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 가고 싶어요. '늘'이 아니라 '때때로' 말이죠. 섬에요. 수많은 섬 중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가장 큽니다. 많은 이들이 몰려듭니다. 몰려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눌러 앉습니다. 좋아서겠죠. '보물섬'이라서 그런가요? '보물섬' 제주도엔, 제주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아주 작은 보물섬'들이 점을 찍고 있습니다. 그 섬에 저랑 가보실래요? – 필자 말
제주엔 2개의 비양도가 있다. 동쪽 우도의 끝자락에, 그리고 서쪽으로는 한림읍에 또 다른 비양도가 있다. ‘비양’은 분명 날아오른다는 뜻인데, 뭐가 날아올랐길래 비양이라고 부를까.
혹자는 이런다. 두 개의 비양도는 날아오르지만 전혀 다르다고. 우도의 비양도는 태양이 하늘로 날아올랐(飛陽)기에 그런 말을 붙였단다. 사실 제주도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한 그 섬이 일출을 가장 먼저 맞는 곳이다.
그렇다면 서쪽의 비양도는? 거긴 해가 떠오르는 걸 먼저 보는 곳이 아니라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맛이 제격이다. 더구나 거긴 땅이 솟아오른 곳이란다. 그래서 글자 그대로 비양(飛揚)이라고 부른단다.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말이다.
1000년전이었다. 고려 목종 5년(1002년) 6월 탐라산에 구멍 4개가 뚫려서 시뻘건 물이 치솟아 올랐다고 한다. 5년 뒤인 목종 10년(1007년)엔 바다 가운데 산 하나가 솟아나왔다고 한다. 당시 제주 사람들은 "산이 솟아나오는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고, 벼락 치는 것 같이 땅이 움직였다"고 했다. 무려 7일 밤낮 계속됐다. 역사서에 나오는 비양도는 이처럼 바다에서 솟아오른 이상한 섬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눈에 보이는 섬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섬은 아무렇게나 바다에 떠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아닌, 사람이 생을 꾸려가는 섬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존재로서 섬의 가치를 둬야 한다.
정현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는 말은 외로운 존재로서의 뜻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주체로서의 섬도 된다. 정현종은 후자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섬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재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우린 섬에 들어가 안착하고, 그 멋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정현종은 한 행을 더 읊었다. 아니, 두 행으로 정현종이 구상한 섬이라는 이미지는 완성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비양도는 가볼만한 섬이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외치지만 말고 직접 섬을 밟아보자. 그래서 뭍, 아니 본섬 제주도에서 바라본 섬에 대한 그리움을 만끽해보자. 거기 가걸랑 섬에서 느끼는 뭍의 시선을 섬사람의 입장에서도 이해해보자.
섬에서 바라보는 섬은 참 아름답다. 협재해수욕장을 끼고 비양도를 바라볼 때 누구나 감탄을 하기에 바쁘다. 옥빛 바다에 푹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은 제주라는 섬에서 바라볼 때보다는 섬 속에 들어가 느낄 때라야 제 맛이 난다.
한림수협 어판장 동쪽에 비양도로 들어가는 배를 만나게 된다. 혹시 파도가 없는 날 한림에서 출발하는 배를 탄다면 하나의 호수를 건너는 느낌을 받을 게다. 마치 캄보디아의 똔레샵 호수를 건너는 그런 느낌이랄까.
섬은 둥그렇지만 물이 빠지면 동서로 길게 드러눕는다. 여와 여가 연결돼 길게 다리를 뻗기 때문이다.
한림항을 출발한 비양호는 넉넉잡고 15분내에 비양항의 앞개포구에 닿는다. 비양항에선 드라마 '봄날'을 찍었다는 표지들이 사람을 반갑게 맞는다. 항내와 보건진료소 바로 앞을 비롯해 눈에 들어오는 곳곳이 '봄날'을 확인시켜두고 있다.
드라마 '봄날'이 화제가 되면서 비양도는 한 때 '봄날'을 맞기도 했다. 고현정이 드라마에 나온 장소를 찾으러 육지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그러나 그건 잠시였다. 어디에도 고현정의 숨결을 느끼지 못했다. 드라마 '봄날'은 여기 없다. 그럼에도 비양도는 '봄날'을 기다린다. 바로 섬의 아름다움을 가졌기 때문이다.
비양도라는 섬을 볼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휙' 하고 둘러보다간 '휑'할 뿐이다. 여행은 기다림이며, 여유를 가져야 한다.
비양도는 앞개포구에서 만나는 보건진료소를 시작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코스를 잡으면 좋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비양도] 천 년 전에도 그 모습이었나]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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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김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