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이세요?" "아, 저는요…" 새로운 나이를 말하기가 어색해 괜스레 손가락을 꺼내 계산하는 척을 해본다. 울며 겨자 먹듯 자동으로 한 살 더 먹고 말았다. 숫자 하나가 늘었을 뿐인데 마음은 확실히 초조해진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렇게 살지 않으면 어떻게 살 건데?' 같은 혼잣말이 늘었다. 어린 시절 꾼 화려한 꿈, 보잘 것 없는 현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가 겹쳐지며 깊은 한숨도 쉬어 본다.
신년이면 사람들은 역술인을 찾는다. 신년 운세를 본다는 핑계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인생살이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세계 지성의 말들을 통해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들의 말에는 솔깃한 '예언'은 없지만 삶에서 길어 올린 담백한 지혜는 있다. 돌직구 조언이 안겨 주는 통쾌함은 덤이다. 시어도어 젤딘, 제임스 왓슨, 헤닝 만켈…지식 고수이자 인생 고수인 이들의 말들을 전한다.
[정신을 고양시키고 목적의식이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인생의 발견>
"정신을 갈아서 에너지를 짜내도록 고안된 것처럼 보이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사람들을 생기 넘치고 흥미를 느끼게 하고 온전히 깨어 있게 만드는 일은 너무 적다. 더 생생히 살아 있다고 느끼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일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노력을 인정받고 재능과 예술적 기교로 소중한 기술을 발휘해서 돈 많은 사람들의 변덕에 복종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를 비롯한 전 세계 16개국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다음 세기에도 지속될 사상을 가진 40인',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된 시어도어 젤딘. 그가 인생에 관한 스물여덟 개의 물음에 답한다. 답변에 동원된 지혜는 동서고금을 망라한 역사와 철학에 대한 조밀한 지식이 바탕이 됐다. 저자는 그 어떤 질문에도 성급히 답을 내려 하기 보다는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개인과 인류에게 진정 필요한 것에 대한 답을 주고자 한다.
[성공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세상 사람들은 학문하는 사람의 주된 동기는 돈이 아니라는 허튼소리를 할 때가 많다. 어떻게 말하더라도, 당신의 고용주가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연봉을 통해서 표현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당신에게 현금이 절실하든 절실하지 않든, 연봉은 당신의 지위를 올바르게 반영해야 한다."
1962년 DNA의 구조를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듀이 왓슨. 그의 회고록에는 그의 어린 시절, 대학 시절, 활동적인 과학자이자 교수로서의 경력,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소장으로 지낸 몇 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수한 과학자이자 과학 행정가로서 그의 면면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매장의 마지막에는 '기억할 만한 교훈들'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연구자들 혹은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유용한 조언들이 실려 있다. 큰 업적을 이룬 과학자가 전하는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다. 읽다보면 '쿡쿡' 웃음짓게 할만큼의 솔직함과 유머스러움이 저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자신을 향해 끝없이 질문을 던져라]
<사람으로 산다는 것>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능력이다. 그렇게 보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우리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나는 질문으로 가득할 때 내 얼굴이 가장 진실하다고 생각한다."
소설로 연극으로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고발했던 헤닝 만켈. 2015년 67세로 타계한 그는 생전에 '발란더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권의 소설과 청소년 시리즈를 발표했다. 헤닝 만켈은 개인적 세계적 재앙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만한 것이라 확신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전략의 유무이고, 산다는 건 생존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생의 마지막에서 던진 질문들은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또 어떤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밀도 있는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세계의 지성에게 '인생'을 묻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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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주혜진(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