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
<황석영의 밥도둑>
저 : 황석영 / 출판사 : 교유서가 / 발행 : 2016년 3월 7일
이 시대의 소설가 황석영이 음식에 대해 쓴 에세이 34편을 모았다. 군대에서 닭서리 해서 철모에 닭을 삶아 먹기도 하고, 1989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거의 어떤 맛인지 잊었던 ‘노티’라는 음식을 맛볼 기회를 갖기도 한다. 이 책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음식 사진이나, 이름값 높은 셰프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음식 이야기는 충분히 맛있고 따뜻하다. “음식은 사람끼리의 관계이며, 시간에 얽힌 기억들의 촉매이다”라는 그의 말은 ‘1인분 음식’, ‘혼밥’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해준다. 하지만 세상을 향한 그의 시선은 충분히 따뜻하다. ‘옆집 사람과 치킨 한 마리, 피자 한 판 나눠 먹는 신풍속도’에 대한 긍정도 잊지 않으니 말이다.
└ 기자의 속마음 노작가의 가슴 속에 수많은 이야기 주머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 중 ‘맛 주머니’만을 떼어다가 책을 만든다면 아마 이런 모양이 되지 않을까?
<디어 존, 디어 폴>
저 : 폴 오스터, 존 쿳시 / 역 : 송은주 / 출판사 : 열린책들 / 발행 : 2016년 3월 10일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폴 오스터와, 남아공 출신의 소설가 존 쿳시가 주고 받은 서간집이다. ‘소설가’란 직업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고,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만 있던 두 사람은 2008년 오스트레일리아 문학축제에서 처음 대면한 후 그 인연을 시작한다. 존 쿳시가 폴 오스터에게 정기적으로 편지를 교환하자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 온 것이다. 그렇게 3년에 걸쳐 두 사람은 79통의 편지를 주고받기에 이른다. 주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될만큼 다양하고 방대하다. 스포츠, 아버지의 역할, 문학과 영화, 철학과 정치, 금융 위기와 예술, 죽음, 에로티시즘, 결혼, 우정과 사랑 등…. 두 사람 사이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는 절친도 아니고, 서로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편지를 통해 형성되어가는 따뜻한 우정을 느낄 수 있다.
└ 기자의 속마음 마음과 정성을 담뿍 담아 누군가에게 손 편지를 쓰고 싶은 밤.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저 : 조성기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6년 3월 4일
“세월호 사건과 유병언의 처연한 죽음, IS의 테러, IS에 대한 강대국들의 막강한 공습 들을 보면서, 그리고 친지와 지인들의 부고를 접하면서 정말 우리 인생은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더욱 받게 되었다.”(작가의 말) 1991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인 조성기의 8편의 단편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정리해고 후 여파로 휴직계를 내고 치유를 위해 내려온 부여에서 다시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거나(‘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젊은 시절 어딜 가나 존경과 호기심의 눈빛을 받았지만 이제는 생활비를 신경 써야 하는 위기에 봉착해(‘작은 인간’) 있기도 하다. 작가는 현대사 속 사건 및 최근에 일어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실제 사건을 언급하며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동시에 개인 차원의 욕망, 종교, 환상을 전면에 드러내기도 한다.
└ 기자의 속마음 51년 생 작가가 그려낸 기묘한 전후 대한민국 박물지.
<블랙아웃>
저 : 마스 엘스베르크 / 역 : 백종유 / 출판사 : 이야기가있는집 / 발행 : 2016년 3월 7일
언제부턴가 우리 생활에 필수처럼 되어 버린 전기, 하지만 더 이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세계가 마비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블랙아웃>은 이런 상상으로 쓰여진 소설이지만 우리 앞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지금 전기의 단절은 단순히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에 그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더 큰 재앙으로 번질지 모를 일이다. 저자 마스 엘스베르크의 소설 속 묘사를 살짝만 훑어봐도 벌써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미 휴대전화는 먹통이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 들른 마트는 이미 초만원 사태에 이르렀고, 신용카드 결제는 먹통이며, 수도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물도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더 이상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블랙아웃’의 상태는 인류가 대면할 수 있는 최악의 재난일 수 있다고 이 소설은 경고한다.
└ 기자의 속마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전기가 들어올 땐 전기의 소중함을 모른다지요?
저 : 김택근 / 출판사 : 메디치미디어 / 발행 : 2016년 3월 15일
최근 필리버스터 행렬에서 다시 한 번 화제로 떠오른 대통령이 있었으니 바로 제15대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이다. 1964년 한일협상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폭로한 동료 의원이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김 前 대통령은 5시간 19분간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나가 기네스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투사이자 전직 대통령 김대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30년간 신문사에서 일한 저자가 용기, 도전, 지혜, 성찰, 인내, 평화, 감사 등 7개 장에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 인터뷰, 메모 내용 등을 정리하고 그 옆에 자신의 성찰을 덧붙인 책이다. 이 책은 마흔 살 초선의원 김대중이 했던 필리버스터, 목숨을 걸고 박정희 3선 개헌을 반대하는 효창운동장 연설 등 굵직한 역사 현장을 담고 있다.
└ 기자의 속마음 ’대한민국이 이런 대통령을 가졌던 건 과연 ‘기적’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
취재: 주혜진(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