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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02. 2016

불완전한 '나'를 온전히 사랑할 시간

'혜민스님 마음 치유 콘서트' 현장스케치 



펑크 록밴드 노브레인의 노래 ’넌 내게 반했어’에 맞춰 빨간 목도리를 두른 혜민스님의 앙증맞은 막춤으로 콘서트는 시작됐다. 예상 밖의 모습에 깜짝 놀란 관객들에게 파도타기까지 시키고는 "내 나이가 몇인데..."라고 숨을 헐떡이자 관객석에서는 "와아~" 웃음이 터져 나온다.

관객들의 시선이 빨간 목도리에 꽂힌 걸 의식했는지 "무대 의상 어때요?"라고 물으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작년 겨울 조수미 님 콘서트에 갔었는데 의상을 다섯 번 갈아 입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승려는 옷을 갈아입을 수가 없잖아요. 동대문에 가서 만원 주고 사 왔어요." ’동네 스님’이라는 별명처럼 통념을 깬 소탈하고 유머 넘치는 혜민스님의 모습에 이른바 ’불금’에 이런저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콘서트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이 편안하게 열린다. 자, 지금부터 혜민스님에게 반할 시간이다.

인터파크도서가 주최한 여섯 번째 북잼 콘서트의 주인공은 스테디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후 4년 만에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혜민스님이다. 편안하고 따뜻한 소통법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이 시대 최고의 힐링 멘토답게 4월 29일 저녁 8시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혜민스님 마음 치유 콘서트’는 1천여 좌석이 조기에 매진됐다.



’마음 치유 콘서트’는 혜민스님이 삶 속에서 최근 깨달은 것을 관객들에게 전하며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혜민스님은 우선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에 펴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도 일맥상통하는 주제. 나 자신이 완벽하지 않듯 세상 그 무엇도 완벽하지 않음을, 그럴수록 더 크고 깊은 사랑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어렸을 때 햇빛도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사는 게 창피했는데 지나고 보니 가난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요. 우선 물려받을 유산이 없으니 형제 간에 우애가 좋고, 승려가 돼서는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니 자비심의 큰 바탕이 됐어요. 스스로 불만족한 부분을 뒤집어보면 배울 게 분명히 있어요."

혜민스님의 두 번째 메시지는 "우리에게는 적당한 책임이 있습니다"였다. 자기 행동의 결과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도 문제고, 반대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것을 다 내 잘못으로 뒤집어쓰는 소위 ’착한 병’도 문제라는 것. 혜민스님은 후자가 더 괴로움을 겪는다며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본인에게 먼저 착한 사람이 되라"라고 방법을 제시했다.



다음 순서는 혜민스님이 관객의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즉문즉답’ 시간. 관객과 스님의 대화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Q 화가 나면 감정 조절이 안 돼 친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줘요. 어떻게 하면 감정 조절을 잘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견딜 수 있는 총량이 있어요. 그걸 넘어서는 순간 내 몸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누가 요구하고 부탁하면 나도 모르게 불쑥 올라와요. 이럴 땐 숨으로 돌아와야 해요. 우리의 마음 상태와 숨은 딱 붙어 있어요. 마음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숨을 컨트롤하면 돼요. 눈을 감고 편하게 다섯 번 숨을 쉬어 봐요. 숨만 쉬었을 뿐인데 마음이 편안해져요. 또 매일 15분씩 심장이 벌떡벌떡 뛸 수 있는 운동을 하세요. 혼자 있는 시간도 가지세요. 회사일이 끝나면 산책을 하거나 교회 혹은 절에 들러 30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보낸 후 집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Q 스님이 이성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감정을 따라 하기엔 감정을 믿을 수가 없어요.

"흔히 오해를 하는데 감정을 따라가라는 게 아니라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와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는 거예요. 이것을 불교에서는 ’알아차림’이라고 해요. ’내가 이러고 있구나’하고 내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죠. 내가 가까워져야 할 대상은 고요함입니다. 내 본성인 고요함과 조우하면 감정의 바다에 출렁여 허우적대지 않을 수 있어요. "

Q 3수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요.

"세상은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요.(웃음) 그리고 인생 전체로 봤을 때 3수는 하나도 안 중요해요. 사람들은 흔히 착각을 해요. 내가 느끼는 게 오래갈 것이라고. 하지만 즐거움도 무상이듯이 고통 자체도 무상이에요.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어요. 가끔 젊은 사람들 보면 목표와 욕심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넘어설 만한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냉정히 물어봐야 해요.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작은 성공을 많이 경험하는 거예요. 구체적인 성공 없이 높은 데만 보면 허송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어요. "

혜민스님은 중요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문제인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들려줬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인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대다수는 무시하고 살아요. 한참 뒤에 깨달으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씩 원하는 걸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자주 말하다 보면 그것도 늡니다. 모두가 자장면 먹고 싶다고 할 때 내가 짬뽕을 먹고 싶으면 ’나 짬뽕 먹을게요’라고 말하세요."

1부의 마지막은 세계적인 아카펠라 그룹 솔리스츠가 장식했다. 혜민스님은 솔리스츠의 아카펠라 반주에 맞춰 이브 몽탕의 샹송 ’Autumn Leaves’를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며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2부에서는 내 안의 고요와 만나며 나를 위로하는 ’마음 치유 명상’을 관객들이 스스로 실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혜민스님은 관객들에게 그동안 다른 사람의 이름만 불렀던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듯이 크게 3번 불러보라고 했다. "사는 거 많이 힘들었지? 고마워..."라고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관객들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마주 앉아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 연결돼 있는 존재임을 확인해보았다. 관객들의 참여가 소극적인 여느 콘서트에 비해 ’마음 치유 콘서트’에 온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혜민스님과 함께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업무 적응에 힘들어하는 신입사원이 무대에 나와 혜민스님과 눈을 바라보며 따뜻한 위로를 받았고,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 두 쌍 또한 함께 살면서도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본 적이 없음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을 나누었다.

공연장의 불을 모두 끈 채 눈을 감고 오른손을 심장에 얹어 위아래를 마사지하듯이 어루만지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타인을 용서하는 순서도 있었다.

"몸아 참 고맙다. 내 것이라 당연히 여기면서 막 쓰고 살았는데 네가 있어서 이 생애서 많은 걸 배웠구나.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몸아 참 고맙다."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치여 상처받았던 나를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 보기에는 부족해 보여도 나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나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나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기를. 그 사람을 잊고 내 삶을 살아야 하니까. 그 사람을 미워하면서 나 스스로를 괴롭힌 나를 또 용서할 수 있기를. 내가 행복해지기를.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옆 사람의 손을 잡고 따뜻한 통로로 삼아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축복했다.

"어딜 가나 항상 보호받으시기를. 어딜 가나 항상 인정받으시기를. 어딜 가나 항상 사랑받으시기를. 내 인생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건 고마운 당신이 계셔서입니다.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요."



깜깜한 객석 여기저기서 흐느낌이 흘러나왔고, 불이 켜지자 많은 사람들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혜민스님은 ’마음 치유 명상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자며 당장 오늘 돌아가는 길에 스무 명에게 "건강해지시길", "행복해지시길" 이렇게 축복을 내려주자고 관객들과 약속했다. 타인을 축복하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행복해지고, 내 마음이 온전해지기 때문이라며 그 경험을 꼭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콘서트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혜민스님은 관객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존재와 존재, 거대한 침묵과 침묵이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세상을 살면서 힘들 때 백 마디 말보다 그냥 아무 말없이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줄 때 더 큰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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