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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an 18. 2016

<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저자 북토크



새해를 코앞에 둔 지난 12월 28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우물에서 하늘 보기>의 저자인 황현산 문학평론가와 독자와의 만남이 있었다. 김수이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북콘서트는 황현산 저자가 들려주는 시의 메시지와 함께 청중들이 감명 깊었던 책 속 구절을 직접 낭송해보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황현산 문학평론가가 평생을 왜 그토록 시와 가깝게 살아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되었다. 황현산 저자는 시 때문에 살고, 시를 위해서 살았고, 시에 의해 밥을 먹고살았으니 평생 시가 자신의 업(業)인 셈이라고 말했다. 6.25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전남 신암군 비금면 낙도의 작은 섬에 들어가 7년의 유년기를 보냈는데 그때의 경험이 시와 가까워지는 데 큰 바탕이 되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일흔을 맞이한 자신에게 7년의 세월은 살아온 인생의 10분의 1에 해당된다며, 자신을 키운 8할은 그 시절 그 시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서낭봉이 300 미터도 채 안 되는 작은 섬마을. 그곳에서의 생활 속에서 어린 소년이 배운 건 단연 ‘말’이었다. 당시 섬에서는 육지와 달리 옛날 말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섬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들어온 사람들이 모여 삶의 터전을 일군 곳이었다. 이들은 전쟁 때 세운 공으로 갯벌을 상으로 받고 섬에 들어왔는데 섬이라는 지형적 성격 덕분에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다. 덕분에 육지보다 좀 더 풍성한 표현을 배우고, 학교에선 교과서를 배우며 사투리를 표준어로 바꿔 쓰는 가운데 말이 가진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가 바로 문학을 공부하게 된 최초의 에너지가 만들어진 시절, 언어에 대한 흥분을 실감한 때였다고 밝혔다.



당시 저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물에도 전율했고, 시(詩)라는 특별한 언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를 통해 마치 구멍을 뚫어 보게 되는 다른 세상과 같았으며 또 하나의 세상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훗날 문학 선생을 하면서 시를 계속 읽고 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또한 행운이었다. 학생들이 뜻밖의 질문을 할 때마다 아무리 쉽게 생각한 시도 그 안에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언어란 명백하게 이해했음에도 또 다른 깊이가 남아있다는 걸 깨닫고 보니 시는 결국 우리 삶 속의 비밀, 또 하나의 희망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잘 쓴 시(詩)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이에 저자는 상투적이지 않은 시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상투적인 시가 되지 않으려면 시가 가진 형식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찾으려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하며 반복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언어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한 시가 잘 쓴 시라고 말했다. 무릇 시는 인간이 살아야 할 세계를 그려낸다. 하지만 척박한 삶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발견해 거룩한 어떤 세계와 연결할 때 비로소 시로부터 삶에 대한 믿음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갖게 하는 시가 탄탄한 언어로 표현될 때 좋은 시라고 말할 수 있다.





시를 평론하는 대신, 직접 시를 써보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도 있었다. 저자는 그에 대한 답변으로 ‘비평가와 창작자와의 간극’을 이야기했다. 창작은 자기 안의 온갖 비루한 것을 다 끄집어낼 줄 알아야 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우리 안에는 ‘또 다른 나‘가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 이 타자의 목소리를 억압하게 되어 창작 활동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창작자라면 솔직하고 가감 없이 제 안의 목소리를 뱉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한국 시는 언어적 표현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시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더 많은 활용을 해보라 말했다. 시를 통해 삶을 정리하고,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니 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워보는 시간이 되었다. 흔히 시는 어렵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시 한 줄 큰 소리로 읽어보는 건 어떨까. 오늘부터라도 시를 조금씩 가까이하는 습관을 가져서 더 넓은 세상 밖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취재·사진: 이지현(북DB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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