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노후를 걱정하는 시대다. 불과 반세기 전인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인에게 '은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한국인 평균 수명이 60세 이하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했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와 의학의 발전으로 오늘날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무려 81세가 넘는다. 60세까지 일하고 은퇴를 한다고 해도 무려 2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할 판. 당연히 수입이 없는 노후의 생활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이에 <연급 부자들>의 저자이자 한국재무설계주식회사 상무이사인 이영주 저자는 '연금'을 그 해법으로 내놓았다. 지난 4월 20일, 역삼동 YSD 빌딩에서 열린 그의 저자 강연회에서 그 구체적인 이야기가 펼쳐졌다.
재산(財産)은 돈(財)과 일자리(産)를 합친 합성어다. 은퇴 후에는 일거리가 사라진다. 건강도 친구도 사라진다. 그런 상황에서 재테크만 열심히 한다면? 결론은 그래도 힘들다.
설령 10억이 있다고 해도 치매 등의 큰 병에 걸려서 한 달에 300만 원씩 치료비로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 어쩔 텐가? 원래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다른 조건이 같더라도 한 달에 500만 원씩 연금을 받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300만 원의 치료비를 내도 한 달에 남는 돈 200만 원씩을 쓸 수 있다. 병에 걸렸어도 자식들은 부모님의 오랜 생존을 바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연금을 가진 부모님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가.
또한 목돈은 사기 등으로 인해 큰돈을 날릴 위험이 있다. 그러나 연금은 날릴 수 있는 돈에도 한계가 있다. 앞서의 예를 들 경우 설령 오늘 500만 원을 사기당해 잃더라도 어떻게든 한 달만 버티면 다시 500만 원이 생기는 것이다.
퇴직 후에도 일정한 고정 수입을 보장해 주는 금융제도. 즉 연금은 몸을 많이 쓰는 직업 특성상 정년이 빠른 군인들을 위해 처음 생겨났다. 과거의 연금은 돈이나 현물 대신 부동산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 부동산에 집이나 별장, 여관 등을 지어놓고 세를 받는 식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부동산은 투기의 온상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재테크가 아닌 산테크(産tech)의 시대, 즉 평생 할 일과 소득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다. 앞으로의 진짜 재산은 연금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강연 후반, 이영주 작가는 연금 운용에 대한 실전적인 노하우들도 여럿 알려주었다. 그는 노후에 받고 싶은 만큼 매달 낼 것을 조언한다. 노후에 월 100만 원씩을 받고 싶다면 매달 100만 원씩 적립하라는 것. 월 소득의 30%까지는 노후 자금을 위해 쓰는 것이 좋고, 기초생활비인 월 150만 원이 나오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다. 주부와 같이 소득이 없는 사람이라도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낼 것을 권했다. 그래야 필요 최소한의 노후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연금 세액공제는 환급금을 소비할 목적이라면 차라리 신청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한다.
연금 수령 방식은 종신형, 확정기간형, 상속형이 있다. 종신형은 잔여수명이 길 때, 확정기간형은 잔여수명이 적을 때 권한다.
또한, 연금은 오래 살수록 수익률이 좋으므로, 수익률을 걱정할 시간에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운동할 것을 권했다. 더불어 어떤 경우에도 해약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연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보다도 더 중요한 것으로 그는 '평생 할 일'을 꼽았다. 평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년을 70세~75세로 생각하고, 그때까지 할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사실 평생 할 일이 있다면 어쩌면 연금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가고 사람들은 오랜 기간을 살아야 한다. 멀리 내다보고 그에 맞는 인생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강의였다.
취재 :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