기를 해준다.


형제섬은 무인도이지만 사계마을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부르는 존재나 다름없다. 수백 년 전부터 형제섬은 삶의 터전이 되어 왔다. 마을 사람들은 형제섬에 우물을 만들었으며, 임시대피소도 지어 형제섬을 자신들의 것으로 끌어들였다.


섬과 바다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제주 바다는 누구의 것일까라는 우문도 해본다. 내 것인가? 그럴 리는 만무하다. 그럼 남은 것? 그렇지도 않다. 제주 바다는 모두의 것이다. 그 가운데 떠 있는 형제섬은 변화무쌍하다. 왜 '변화무쌍'하다고 할까. 그걸 말해주겠다.



사계항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 섬은 하나였다. 사진으로 보던 두 개의 큰 닮은꼴 암석이 얼굴을 맞댄 형제섬은 아니었다. 형제섬은 가까이 대하면 대할수록 새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섬이다. 남북으로 2개의 섬이 하나가 되어 형제섬을 이룬다. 북쪽 섬은 넓고 길게 바다 위에 드리워져 있으며, 남쪽 섬은 큰 바위만 덜렁 떨어져 있다. 


이들 각각의 섬에는 큰 암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바위가 마주할 때면 마치 쌍둥이 형상을 하고 있어 제주말로 '골애기섬'이라고도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길고 큰 섬을 ‘본섬’, 작은섬을 ‘옷섬’이라고 한다. 섬과 섬 사이에는 새끼섬도 있다. 주위에는 암초도 여럿 있기에 보는 눈에 따라 섬은 둘도 됐다가 심지어 다섯 이상이 되기도 한다.


배를 타고 형제섬을 둘러보자. 섬의 서쪽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돌기 시작했다. 길게만 보이던 섬은 어느덧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섬과 섬 사이에 있던 새끼섬과 옷섬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커다란 거북으로 변신했다.


하나였던 섬은 남쪽으로 더 내려가자 갈라졌다. 형제섬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쌍둥이를 닮은 형제섬은 아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형제섬] 하나에서 둘이 됐다가 여럿이 되기도]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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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김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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