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대통령은 지금, 당신 편입니까?

제3화

by 인터파크 북DB

<제3편>


대통령,
그의 벙커는 ’골방’입니다.

청와대는 세수 부족을 호소하면서도 왜 재벌기업의 법인세 감면을 고집하고 있는 걸까요. 궁금하던 차에 때맞춰 어버이연합과 전경련, 국정원과 청와대, 그들의 동맹사슬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드러난 그 이익관계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놀랐습니다. 전경련의 돈이 어버이연합을 움직였고, 어버이연합은 국정원과 청와대 입맛에 맞는 스피커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청와대는 전경련에 줄 것이 있었고요. 이를테면 법인세 감면 같은 거겠죠.

개발독재시대 대통령 권력은 재벌들에게 일방적이었습니다. 줄줄이 불려가서 쥐어박히며 비자금을 바쳤죠. 그런데 이제 그들도 컸습니다.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은 거죠. 요즘에는 오히려 재벌들이 권력자의 목말을 타고 앉은 모양입니다. 곳곳에서 그것이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성에 차지 않으면 이제 그들은 권력자를 향해 은밀히 눈을 부라릴 것입니다. 권력자가 그들이 내민 달콤한 독배를 마셨다면 더욱 그 꼴이 말이 아닐 것입니다. 바로 거기가 대통령의 굴욕의 지점입니다. 임기 내내 대통령은 권력을 머리에 이고 그들의 입맛에 끌려다닐 겁니다. 그는 더 이상 국민의 대리인이 아닙니다. 힘 있는 자들의 대리인이며 그들의 수행자인 것이죠. 그것에서 굴욕을 느낀다면 다행입니다. 굴욕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 굴욕의 메커니즘을 깰 수만 있다면 희망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설 속 ’코드원’은 자신을 골방에 가두고 거기에서 두 가지를 합니다. 먼저는 그만의 유희입니다. 음악을 듣거나, 음악에 도취되어 춤을 춥니다. 가끔은 알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 자신이 국민의 대리인으로서의 일을 완수하기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계획하는 것입니다. 그 일을 은밀히 합니다. ’코드원’은 지금 그 메커니즘을 깨기 위한 길로 들어섰습니다. 어깨에 제법 힘이 들어가 보입니다. 전투에 나서는 장수의 비장함도 엿보이고요.

그는 주방으로 가 소주병을 꺼내왔다. 김치보시기도 함께 들여왔다. 한 병을 비웠다. 명민해졌다. 머릿속이 맑아진 것만큼 훌륭한 컨디션은 없다.

그들은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누구편이냐? 질문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돌연히 던져진다. 앞에 앉은 그가 당신은 누구 편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아무리 그럴싸하게 꾸며도, 그 질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는 늘 당황했고, 그 당황한 표정을 감추려 애썼다.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응해 생각해둔 답이 없었다. 오직 어느 편인가에 따라서 경각에 달렸던 수많았던 목숨들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마치 지뢰를 밟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내 욕됨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는 거듭되는 질문 속에 새벽이 오기까지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앉아 있다가 문득 일어나 춤을 춘다. 아무렇게나 추는 춤이었다. 팔이 흐르는 대로 발이 움직이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런데 추는 동안 격이 섰다. 격이 서면서 정성껏 추게 되었다. 이때에도 허공으로 떠오른 선율 사이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충실히 몸 안으로 스몄다.

허물을 벗을 자유, 헛것에 휘둘리지 않는 홀가분함. 몽골 초원 고르기의 게르 안에서 보았던 새끼 양이 떠올랐다. 그 푸른 눈빛이 기억 속에 오래 있었다. 춤은 갈수록 서글퍼졌다. 서글퍼지기 시작하면서, 그 감정의 맹아에 어떤 힘이 깃드는 것이 느껴졌다. 힘이 느껴지면서 허르헉의 누린내와 아르닥의 슬픈 노래가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춤을 추는 동안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었다. 골방과 만나는 미로의 끝에 다시 그의 아내가 서 있었다. 노크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언제부터 거기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들어서면서 방이 왜 이 모양이 되었느냐고 물으려던 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미로의 끝에서 만난 알몸의 그의 모습이, 그 행태가 이미 그것을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허공으로 떠올랐던 팔을 힘겹게 거두었다. 그것을 거두어들이는 동안에 수많은 말이 그의 입에서 쏟아졌다. 소리가 되지 못하고 쏟아진 그것들이 방 안에 지천이었다.
-<대통령의 골방> 본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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