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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13. 2016

재레드 다이아몬드 "AI는 불평등을 촉진할 것"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교수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앞서고, 계층․국가 간 불평등은 날이 갈수록 깊어 간다. 모든 것이 변하는 혼돈의 시기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진다. ‘서울포럼 2016’의 일환으로 5월 11일 장충동 한 호텔에서 열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강연은 그 온도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강연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책 <총, 균, 쇠> <어제까지의 세계>를 통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문화인류학자, 문명연구가다. 그는 우선 자신을 초대한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하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은 최고의 문자 체계를 가진 국가입니다. 한글로는 굉장히 적은 수의 문자만으로 단어를 만들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일본 문자 히라가나/가타카나보다 우월합니다. 이런 한글을 비롯해 한국인의 근면성실성과 교육열이 60년 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작가의 연설 내용은 전통사회에서 배우는 위험에 대처하는 자세였다. 파푸아 뉴기니에서 연구하던 시기 초에 겪은 원주민과의 일화를 묘사하며 연설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높은 고도에서 새를 관찰하고 오후엔 캠핑을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주 평평한 그리고 엄청나게 멋진 숲이 있는 야영지를 찾았지요. 그 곳엔 아주 키가 큰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 아래에 텐트를 쳐야겠다고 생각하고, 뉴기니 사람에게 텐트를 치라고 했더니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죽은 나무가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텐트를 치고 잤습니다. 제가 보기엔 굉장히 두꺼운 나무여서 쓰러질 가능성은 없어보였습니다. 나무가 그날 쓰러질 확률은 천 분의 일도 안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느끼는 것이 과장된 두려움, 즉 편집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뉴기니에서 생활을 지속하면서 매일 나무가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비록 그날 나무가 쓰러질 확률은 1000분의 1이었지만, 수년 간 위험도가 누적되면 사망 확률은 높아진다는 것을 깨닫기에 이른다. 이로써 재레드는 뉴기니인들의 우려를 ’건설적인 편집증’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고 한다.

"현대사회와 전통사회는 느끼는 위험의 종류가 다릅니다. 저와 아내는 뉴기니에서 나무가 쓰러져서 죽을 뻔한 적도 있고, 그 곳에서는 전염병에도 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에선 이런 환경적인 위험은 적고, 오히려 자동차 사고, 암 등 비전염성 질병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린 각기 다른 위험 속에 직면한 것이죠. 한국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평균 수명이 전통사회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여기에 대응, 회복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처럼 위험이 줄고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높아서, 오히려 우리는 잘못된 리스크에 대해 너무 많이 걱정을 하곤 합니다. 실제 발생 가능성이 적은 위험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죠. 우리는 비행기 사고나 테러 공격에 대해선 걱정하지만 사다리에서 떨어질 것을 걱정하진 않습니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테러리스트, 원자력 사고, 비행기 사고, DNA에 기반한 사고-에 대해선 과대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알콜, 자동차, 흡연, 낙상이나 가전제품 등-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현대인들이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통사회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뉴기니 족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해 말했다.

"뉴기니 사람들이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자연을 사랑하는 무지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들도 사람이며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고 삽니다. 이들도 인류 공통의 문제에 대해 우리와 같은 사고를 합니다. 특히 저와 제 아내는 뉴기니 사람들에게서 양육법에 대해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뉴기니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많은 자유를 줍니다. 덕분에 뉴기니 아이들은 자기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큽니다. 5살만 되어도 어른들과 협상을 합니다. 또, 뉴기니 사람들은 체벌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노년은 매우 끔찍한 시기이지만, 뉴기니에선 사회적인 연결성을 유지한 채 의미 있는 노년을 삽니다. 또 뉴기니에서는 뇌졸증이나 당뇨병으로 죽을 확률이 낮습니다. 뉴기니의 생활방식을 배우고 나서 이런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을 낮추었습니다. 다섯 개의 언어를 할 줄 알아서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도 있지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현대의 문명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이 아닌 전통 사회로부터 선별해서 배워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연을 끝맺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사랑하는 팬들과 정재계 주요인사들이 함께 모였다.

"인공지능(AI)은 불평등 촉진할 것"

최근 한국을 방문해 화제를 일으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영상 질문이 이어졌다. 애초 예정된 것은 다섯 개의 질문이었지만 현장에서는 단 하나의 질문만이 주어졌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당신의 책은 매우 큰 성공을 거두고 세계적 영향력을 미쳤는데, 일반인들이나 학자들에게 당신의 책이 오독되는 부분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재레드 교수는 "매우 두려운 질문"이라고 응수하며 "전통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굉장히 이상적으로 얘기합니다. 그들(전통사회적 삶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평화로울 것이고 폭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폭력적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도하게 전통사회를 이상화해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대한 대한 경계심을 표한 것이다.

주최 측이 관객으로부터 사전에 받은 질문이 재레드 교수에게 주어졌다. 질문의 내용은 "AI는 인류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인가? 완화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일단 "AI는 불평등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AI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더 가난해지게 되고, 한국처럼 관련된 컨퍼런스도 열고 이것을 이용할 수 있는 국가들은 더 부유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긍정적인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AI 기술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파급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럴 경우 AI가 평등성을 향상하고 불평등을 낮추게 됩니다."

전통 사회 문명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현재에 활용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까? 뜨거운 열기 속에 열린 재레드 다이아몬드 강연회는 우리가 오래된 것이라 치부한 전통사회의 문화 및 생활 방식 속에 미래를 대비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방법이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사진 제공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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