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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pr 06. 2016

믿고 읽는 작가들의 봄맞이 신작 10선

겨우내 입었던 외투가 무겁고 버겁게 느껴질 때,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어보고 싶다 느껴지면 봄이다. 하나둘 봄꽃들이 거리를 물들이고, 향긋한 꽃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면 봄이다. 벚꽃 향기로 거리는 점령당했고, 벚꽃엔딩 노래가 다시 돌아온 이 눈부신 계절에 반가운 신작 소식을 들고 그들이 돌아왔다.

이름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된 작가들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 네스뵈, 미야베 미유키와 파트릭 모디아노의 신작 소식에 독자들의 반가움과 기대감이 커져만 간다. 아직 작가의 이름보다 베스트셀러가 된 전작의 제목들이 더 귀에 익은 작가들의 신작 소식도 함께 들려온다. 오베라는 남자, 미 비포 유, 덕혜옹주까지 우리를 울고 웃긴 작품들을 쓴 작가들이 이번에 내놓을 선물 같은 신작 소식에 설레게 된다. 비밀의 신작들을 들고 찾아든 이 반가운 이름들과 함께 나른한 봄기운을 이겨내는 건 어떨까? 믿고 보는 작가들의 벚꽃엔딩 같은 반가운 작품들, 북DB와 함께 만나 보자.


1. 하루키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출간되는 책마다 50개 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작가로 거론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이미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지만, 이번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화제가 된 것은, 이 책이 소설가로서의 하루키의 삶과 사고방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 문득 소설가로의 삶을 결심했다는 그의 작가 인생의 시작점이나, 결혼 후 은행 대출과 싸우며 20대를 치열하게 보냈다는 점은 가려져 있던 인간 하루키의 면모를 솔직담백하게 표출하고 있다. 하루키 문체로 불리는 독특한 문체와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 기존 소설과는 다른 문법들에 대해 작가로서의 입장을 견지하며 툭툭 털어내듯 써내려간 그의 에세이는 작가의 내밀한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무엇보다 하루키의 팬이거나 그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 모두에게 다른 의미의 감정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제목처럼 소설가라는 직업을 꿈꾸는 독자에게 있어 요긴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역시, 하루키다.


2. 가볍게 돌아온 스릴러 대가의 신작, <블러드 온 스노우>


매번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 속에 치밀한 스릴러를 담아낸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이자 뮤지션 요 네스뵈가 돌아왔다. 그것도 무시무시한 분량 다이어트를 감행하여 날렵해진 모습으로 말이다. 전 세계 40개 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천만 명이 넘는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그의 차기작과 시리즈 도서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감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의외의 신작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1975년의 오슬로를 배경으로 철저히 혼자가 되어 킬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인생에 닥친 위기가 속도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이미 작가의 대표작이 된 ’해리 홀레 시리즈’를 잠시 내려놓고, 과거로 날아가 조금 더 어둡고 음울한 세계를 담아낸다. 곧 출간될 그의 차기작인 <미드나잇 선>까지 연결될 오슬로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면, 독특한 킬러 올라브의 삶을 훔쳐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3. 로맨스의 여왕이 빚어낸 색다른 미스테리 로맨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미 비포 유>를 통해 전 세계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로맨스의 여왕으로 우뚝 선 조조 모예스의 색다른 로맨스가 출간되었다. 1916년 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점령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적군을 홀린 매혹적인 초상화의 주인인 소피가 겪게 되는 위험한 선택과, 2006년 런던을 배경으로 남편에게 선물 받은 소피의 초상화로 인해 곤란을 겪게 되는 리브의 이야기가 치밀하게 얽혀 흥미를 자아낸다. 사랑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1부와, 예술품 반환 소송을 통해 예술의 가치와 진실에 대한 탐구를 찾아내려는 2부의 이야기가 묘하게 잘 어울려 재미를 이끌어낸다. 이미 <미 비포 유>와 <원 플러스 원>을 통해 독자들을 울리는데 일가견을 보인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탄탄한 구성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창조해 낸다. 특히 추리 소설가로의 면모까지 녹여내 명실상부한 페이지 터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뻔한 로맨스가 지겹다고 생각된다면, 이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접해 보는 건 어떨까?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 오베 영감 대신 날아온 매력적인 소녀 엘사의 인사,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2015년 가장 많이 판매된 소설 1위로 손꼽히는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 돌아왔다. 전작에서 고집불통 괴짜 할배 오베를 통해 이웃과 사회와의 화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던 작가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통해 소녀 엘사가 할머니와 엄마, 3대에 걸친 갈등을 풀어내고 진정한 화해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평범한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주민들에게 전해진 한 통의 편지가 전해 온 마법같은 기적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해져 책장을 넘기는 내내 절로 미소를 띄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가진 상상력을 통해 엘사가 편지를 배달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과 성장과정을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의 눈에 비친 가족과 삶이 웃음과 동시에 고민을 가지게 만든다. 요상한 할배가 가니 요상한 소녀가 왔다. 작가의 마법은 이제 시작된 셈이다.



5. 미야베 월드로의 초대, <비둘기피리 꽃>


’미야베 월드’라는 말이 있다. 이미 전작인 <화차>와 <모방범> 등을 통해 탄탄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세계를 개척한 바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세계를 독자들은 ’미야베 월드’로 부르고, 저자를 ’미미여사’로 부르며 애정하고 있다.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손꼽히는 저자는 미스터리 뿐 아니라 사회비판 소설과 SF, 역사 소설, 청소년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엔 초능력을 지닌 세 명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비둘기피리 꽃>은 어두운 비밀을 지닌 채 흉악한 범죄와 마주한 초능력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형사,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나서는 여자, 보복 살인의 정당성에 대해 질문하는 여자 등 다양한 상처의 흔적을 되짚고 있다. 치밀한 미스터리와 통쾌한 사건 해결의 결말보다는 세상의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하는 여성 심리를 꼼꼼하게 담아내고 있다. 미야베 월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는, 깔끔 한 단편집이다.



6.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내는 시선, <몽화>


아무도 몰랐던 덕혜옹주의 민낯을 세상 속으로 끄집어냈던 작가 권비영의 시선이 다시금 1940년, 경성으로 돌아갔다. 역사 속에서 희생당한 힘없는 여자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저자답게 홀홀단신 경성으로 올라온 소녀 영실이 겪는 사건들이 아프게 그려지고 있다. 부모를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소녀의 앞에 나타난 두 명의 소녀. 그리고 다른 상황과 신분임에도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소녀들의 말간 얼굴이 곱기만 하다.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지만 스쳐지나갔던 수많은 인생들 중 하나를 작가의 필체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속 위안부와 강제 징용 문제를 다시 짚어준다. 너무나 쉽게 잊고 있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이기에 마냥 즐겁게 읽어내릴 수는 없는 이야기기도 하다. 부모도 나라도 지켜주지 못했던 세 소녀의 아픈 삶을 통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7. 들라쿠르의 천부적 감각은 이때부터! <개인주의 가족>


2014년 <행복만을 보았다>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까지 오르며 최고의 책이라 찬사 받았던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데뷔작이 출간되었다. 노란 색 표지가 인상적인 <개인주의 가족>은 가족과 글쓰기라는 두 가지 테마를 흥미롭게 엮어내어 우리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저자 특유의 블랙 유머와 깔끔하고 정갈한 문장, 세상을 바라보는 탁월한 식견과 통찰력이 이 짧은 소설 속에 그대로 묻어 있다. 이미 일곱 살에 첫 시를 써서 천재 작가의 찬사를 받았던 에두아르는 이후 만족할 만한 글을 쓰지 못하고, 정말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구원해 줄 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글이 무언가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순간, 글 자체의 의미를 되짚으며&nb sp; 그 가치를 향해 한 발 내딛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돋보이며, 천재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던 저자 자신의 모습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아프고 아리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8. 모두가 기다려 온 로맹 가리의 글, <게리 쿠퍼여 안녕>


1980년 사망한 작가 로맹 가리의 1964년 발표작 <게리 쿠퍼여 안녕>이 출간되었다, 이미 미국에서 <스키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작가의 최고 성공작에 오른 바 있는 이 작품은 세상에 던져져 쓰린 상처만 입은 채 주변부로 밀려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독설과 유머로 풀어내고 있다. 1963년에서 68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68년 5월 혁명을 암시하고 있으며 세상을 부정하는 네 명의 젊은이들의 혁명 직전의 분노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전쟁과 인종 차별 문제, 인간 혐오의 문제까지 짚어내며 젊은이들의 분노의 이유를 보여 주는 이 작품은, 그들의 선택지인 알프스의 요새로 독자를 끌고 간다. 어디에도 내 집이 없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다른 세상으로 나가길 선택한다. 절망을 해결하는 로맹 가리의 청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9. 편혜영의 문장의 힘, <홀 The Hole>


연달아 이상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문단의 중심에 선 작가 편혜영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느닷없는 교통사고와 아내의 죽음 이후 의지할 곳이라고는 장모밖에 없는 한 남자의 삶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루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위를 의심하는 장모의 심리를 따라가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의지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극한에 다다른 주인공 오기가 마주하게 되는 사건들 역시 소소하지 않고 극적이며 아프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절망적 현실 앞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과거의 오해가 빚어낸 참극이라는 현실이다. 이 작품은 몰입도 높은 문장과 구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작가 편혜영의 또 다른 이야기다. 인물들의 삶을 동정하는 대신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묘한 작품이기도 하다. 진지하게 내 삶을 돌아보고 싶다면, 무언가 막혀 있는 곳이 답답하고 현실이 불안하다면 편혜영의 문장 속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0. 한 편의 누아르 같은 모디아노의 세상,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수상한 해에 발표한 장편소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가 뒤늦게 출간되었다. 스탕달의 작품 속 한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해 온 존재론적 물음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누구보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소설의 예술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 작품 역시 섬세한 문체와 그림 같은 묘사를 만나 볼 수 있다. 한 남자가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하는 이 작품은 서로 맞춰지지 않는 기억의 조각과 마주하는 인물의 심리를 촘촘히 따라가고 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같으면서도 완벽히 소설 같은 구성을 띈 묘한 이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 외에 모디아노의 다른 작품들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모디아노는 이번에도 딱 모디아노답다!


취재: 김정원(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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