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현대 세계의 문제에 대해 저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마르크스의 눈을 빌려 볼까요.
첫 번째로, 세계 경제 위기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백수십 년 전 마르크스가 내놓은 경제학이 현대의 경제 위기를 파악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될까요? 저는 상당히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가을 이후의 경제 위기에 대해 사람들은 ‘100년에 한 번 있을 공황’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공황이라는 것이 인간 사회에 처음으로 발생한 건 1825년 영국에서였습니다. 이후부터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고요. 주기적 공황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공황은 왜, 어떤 구조를 통해 일어나는 걸까요? 마르크스는 그 해명을 위한 큰 축으로서 경제학 연구를 심화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과잉 생산으로 인한 경제적 환란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여기서 과잉이란 사회적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소비력에 대한 과잉입니다. 즉 어느 순간 자본이 사회의 소비력을 한참 뛰어넘는 양을 생산해 대량의 재고가 발생하는 거죠. 이에 따라 자본이 생산을 축소·억제하여 노동자를 해고하고 중소 자본에의 발주를 줄이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컴퓨터를 만드는 자본이라고 해요. 제가 제 가게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컴퓨터를 판매하면 판매량을 잘 알겠죠. 어떤 기종이 몇 대나 팔렸는지 말입니다. 재고가 늘어날 경우 생산량 조정도 어렵지 않고요.
그렇지만 여기에 상업 자본이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당신 대신 팔아 드리죠', '판매는 제가 프로거든요', '대신 제게 컴퓨터를 좀 더 싼 가격에 파시죠' 같은 말들을 할 겁니다. 여러분도 가전제품을 살 때 제조사에서 직접 구입하지 않잖아요.
이런 상업 자본은 서로 판매 경쟁을 반복합니다. 많이 파는 쪽이 이기는 승부예요. 그렇기 때문에 상품을 잔뜩 준비하고요. '지금 재고가 없다'고 하면 안 되니까요. 따라서 생산 자본으로부터 많은 물건을 구매합니다. 저한테도 마찬가지겠죠. 제가 갖고 있던 상품들은 모두 팔려 나가고 그만큼 현금이 들어올 겁니다.
그러고 나면 후지쯔나 소니, NEC 같은 생산 자본끼리의 경쟁이 일어나겠죠. 저도 불안할 테고요. 아직 상업 자본에게 넘긴 물건들이 최종적으로 팔리지 않은 상태이니 말입니다. 잘 팔릴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그럴 경우, 상업 자본으로부터 추가 구매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미리 상품을 준비해 두지 않으면 다른 생산 자본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시장에서 팔릴지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다음 상품을 생산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업 자본이 갖고 있던 상품이 남아도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심한 경우 대량의 재고를 안고 있던 상업 자본이 경영 파탄을 맞는 일도 생기죠. 물건을 잔뜩 사다놓고 팔지 못하는 겁니다. 과잉 생산이 나타나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저도 한동안 상업 자본의 주문이 없을 거라 판단해 급히 생산을 축소할 겁니다. 다른 생산 자본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현상이 컴퓨터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텔레비전 등 여러 상품에서 동시에 일어나면 한동안 대량 감원에 따른 급속한 경기 후퇴와 경제 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기 후퇴가 일어나더라도 사회의 소비가 제로가 되지는 않습니다. 생활을 위해 누군가는 물건을 사니까요. 여기서 다시 시간이 흐르면, 저도 쌓아 둔 재고를 서서히 줄일 수 있겠죠. 이런 상황을 보면서 생산을 좀 늘려 볼까 하는 생각에 노동자를 새로 고용하고, 중소 자본에게 부품도 더 발주할 겁니다. 그러면 이것이 이번에는 사회의 소비력을 고양시켜 경기 회복을 촉진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그 힘은 완만한 상승 시기를 자본들 간의 경쟁이 급속히 과열되는 시기로 재차 이행하게 하고, 상업 자본이 자꾸만 생산 자본끼리의 경쟁을 격화시키게 만듭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공황을 포함한 자본주의의 산업 순환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문제 파악의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이는 21세기의 세계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잖아요. 아무쪼록 이에 대한 연구와 행동 방법을 탐구해 보셨으면 합니다.
※ 본 연재는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이시카와 야스히로/ 나름북스/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마르크스의 눈으로 현대 사회를 보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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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이시카와 야스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