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호헌 철폐, 독재 타도”
1987년 6월 10일, 거리는 쏟아져 나온 국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4.13 호헌조치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건이 기폭제가 돼 훗날 ‘6.10 민주항쟁’등으로 이름 붙여진 이 날의 움직임. 1987년 6월 29일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민주화와 개헌 요구를 받아들여 6.29 선언에 나서며 마무리된다. 이날의 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사회 운동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된다.
올해는 6월 항쟁 30주년이 되는 해다. 물론 수십 년의 세월도 의미가 있지만, 독단적 지도자의 실정으로 또 한 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적폐세력을 촛불의 힘으로 물리친 우리 국민에게 그날의 항쟁은 더욱 뚜렷한 의미를 발한다. 30년 전 그날의 거리, 그날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들, 또 그 의미를 분석한 책들을 함께 살펴보자.
<100℃>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송곳>의 만화가 최규석이 그린 6월 항쟁은 어떤 모습일까? 만화는 고지식한 대학생 영호가 대학에 입학해 처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알게 되고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을 겪으면서 학생운동에 뛰어들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시점을 옮겨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간다. 작가는 약하고 겁 많고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쳤을 때 어떤 위력을 발휘하고, 또 발전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때로는 유머로, 때로는 감동으로 말이다.
"내가 복원해야 하는 것은, 28년 전 L의 운동화가 아니다. L이 죽고, 28년이라는 시간을 홀로 버틴 L의 운동화다. 1987년 6월의 L의 운동화가 아니라, 2015년 6월의 L의 운동화인 것이다. 28년 전 L의 발에 신겨 있던 운동화를 되살리는 동시에, 28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1987년 6월 9일 전두환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진 청년 이한열. 이한열의 죽음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다. 는 피격 당시 이한열이 신었던 270mm 흰색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그렸다. 개인의 물건인 운동화가 어떻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시대를 대변하는 물건으로 변모해 가는지를 치밀하게 묘사했다.
<박종철 탐사보도와 6월 항쟁>
“그가 원고지를 한 장씩 메워나갈 때마다 전 차장이 가져다가 일별하고 정 부장에게 건넸다. 부국장석에서 ”1면 톱이야, 1면 톱”이라고 큰 소리로 격려해주는 말이 들렸다. 이날 신문 1면 톱기사는 ’고문자가 3명 더 있었다’는 검찰 발표를 세로 제목으로 뽑고 ‘관련 상사모임에서 범인 축소 조작 모의’라는 시커먼 두 줄짜리 커트 제목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6월 항쟁을 촉발한 주요 사건 중 하나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박종철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쇼크사’했다고 검찰에 보고한 치안본부 대공수사팀의 보고서 내용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이후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라는 실제 사인을 밝혀내기까지는 내부 고발자들의 용기와 끈질긴 추적보도가 있었다. 저자는 1987년 당시 기자 5년 차 법조팀장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취재하며 한국기자상을 두 해 연속 수상할 정도로 중요한 특종을 터뜨린 인물로, 1987년 급박했던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저자는 당시 사건 관련자들을 심층 인터뷰해 새롭게 밝혀낸 사실들을 30년 만에 공개한다.
<6월 항쟁>
“상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시장 골목 이곳저곳에서 숨바꼭질하며 싸우는 시위대의 모습,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 (……) 최루탄을 쏘지 말라며 전경 앞으로 다가가 꽃을 달아주는 어머니들, 물 떠다 주고 음료수 나르느라 분주한 상인들, 수천수만 명이 모인 가운데 노동자도 사무원도 농민도 리어카 끄는 막노동꾼도 한마디씩 하던 시국토론회를 비롯한 대중집회, 그 대중집회에서 마당극을 하며 해방춤을 추는 대학생들, 화형식, 스프레이나 물감, 매직펜으로 버스 차창, 건물 벽, 시멘트 바닥 위에 써놓은 구호들, 곳곳에 나붙은 대자보, 그 대자보를 보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 (……) 이러한 모습은 아름답고 웅혼한 화음을 이루어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의 세계로 도도히 흘러갔다.”
진보적 성향의 현대사학자 서중석이 6월 항쟁 기간에 벌어진 주요 시위와 농성을 시간 경과에 따라 꼼꼼히 기술했다.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민중의 분노가 6.29 선언으로 결실을 맺을 때까지 6월 항쟁의 전 과정을 펼쳐 보여준다. 저자는 6월 항쟁을 둘러싼 기존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나름의 분석과 견해를 곁들인다. 또한, 민주화운동 쪽의 자료뿐 아니라 전두환 정권 측 자료를 활용해 균형 잡힌 평가를 시도하기도 했다.
글 : 주혜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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