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Jun 01. 2016

"어른이 어른답게 행동할 때 지도력 먹힌다"

작가 인터뷰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저자 오은영




TV 육아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11년간 출연하며 ’국민 육아 멘토’라는 별명을 얻은 오은영 오은영아카데미 원장. 그동안 10여 권의 육아 서적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오은영 원장이 이번에는 ’욱’에 관한 책을 썼다. 분노조절 장애의 시대를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욱 대한민국’.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는 못 참는 아이를, 욱하지 않고, 욱하지 않는 어른으로 키워내는 감정조절 육아법에 관해 다루고 있다.

책에서 오은영 원장은 고3인 아들을 키우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화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쟁’이라고도 표현되는 육아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더군다나 매스컴에 비친 오은영 원장의 모습은 차분하기보다는 다이내믹해서 ‘욱’을 좀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인터뷰를 통해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말에 대한 진위 여부만은 꼭 확인해볼 참이었다.

서울 삼성동 오은영아카데미에서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된 인터뷰. 하루 종일 이어진 상담과 교육으로 지칠 법도 하건만 오은영 원장은 TV에서 보던 그대로 상냥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와 종종 터트리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주변 사람까지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제가 비교적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랍니다. 아들뿐만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도 오은영이 욱하는 모습을 봤다고 하는 말씀, 아마 못 들어봤을걸요?"

그러면서 낮에 배탈로 조퇴한 아들과 전화 통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요한 시기인 고3 자녀가 과식으로 인한 배탈로 조퇴를 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아픈 아이가 걱정이 되면서도 자칫 ’욱’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괜찮냐고 걱정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잘못한 게 있으면 짚고 넘어가야 해요. 만약 오늘 중요한 시험이 있었다면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망칠 수도 있던 거잖아요. 중요한 시기에는 몸 관리를 잘하는 것도 실력이라는 걸 알려주고 다음부턴 조심하도록 지침을 줘야 해요. 그게 바로 올바른 훈육입니다."



"화내거나 겁주는 건 훈육 아냐... 아이들은 안전함 느낄 때 받아들인다"

오은영 원장은 스스로를 ’엄한 엄마’라고 했다. 지금까지 아들에게 화를 한 번도 낸 적이 없지만 아들은 누구보다 엄마를 어려워한다고.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오냐오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아이가 아파 마음이 약해지더라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해주는 것, 이것이 오은영식 엄한 육아다.

"훈육이란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엄격하게 구별해 가르치는 것입니다. 너무 강압적이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허용적이어서도 안 돼요. 보통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훈육하다가 결국에는 혼내고 화를 내는데, 화를 내거나 겁을 주는 것은 훈육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안전함을 느낄 때 받아들여요. 정보는 늘 감정의 그릇에 담겨온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요즘은 화를 내지 말라고 하니 아이들에게 사정사정하며 비는 부모들이 많은데 이것도 옳지 않은 방법입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어른이 어른답게 행동할 때 지도력이 먹히는 겁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충동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일어나는 범죄가 급속히 늘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50% 이상이 분노 조절 장애를 경험했으며,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오은영 원장 또한 25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환자들을 만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고 토로한다. 찾아오는 환자의 80%가 욱하는 문제로 힘들어했고, 11년간 출연한 TV 육아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도 문제의 핵심은 대부분 못 참고 욱하는 것이었다.

오은영 원장은 경제 성장이나 교육 수준에 비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유독 감정조절을 못하고 욱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의 피상적인 삶’을 원인으로 꼽았다. 속도와 경제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중간의 과정과 절차를 안 밟는 경향이 있다는 것. 빠르고 효율적인 것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무시무시한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 깊이의 부족, 제대로 된 개념 형성의 어려움 등이 그것이다.

"판단이나 사고뿐만 아니라 정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의 발달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깊이 있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쉽게 욱하는 거예요. 감정이 잘 발달됐다는 것은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포착하고 알아내서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분이 왜 나쁜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그냥 ’아 짜증나’ 하고 끝나버려요. 부모 자신도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모르고,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하니 ’욱 대한민국’이 될 수밖에요."

감정의 발달은 개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특히 인간의 감정 중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은 느끼는 사람은 물론이고 상대방에게도 불편함을 준다. 문제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인간의 감정은 뿌리가 깊고 다양한 요소가 점철돼 있는 영역이다.

"자녀가 다른 과목은 다 잘하는데 수학 점수가 떨어지면 빨리 보충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조치를 취해요. 그런데 감정조절이나 사회성 같은 정서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커가며 저절로 좋아질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감정조절이라는 건 애써서 노력하고 가르쳐야 조금 바뀌는, 아주 어려운 일이거든요.

제가 아들을 화내지 않고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특별히 성숙한 인간이어서가 아니에요. 욱하지 않는 육아가 매우 중요한 상위 레벨의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삶에서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소리 안 지르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걸 제가 보여드려야 다른 데서도 주장할 수 있잖아요. 그냥 노력이란 말로는 부족할 겁니다. 평생에 걸쳐 노력해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거예요."



성인 50% 이상 분노 조절 장애 경험... ’욱 대한민국’이 된 까닭

오은영 원장이 이번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분노나 욱은 감정 자체로는 존중받아야 하나 남에게 전가하거나 폭발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것이다. 내 감정은 내가 소화해야 한다. 내가 못 참는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잘 못하는 것이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주는 일이다. 부모들은 자식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자신을 무시하고 들이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혹시 아이가 비뚤어지지 않을까 겁을 덜컥 내고 미리부터 불안해한다. 어른이 아이의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은영 원장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고 말한다. 감정을 표현해줘야 아이의 감정을 따라갈 채널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른이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무시하면 아이는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리고 이것이 지속되면 아이의 내면에 분노가 쌓이고, 결국 욱하는 감정밖에는 표현할 줄 모르는 어른이 된다. 감정 표현도 대물림 되는 것이다.

오은영 원장은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부모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 하지 말라"고 대답한다. 욱 한 번 안 하는 게 열 번 잘해주는 것보다 더 큰 교육이라는 것.

"아이를 어떻게 키우길 원하는지, 오늘 아이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적절한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돌아보며 자신의 가치관과 기준을 만들어야 해요. 그러면서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거든요. 육아 영재는 없어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면 돼요. 아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스킬은 자연히 나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육아에 대한 깊은 개념 없이 스킬만 배우려고 해서 안타까워요."

욱하는 것과 못 참는 건 관계가 깊다. 못 참는 아이는 욱하는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은영 원장은 유독 욱하는 부모라면 자신의 성장 과정과 부모와의 관계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의존욕구’의 결핍은 육아의 장벽이 된다. 의존욕구란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 자신을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대해주길 원하는 욕구다. 의지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으로 본능적 욕구를 의미한다. 의존욕구에 결핍이 생기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이것을 채우려고 한다. 결혼을 하면 배우자나 자녀에게 요구한다.

"결핍이 생기는 순간 감정이 건드려질 때마다 ’어떻게 남도 아닌데 나한테 이럴 수 있지?’ 하면서 별거 아닌 일에 분노해요. 스스로에게는 ’오죽 못났으면 사랑도 못 받나’ 하면서 끊임없이 좌절하고 우울해하고요.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거죠. 반면 의존욕구가 채워져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과 신뢰가 있으면 세상을 바라볼 때 안전하고 편안해요. 누가 나를 건드려도 그냥 ’오케이!’ 하고 여유 있게 넘어갈 수 있어요."

이쯤 되면 많은 부모들에게 의존욕구라는 단어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은영 원장은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아이 연령이나 발달 단계에 맞춰서 부모 역할을 잘 해나가면 문제가 될 정도의 결핍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핵심은 ’발달 단계에 맞춰’에 있다. 무조건 오냐오냐 하는 것이 의존욕구를 채워주는 게 아니라는 뜻. 만 3세가 지나면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게 의존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다.



"부모들이 육아에 대한 깊은 개념 없이 스킬만 배우려 해 안타까워"

오은영 원장은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EBS ’60분 부모’ 등에 10년 넘게 출연하며 ’국민 육아 멘토’로 불리고 있다.

"그렇게 불러주시니 감사하죠. 상업 방송에 11년 동안 출연하면서 사고 없이 해왔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끼고요. 무엇보다 아이를 절대로 때려서는 안 된다는 것, 해도 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엄격하게 가르치는 게 훈육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렸다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제가 방송을 하고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어서예요.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은 제한적이잖아요. 사실 전문 작가도 아닌데 책을 쓰는 게 상당히 힘든 일이에요. 진료가 없을 때 쉬지 않고 잠도 못 자면서 쓰니까 건강도 많이 나빠지고요. 책 한 권이 나올 때마다 다시는, 당분간은 쓰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어떤 이야기가 생각나면 다시 또 펜을 잡게 되네요."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는 오은영 박사의 열한 번째 책이다. 첫 책을 쓰는 데 5년이 걸린 후 다른 책들은 1년에 한 권 정도 썼는데, 이번 책은 꼬박 2년이 걸렸다. 바쁜 일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루는 주제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다듬고 또 다듬으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유명한 의사이자 방송인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하지만 오은영 원장은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그 중에서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제대로 된 교육과 직업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평생의 숙원이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 직접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자신의 실력과 임상 경험과 열정을 모두 쏟고 싶은 바람이 있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취재 : 이미회(북SB 객원기자)


기사 더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가 이명행 "노무현을 통해 노무현을 넘어서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