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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16. 2016

'철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신정근 북토크

기자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철학 전공자로서 철학의 가치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는 이율배반적이다. 삶에는 반드시 철학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철학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특정 철학자의 이론을 달달 외우는 것만이 ’철학 하기’의 전부라면, 다들 <철학 대사전> 한 권씩 사서 집안에 들여놓기만 해도 세상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설립 40주년 기획도서 출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신정근 작가의 강연을 들으러 지난 4월 21일, 합정동 ’빨간책방 카페’로 향했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노자와 묵자? 그들의 이야기가 저성장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과연 무슨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나와 너, 우리 사이에 있는 노자와 묵자를 찾아

흔히 동양 사상을 유(儒)·불(佛)·도(道) 세 가지로 크게 나누지만, 이러한 분류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신정근 작가의 해석이었다. 그보다는 사상가별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래야 각 사상가별로 주장하는 내용의 차이는 물론, 그것의 현대적 의미도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자와 묵자가 살던 시대는 춘추전국시대(BC 770~BC 221)였다. 중국이 수많은 작은 나라들로 쪼개져, 각 나라들이 다시금 대륙을 제패하고 자신들의 주도 하에 통일하고자 했던 시대였다. 당연히 각국의 주된 관심사는 이를 가능케 해줄 부국강병이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 제자 백가의 사상 역시 이러한 부국강병이라는 테마에 대한 사상가 나름의 해석들의 모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노자와 묵자가 부국강병에 대해 가진 태도는 어떠했을까. 두 사상가는 부국강병을 폐하는 것이 목표였다. 부국강병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비인간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노자는 유(有)보다 무(無)가 더 낫다며 소유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했다. 묵자는 별(別)이 아닌 겸(兼)을 통해 각 사람 간의 차별을 없애고 세계의 평화를 이루자고 주장했다.



여기서 신정근 작가는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를 지적한다. 모두가 다 똑같은 목표, 구체적으로 말하면 돈과 권력, 명예를 얻기 위해서 질주하고, 남보다 뒤처지면 속상해하는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다 똑같은 삶을 살 수 없고 각 개인은 나름의 존재가치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기 때문에 불행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을 쉽게 차별하고 헐뜯게 되며 결국은 마이너스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신정근 작가는 무소유의 삶을 사는 사람들,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위해 기꺼이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을 각각 노자와 묵자 사상의 실천자들이라고 부르면서, 나와 너, 우리에게도 노자와 묵자적인 부분을 찾아 실천에 옮긴다면 우리의 삶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개인이 모여 철학으로 세상을 바꾸자

본 강연이 끝난 후에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신정근 작가는 이 시간을 통해, 철학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생각하고, 그 해결을 모색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가 중요하다고 여긴 것은 호모 레골리안(Homo Legolian, 유명한 블록 맞추기 장난감 레고 Lego에서 따온 말)적 현대인이다. 레고는 조립하기에 따라 공룡도 자동차도 비행기도 될 수 있으며, 어떤 형태를 이루었다가도 해체되어 또 새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현대인들도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역동적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운동도 과거처럼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 의해 동원된 방식이 아니라, 건강한 개개인을 중심으로 한 개방되고 자유로운 방식의 운동으로 바뀌어 나갈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추세는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과거 산업혁명기에도 바뀐 산업 체계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된 실업자들이 다른 직업을 찾아가면서, 이전에 극소수 사람들만 알고 있던 새로운 직업들이 널리 알려지고, 이를 통해 사회의 역동성이 높아졌다.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전환하고 있는 현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신정근 작가는 가까운 미래인 2030~2040년대에 한국 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강연이 끝나고 귀가하면서 기자는 역시 철학은 이론을 외우는 것이 아닌 탐구와 실천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새겼다. 철학이 실종되어가는 사회에서 철학도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일까를 새삼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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