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문 신간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저 : 가와타 후미코 / 역 : 안해룡, 김해경 / 출판사 : 바다출판사 / 발행 : 2016년 2월 29일
이 책은 식민지 전쟁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평생을 살았던 재일 1세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증언을 기록한 르포집이다. 일본 언론인 가와타 후미코가 29인 할머니를 취재해 ‘남성들이 말하지 않았던’ 역사를 기록했다. 제국의 침략으로 나라가 비틀대던 하수상한 시절, 침략한 나라에 건너가 평생을 살았을 여성의 삶이 얼마나 험난했을까? 아이들 수업 참관에서 학부모 서명 때 글씨를 쓸 줄 모르는 것이 들통날까봐 자녀 학교에도 가보지 못했고, 전쟁 시기 일하던 전구 공장에서는 집에서 나올 때 입고 있었던 조선옷이 헤지면 몇 번이나 기우고 기우면서 입고 다녔다. 임시 노동이나 중노동의 일거리만 주어졌지만 일본인에 비해 받는 임금은 60~70퍼센트 정도로 적었다. 그렇게 험난한 시절 고난에 점철된 삶을 견딘 힘일까? 따옴표 안에 기록된 그녀의 음성 하나하나는 되레 책을 읽는 우리에게 “힘내”라고 말해준다.
└ 기자의 속마음 고통만큼 성숙하는 삶의 아이러니는 희망적이면서 슬프다.ㅜ
<한국근대사 1 : 국민국가 수립 운동과 좌절>
저 : 연갑수, 주진오, 도면회 / 출판사 : 푸른역사 / 발행 : 2016년 2월 25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한민국의 근대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는가? 이와 같은 한국 근대사의 사실(史實)에 접근하고자 하는 책이 나왔다. ‘한국역사연구회시대사총서’의 일환으로 ‘한국 근대사 1,2’가 출간된 것이다. 근대는 언제부터인가라는 논란에서 이 책은 고종 대신 흥선대원군의 집권기로 설정한다. 19세기 후반 위기의식의 심화에서부터 우리 근대의 역사를 되짚기 시작한다. 1권에서는 1860년대부터 1910년 일제가 국권을 강제로 빼앗기 전까지 근대 국민국가를 형성하려고 했던 노력과 좌절을 다룬다. 고종황제에 의한 황실 중심의 근대화 정책이 진정한 근대화 정책이 아니라,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운동, 재야 개혁파의 신교육, 신산업 운동에 의해 진정한 근대화가 추진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지만, 그밖의 입장들도 균형감있게 다루고 있다.
└ 기자의 속마음 극도로 혼란스러웠고, 급박했던 조국 근대화의 불완전 연소의 과정을 찬찬히 목격해보고 싶다.
<미래의 나라, 브라질>
저 : 슈테판 츠바이크 / 역 : 김창민 / 출판사 : 후마니타스 / 발행 : 2016년 2월 29일
‘한번 리우에 머물렀던 사람은 누구도 리우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매번, 어느 지점에서 떠나든 다시 돌아오고 싶어진다. 그 아름다움이 독특하고, 그 아름다움이 완벽하기 때문에 꿈을 꾼 것 같다. 이 어두운 시대에 모든 도시 중에서 리우만이 그 아름다움을 실현하고 있다.’ 20세기 유럽 최고의 지성이라 칭해지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브라질에 대해 표현한 대목 중 일부다. 나치에 쫓겨 유럽을 떠돌다가 브라질에 정착한 작가는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이 펼쳐진 평화로운 곳 브라질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 책은 유럽을 떠나 브라질과 사랑에 빠진 작가가 기록한 그곳의 역사, 경제, 문화, 도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당대 최고의 작가가 기록한 브라질의 면모는 일독할 가치가 있다.
└ 기자의 속마음 리우 올림픽 볼 때 “쌈바” 그 이상의 썰을 풀기 위한 필독서!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저 : 나탈리 크납 / 역 : 유영미 / 출판사 : 어크로스 / 발행 : 2016년 3월 3일
철학, 하면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들지만, 이 책은 그 어려운 학문을 일상에 접목시키는 게 임무인 임상철학자가 쓴 책답게 시적이며 다정한 면모가 돋보인다. 책에선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조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학작품 및 친숙한 명사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마치 책 전체가 아름답고 지적인 하나의 여정을 제공한달까. 우리가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는 ‘불확실성’이라는 상황을 그녀의 필터를 거쳐 받아들이고 나면 과도기를 지혜롭게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 같다.
└ 기자의 속마음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현대인의 마음을 이용한 상품이 가득 넘치는 세상이지만, 이 책이라면 한 번 더 속아보고 싶은 마음.
저 : 나탈리 골드버그 / 역 : 한진영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6년 2월 26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 쓰며 사는 삶> 등의 책으로 세계의 독자들에게 훌륭한 글쓰기 스승 역할을 했던 나탈리 골드버그의 새로운 글쓰기 책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번 책은 12년 간 ‘삶과 언어 연결하기’라는 주제로 개최해 온 수련회에서 확립한 글쓰기 존재론을 담고 있다. “삶이란 나를 구원하기 위한 긴 수행이며, 글쓰기는 그곳에 이르는 오솔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나를 가두는 일상의 사슬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의 일부인 진실한 나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한 마디로 글쓰기를 명상의 경지로까지 끌어 올려 ‘선(禪)’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녀의 전작이 글쓰기 수련법을 알려주는데 치중했다면 이번 책은 보다 명상서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 기자의 속마음 美 68세대 특유의 ‘선(禪)’에 대한 열망이 한껏 느껴지는 책.
취재: 주혜진(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