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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만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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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19. 2016

임경선 "남녀 사이의 어떤 일도 불가사의하지 않다"

지난 4월 초, 빨간책방 카페에서는 최근 신작 <나의 남자>를 펴낸 소설가 임경선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다.

과거 히트했던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의 소설 <나의 남자>. 임경선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 소설을 썼을까? 임경선 작가는 출판사 예담의 배윤영 편집자와의 대담을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배윤영 편집자(좌)와 임경선 작가(우)

자신의 생활을 바탕으로 실감 나는 소설을

<나의 남자> 출간 직후 바로 후속 서적 제작에 들어갔다는 임경선 작가. 가만히 있으면 공허해지니 계속 바쁘게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남자>는 많은 부분을 임경선 작가의 생활 속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남자 주인공 ’성현’의 모델은 상수동 카페 ’커피발전소’의 사장님. 섬세하고 예민한 남자에 대한 본인의 애정을 담아 초식남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남편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라고 한다. 여자 주인공 ’지운’과 그 배경은 작가 본인과 주변 상황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임경선 작가는 결혼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결혼 당시의 남편보다 지금의 남편이 더욱 멋있다는 그녀. 하지만 다음 생에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때가 되면 결혼제도 자체가 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었다.

소설의 주제를 이루는 지운과 성현의 사랑에 대해 그녀는 사랑이란 의지로만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대충 이성적인 존재이기에 감정에 휩쓸릴 수 있으며, 남녀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불가사의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그런 사랑이 온다면 어떻게 할지 장담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감정 자체에 대해서는 관대해야 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책임은 져야 한다고 그녀는 확실히 말했다.

독자들이 어떤 시각으로 이 책을 봐 주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 책을 독자들 개개인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봐주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스스로의 편견을 부수고 불완전함을 이해하며 상상력의 외연을 넓히는 측면으로 보기를 바랐다.

임경선 작가의 애정관은 어떨까? 그녀는 20대 때는 사랑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고 한다. 연애와 결혼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 했다. 그러나 40대가 된 지금에는 그것이 성급한 생각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은 사랑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랑이야말로 삶을 윤기 나고 빛나고 생생하게 해주며, 고양감을 주는 것이다. 그는 이 자리를 찾아온 관객들에게 사랑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뒤를 보지 말고 뛰어들 것을 권했다.

앞으로 그녀는 에세이를 두 권 정도 내고 싶고 소설도 계속해서 쓰고 싶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가리켜 여자 마음을 잘 묘사하는 작가라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스로의 생각만 잘 대변한다며 웃었다.


↑ 임경선 작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묻고 답하기

본 강연이 끝나고 벌어진 묻고 답하기 시간에는 기자가 취재한 그 어떤 강연 때보다도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 재미있는 것들을 고르고 골라 소개해 본다.

Q 가사와 집필을 병행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집에 다른 가족들이 없는 낮 시간에 집필한다. 시간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사에 임한다. 예를 들면 설거지를 남편에게 맡긴다거나. 육아할 때도 책 생각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집필을 할 수 없다.

Q 작중 캐릭터의 모델인 남편과 ’커피발전소’ 사장님은 이 책을 읽었는가?

남편은 내 글을 일체 읽지 않는다. 그것은 독서 취향이 다르기도 하지만 내 집필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커피발전소’ 사장님은 이 책을 보긴 했으나 평은 일체 하지 않았다.

Q 딸이 이 책을 본다면?

어머니는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는 딸이 어떤 사랑을 하더라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상처 입히지 않았으면 한다.

Q 연애할 때 여자가 해야 하는 행동은?

우선 물꼬를 여자가 터 줘야 한다. 남자는 둔감하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고백 외에는 무엇이나 해도 된다. 여자가 고백하면 남자가 도망갈 수 있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고 장점을 인정해주는 여성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런 마인드를 가져라.

Q 일부러 쉬운 문체로 쓰려고 하는 건가?

나는 어렸을 적에 장기 외국 생활로 어려운 한국어 문장을 못 쓴다. 나는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려 했다. 읽기 어려운 글은 독자들에게 불친절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Q 상당히 다작을 한다. 다른 작가들 같은 경우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이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직 여유 있다는 소리다. 나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듯이 하루 4~5시간은 글을 쓴다. 몇 달 동안 쉬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

Q 남편과의 사랑을 가장 크게 느끼는 행위는?

밥 한 공기 나눠먹기와 손깍지 끼기였다. 연애할 때 내가 남긴 밥을 먹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나 좋고 사랑스러웠다. 손깍지를 끼고 손잡는 것도 의외로 밀착이 강하게 되고 야한 행동이다. 많이 자주 해보기 바란다.

Q 책에도 미술관 티켓을 주는 편집자가 나온다. 실제 편집자와의 파트너십은?

글 쓰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을 집어넣고 싶다. 배윤영 편집자와의 관계는 2012년부터 시작되었다. 많이 의지하고 죽이 잘 맞는 사이이다.

Q 글쓰기 외에 가장 열정을 갖고 있는 일은?

강아지를 한 마리 입양하고 싶다.


↑ 강연 후 진행된 사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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