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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23. 2016

뜨거운 영화 ‘곡성’을 완성하는 세 가지 키워드

영화 '곡성'의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20th Century Fox Korea)


조용했던 지방의 한 시골 마을에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의문의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사건의 주동자라 의심되는 외지인에 대한 소문은 무성해지고 사건에 휘말리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경찰이자 마을의 주민인 '종구(곽도원)'는 앞서 점점 이상 증세를 보이는 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시작한다. 영화 ‘곡성’의 줄거리다.

개봉 11일 만에 누적관객수 454만 명(5월 22일 기준)을 돌파한 '곡성'은 독주 중이던 '시빌 워'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지만 개봉 후, 영화 그 자체의 이야기만으로 끊임없이 회자된다는 사실을 놓고 보았을 때 '곡성'은 현재 가장 뜨거운 영화 임이 틀림없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실체 없는 악과 소문, 의심으로 쉴 새 없이 현혹시킨다. 사건의 연쇄,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타인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보면서도 관객들은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채로 충격적 결말에 떠밀리듯 다다른다.

'곡성'은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과 함께 심오한 주제와 몰입도를 높이는 파격적인 연출, 신선한 소재 등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영화 '곡성'을 완성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해당 주제를 다룬 주목할 만한 도서들을 함께 살펴보자.

1 한국형 오컬트 영화

물질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을 의미하는 '오컬트' 요소는 대중들에게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잔인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 장르를 의미하는 '고딕 소설'의 고전 <프랑켄슈타인>이나 <드라큘라>, 현대에 와서는 <엑소시스트>, <오멘> 등 영화를 통해 오컬트, 호러 요소에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성'의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당과 굿이라는 토속적 소재의 결합이 인상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사람의 시체를 통해 새로운 존재가 되어 다시 태어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은 영화 속의 한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랑켄슈타인은 일그러진 인간의 욕망으로 탄생한 존재라는 점이다. 괴물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늘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을 열망했고, 결국 사람들의 혐오감과 인간 사회에서의 추방으로 인해 비극을 일으키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은 작가 '메리 셸리'가 열아홉 살의 나이로 집필한 작품이다. 그녀는 "우리 본성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일깨워 소름 돋게 만드는 이야기, 읽는 이가 겁에 질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피가 얼어붙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한 인터뷰를 통해 '곡성'의 이야기가 애초에 일반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이 영화가 시사하는 주제만큼은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적이고 강렬한 결말만큼이나 관객들의 뇌리에 깊숙이 남게 되었다.

2 입체적 캐릭터 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

'곡성'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중심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네 명의 인물이 지닌 입체적 성격은 영화를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뚜렷하게 정체가 밝혀진 바 없지만 무성한 소문의 주인공인 의문의 외지인(쿠니무라 준), 이상 증세를 보이는 딸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종구(곽도원), 뭔가를 다 알고 있다는 듯 계속해서 주인공들의 주변을 맴도는 무명(천우희), 그리고 딸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종구가 함께 손을 잡은 무당 일광(황정민)이다.

이중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목표와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는 종구뿐이다. 외지인도 무명도 일광도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는 누가 악인이고 누가 선인인지 확신할 수 없다. 꾸준히 이들의 정체가 타인의 의심과 말로 완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소설 <종의 기원>은 조금 더 명확한 접근을 통해 인간의 본성, 그중에서도 '악'에 대한 근원적 탐구를 시도하는 작품이다. 이미 <7년의 밤>과 <28> 등의 전작들을 통해 정유정 작가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인 악을 그려왔다. <종의 기원>을 통해서는 한 청년이 어린 시절부터 학습되어 온 도덕, 교육, 윤리적 세계관을 깨고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그간 시도해온 외부에서의 관찰이 아닌, 한 인물의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더욱 폭발적인 악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세간의 존경을 받는 박사 '지킬'과 저주받아 마땅한 젊은이라 불리는 '하이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분열된 자아'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다루었던 고전이자 명작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하이드'의 진짜 정체성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악마적 성향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의 분열된 자아, 선과 악의 이중성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을 대신 전한다.

3 소문과 의심으로 얼룩진 미스터리

이유를 알 수 없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 그리고 점차 이상 증세를 보이는 종구의 딸.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간의 대립. '곡성'의 중심 스토리는 영화의 음침하고 우울함을 고조시키는 캐릭터와 소재의 결합으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지난 2014년 여름에 출간된 소설 <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 역시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스티븐 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 '데니스 루헤인'이 자신의 임프린트를 열면서 직접 선택하여 출간한 작품으로 화제를 일으킨 작품으로 물놀이를 나간 두 소녀 중 한 명이 실종된 사건을 배경으로 뜻밖의 결말을 선사한다. 어느 순간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오컬트 작품이었다가 고독한 캐릭터들의 심리를 통찰하는 드라마이기도 하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성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곡성'과 <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는 닮은 듯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 뒤 숨겨진 이야기를 캐내려 하는 아들과 비밀을 숨기려는 시골 마을 사람들의 대결을 그린 윤태호 작가의 <이끼> 역시 서스펜스 스릴러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강렬한 캐릭터와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 속에 전개되는 미스터리 한 스토리 속에 선과 악, 진실과 거짓, 복수와 구원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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