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합정동 빨간책방 카페에서는 <마니아마추어의 시대가 온다>의 저자 임형택 작가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 강연회는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설립 40주년 기획도서 출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서 올해 4월, 6월, 8월, 10월에 한 달에 두 명씩 저자 강연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마니아마추어'란 마니아(mania)와 아마추어(amateur)의 합성어로 침묵하는 다수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의 중간자이며, 떠드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삶의 자세와 실천적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저자는 마니아마추어야말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 '있어야 할' 사람으로 보았다. 왜 그런 결론이 나왔을까?
↑ 임형택 작가의 책 <마니아마추어의 시대가 온다>
저자는 현대를 전문성이 와해된 시대로까지 규정했다. 정보화 혁명으로 인해 모든 지식과 자료는 다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에 딸려 온 개인 미디어의 역기능으로 인해 뇌가 피곤해진 사람들은 오히려 단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별다른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중립적 입장의 사람들을 공격함으로써 사회를 갈수록 V자형 사회, 즉 극단적인 사회로 만들고 있다.
오히려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갖추고,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는 유형의 개인인 마니아마추어는 이렇게 당파싸움이 난무하는 사회에 중립지대를 제공하고, 사회에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면서 이상적인 마니아마추어로 이재형 축구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을 들었다. 바통을 넘겨받아 강의를 계속한 이재형 소장은 어릴 적 어머니의 반대로 축구를 못하게 된 것이 한이 되어서 축구에 관련된 아이템들을 모으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4만 8000점에 달하는 축구 관련 물품들을 가지고 있다. 가장 어렵게 구한 아이템으로 안정환 선수가 2002년도에 찼던 축구공(에콰도르로 넘어간 것을 힘들게 구해왔다고 한다. 가치는 무려 22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아이템으로 북한 축구 관련 아이템을 드는 이재형 소장. 그는 "좋아하는 취미를 의무적으로 꾸준히 진행했다"라며 "본인이 잘 해야 빛이 나고 훌륭한 마니아가 된다. 그러면 '부와 명예'가 따라온다. 열정 없이 안 되는 것이 없다"라고 '바람직한 마니아마추어의 길'을 강조했다.
↑ 강의 중인 임형택 작가
오랫동안 마니아로 살아온 기자는 이날의 강연을 듣고 의구심이 생겼다. 마니아들, 특히 직업과 연계되지 않은 마니아들은 비전문적 집단이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부족하며, 마니아 내부에서는 스노비즘, 몰개성, 당파싸움 등 주류 사회의 문제점을 답습하는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지적하자 저자는 "이 책의 주장은 개인주의를 사회에 접목하자는 것."이라며, "마니아가 되어 개인의 행복을 양껏 추구하고 사회적인 행복으로까지 나아가기를 원한다. 어떤 전략전술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했다.
다른 독자도 비슷한 질문을 했다. 그는 "마니아마추어를 어떻게 주체성 있는 대중으로 볼 수 있는가? 대중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헛소문도 사실로 믿는 경우가 많다. 마니아들 역시 관심분야 말고는 무관심한 것은 다른 대중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임형택 작가는 "일반인들은 생각할 시간 없이 계속 보기만 하지만 마니아는 주체의식이 있기에 멈출 수도 있다. 마니아는 개별성을 갖추고 개인 존중을 위해 노력하며 제대로 놀 줄 알뿐더러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사회는 질적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재형 소장에게도 질문이 돌아갔다. 도대체 무슨 수로 그렇게 비싸고 귀한 물건들을 구하냐는 요지였다. 이에 이재형 소장은 "처음에는 싸고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다. 귀한 물건을 얻으려면 자신도 중요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 나도 족쇄가 될 것 같아서 월급의 30%까지만 투자한다."라고 밝혔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취미문화, 그리고 그것을 열렬히 즐기는 마니아층이 부족할 뿐 아니라 관련 논의도 빈약하다. 이 책이 그런 논의들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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