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로 비친 삶의 모든 순간
딸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집가던 날까지 아버지는 딸의 모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골목을 사랑한 사진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서울 도심의 골목길 풍경을 쉼 없이 기록했다. 일생을 보모와 가정부로 살았던 여자는 아무도 몰래 40년 동안이나 거리에서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임대 창고에 수십만 장의 필름을 보관한 채로 세상을 떠났고, 임대료를 내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창고에서 필름이 발견되었다. 하루에 필름 한 통씩 50년을 찍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사진을 통해 그녀의 삶은 역추적 되기 시작했다. 찰나를 기록한 책을 통해 훔쳐보는 삶의 모든 순간들.
딸아이의 성장과 1960년대 서울의 변화를 한눈에 <윤미네 집>
최근 ‘비밀독서단’의 선정 도서로 소개되며 다시 한 번 화제가 된 <윤미네 집>이 20년 만에 복간되었다. 불과 1천 권 남짓 제작되었던 책이 20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헌책방을 찾아 헤매는 상황에 이를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 2006년에 작고한 故 전몽각 선생이 딸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집가던 날까지 무려 26년 동안 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둔 이 사진집은 윤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렌즈 너머 아빠의 따뜻한 시선까지도 짐작하게 한다. <윤미네 집>은 역사적인 기록물로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단칸방에서 시작한 윤미네 집의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사진 속 배경으로 고스란히 기록되어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서울의 변천사를 함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사회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가 그의 사진 속에 담겨 있다.
사진을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로 돌아가곤 했던 <골목을 사랑한 사진가>
‘골목 안 사진가’로서 명료하게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포토그래퍼, 김기찬.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골목 안의 풍경을 평생의 테마로 삼았다. 가난하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기억하는 그는 사진을 통해 종종 사직동에 살았던 어린 시절의 삶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이 책은 2005년의 어느 날 홀연히 세상을 떠난 김기찬의 10주기를 기념하여 유고와 그의 동료 및 후학들이 쓴 글을 한 데 모았다. 1부는 그가 자신의 사진에 관해 쓴 글을 모았다. 사진가의 내면세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글이며, ‘잃어버린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서울 근교의 사진들을 통해 산업화와 개발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2부는 선후배 사진가의 회고다. 그의 사진을 변함없이 사랑해 온 사진가와 사회학자, 기자, 건축가, 사진 책 수집가, 미술비평가, 역사학자가 김기찬 작가의 사진이 지닌 가치와 의의를 짚어준다. 두 편의 원고에는 현재의 골목 사진을 함께 실어 지난 10년간 골목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우연히 발견된 필름으로부터 역추적 한 천재 포토그래퍼의 생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2007년, 한 역사가가 경매에 나온 필름 박스를 구매했다. 시간이 지나 우연히 필름 몇 장을 현상해본 역사가는 사진의 예술성에 놀라 자신의 SNS에 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진 사진의 주인은 ‘비비안 마이어.’ 일생을 보모와 가정부로 살았던 여자는 아무도 몰래 40년 동안이나 거리에서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임대료를 내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창고에서 발견된 15만 장의 필름은 하루에 한 통씩 꼬박 50년을 찍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그러나 현상할 형편이 되지 않았던 그녀는 대부분을 필름 째로 보관했고,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는 당시 발견된 필름을 통해 그녀의 신비로운 삶을 역추적하며 작품 세계를 조명한 사진집이다. 비비안 마이어의 시그니처인 셀프 포트레이트와 희귀한 컬러 사진을 포함한 235점의 사진을 한 권에 담았다.
“사진 그리고 삶에 대한 경이로운 명상” <지속의 순간들>
영국 최고의 논픽션 작가이자 소설가, 소설, 에세이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독창적인 글쓰기로 사랑받는 ‘제프 다이어’의 사진 비평집. 알랭 드 보통은 “사진 그리고 삶에 대한 경이로운 명상”이라 평했으며, 현재까지도 “사진에 관한 책들 중 가장 우아한 통찰을 보여주는 수작”이라 평가되고 있다. 그는 사진 속 인물의 제스처나 모자, 벤치, 스크린, 손, 구름, 이발소, 열린 문과 닫힌 문 등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완전히 다른 사진과 연결시킨다. 사진과 사진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제프 다이어만의 시도인 것이다. 또한 모든 사진에 자신의 일화와 평판을 함께 가미하며 나름의 해석을 더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는 마치 불완전하고 기묘한 하나의 ‘사진 백과사전’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학문의 불청객’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이번 책은 저명한 비평가이자 예술가인 존 버거의 말처럼 “삶을 더 크게 볼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