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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an 18. 2017

"침묵 않는 연대의 힘, 재심사건 숨은 의미"

[박상규·박준영 인터뷰 1]

               


5억6797만8000원. 시작부터 무슨 돈 얘기냐고?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가 포털사이트 다음 스토리펀딩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를 통해 모금한 후원금이다. 1만8043명의 시민들이 만들어낸 기적의 돈. 스토리펀딩 역사상 후원금액도 최고, 후원자 수도 최고다.


백수기자 박상규와 파산 변호사 박준영이 재심 프로젝트로 힘을 모은 지 약 2년. 그들은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아래 김신혜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아래 익산 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아래 삼례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사건의 재심을 이끌어냈다. 삼례 사건과 익산 사건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고, 김신혜 사건은 1심에서 재심을 개시했지만 검찰이 항고해 다시 고등법원에서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중이다.


사건의 주인공들은 사건 당시, 어리거나, 지적 장애가 있었고, 많이 배우지 못했으며, 가난했다. 그들은 변호인이나 어른들의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살인범'으로 만들어져갔다.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는 그들을 억울함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진짜 기자'가 되기 위해 언론사에 사표를 쓴 박상규 기자와 '제 돈 들여가며' 진행한 재심 프로젝트로 파산 위기를 맞은 박준영 변호사는 1만8043명의 시민들이 구해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7일 <지연된 정의>(후마니타스/ 2016년)를 함께 출간했다. 스토리펀딩 연재를 바탕으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너무 바쁜 두 사람 때문에 일정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의가 지연돼서는 안 되듯이, 인터뷰도 더 이상 지연될 수 없었다. 결국 1월 6일, 서울 삼성동 인터파크 사무실에서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다. 두 사람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수사기관-사법부 공동정범... 모두 책임 물어 자정능력 키워야"


Q 이미 스토리펀딩을 통해 <지연된 정의>의 글들을 일부 먼저 읽은 분들이 계십니다. 스토리펀딩 당시에 비해 어떤 새로운 내용들이 들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상규 : 조금 극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했어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한 변호사가 얼마나 처절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죠. 그리고 하나하나 사건의 의미에 대한 박준영 변호사의 해석을 새로 써넣었고, 세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 사법부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 담았죠.


Q 박준영 변호사님은 비슷한 시기에 <우리들의 변호사>라는 에세이집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취지로 언제부터 준비해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준영 : <지연된 정의>와 <우리들의 변호사>가 같이 잘 팔려야 됩니다.(웃음) 두 권을 세트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당초에 책 두 권을 동시에 낼 계획은 없었는데, 서로 결이 다른 두 권의 책이 같이 나오면 둘 다 잘 팔릴 거라는 무모한 생각을 해버린 거죠.(웃음) '글은 사람이 쓰지만 편집은 신이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편집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기존에 SNS에 쓴 글, 강연이나 인터뷰 때 이야기한 것들을 결합을 시켜서 제 생각을 담아내봤습니다.


Q 개인적으로 그동안 저는 법조인들의 글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전문적인 글, 법원 담장 안에서만 유통되는 언어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는데요, 두 권의 책에서 박준영 변호사의 글을 보면서 그런 선입견을 많이 씻어냈습니다.


박상규 : 박준영 변호사는 예전부터 글을 잘 쓰고 싶어 했어요. 흡수가 굉장히 빨라요. 좋은 글을 보면 자기화 시키는 것이 굉장히 빠르다는 거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고 해야 하나?(웃음)

박준영 : 신이 한 편집 덕분이에요.(웃음) 굉장히 건방진 소리지만 제가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 생각이 확 무너지더라고요. ‘글이라는 게 이렇게 쓰는 게 아니었구나.’ 모든 건 모방에서 시작되지 않습니까. 박상규 기자 블로그를 하루에도 수십 번 들어갔어요. 많이 보고 배웠죠.


Q 재심이 필요한 사건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지연된 정의>에 소개된 세 사건의 경우 ‘아 이 사건은 내가 맡아야겠다’라고 결정하게 된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 결정을 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박준영 : 재심 청구는 한 번 기각되면 동일한 사유로 다시 청구할 수가 없습니다. 한 번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히 있을 때 청구해야 돼요. 당사자가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그냥 원이나 풀어줘야겠다고 청구하는 게 아니거든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능성입니다. 당사자의 억울함이 전제가 돼야 하고, 그 억울함이 완전히 드러나야 됩니다.


두 번째는 욕심입니다. 제가 대단히 도덕적인 사람이거나 무슨 이 시대의 의인(義人)이라면 모르겠지만, 저는 아주 평범한 인간이거든요. 제가 이 사건의 판결을 뒤집었을 때 제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몇 년 동안 사건에 매달릴 수가 없어요.


박상규 : 저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 솔직한 얘기들도 많이 해줄법한데, 박준영 변호사가 저한테 '우리 이거 하면 성공해!' 이런 얘기는 한 적이 없어요.(웃음) 대신 '이 사건이 해결되면 우리 사회가 뒤집어질 거다' 하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저랑 일할 때는 정의로움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 2편으로 이어집니다.([박상규·박준영 인터뷰 2] “변방의 이야기로 중앙을 불편하게 하고 싶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박상규·박준영 인터뷰 1] "침묵 않는 연대의 힘, 재심사건 숨은 의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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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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