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이 여기에 이르렀구나, 나는 감탄했다." – 소설가 윤후명
"이제 구효서는 어떤 경지에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그에게 이상문학상이 돌아가는 것 역시 아주 자연스럽다. 다만 나는 그에게 당신은 여전히 ‘젊어야 하오’라고 외치고 싶다." – 문학평론가 정과리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 구효서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찬사다. 어머니에 대한 딸의 기억을 불교적 '인연의 끈'과 연결시켜 인간과 운명을 밀도 있게 그려낸 <풍경소리>는 심사위원 5인(권영민, 권택영, 김성곤, 윤후명, 정과리)의 만장일치로 대상작에 선정됐다.
이상문학상은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이 남긴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 소설 중 가장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표창한다. 올해 제41회를 맞이한 이상문학상의 대상 수상자인 구효서 작가와 수상작 '풍경소리',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중혁, 이기호, 윤고은 작가 등의 작품 5편을 함께 살펴본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환청으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은 주인공 '미와'는 그 소리가 떠나지 않자 친구의 말을 듣고 ‘성불사’로 들어간다. 오직 자연에서 얻은 음식과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무한한 시공의 세계가 그녀를 맞이한다. 이 작품은 생각에 억압된 몸, 논리에 억압된 감각을 되살려내는 과정을 잔잔하게 묘사한다.
'풍경소리'는 가을 산사의 풍경과 사찰을 찾아온 '미와'의 내면 세계를 결합시켜놓은 독특한 구성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특히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러 작품을 서술해오던 '미와'와는 다른 또 다른 '나'의 1인칭 시점이 부여된다. 그것은 지금껏 ‘미와’를 지켜보던 절대자의 이미지로서 표현되어 있다. 이중적 시점에서 소설이 서술되는 동안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갖던 독자들은 점차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심사위원들은 '풍경소리'에 대해 "그 기법과 문체의 실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룸으로써 높은 소설적 성취에 도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성곤 문학평론가는 "노래 '성불사의 밤'을 소설화한 것 같은 구효서의 '풍경소리'는 화자의 서술과 주인공의 독백이 서로 교차하는 새로운 서사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듣고 기억하는 '소리'를 통해, '인간은 과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을 던진다"라고 평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디’가 당선되어 등단한 구효서 작가는 <도라지꽃 누님> <시계가 걸렸던 자리> <저녁이 아름다운 집> <별명의 달인>, 장편소설 <늪을 건너는 법> <비밀의 문> <나가사키 파파> <랩소디 인 베를린> <동주> <타락>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등을 출간했다.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2001년에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로 제25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있다.
구효서 작가는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소식을 듣고 "소설가에게는 소설을 쓴다는 것 이외의 그 어떤 명분도 없다는 사실을 무섭게 깨닫는다"라며 "아무려나 그저 쓴다고 소설가의 생명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절박한 계재속에서 생명 연장의 기쁨을 얻은 것과 같다"라는 말로 상을 고맙게 받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이상문학상 대상 ‘풍경소리’… "구효서는 경지에 들어섰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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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임인영(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