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대통령은 지금, 당신 편입니까?

by 인터파크 북DB

<제6편>



절망의 뿌리에서 올라온 꽃, 희망



그는 골방에 갇혀 절망의 춤을 춥니다. 알몸 춤사위를 그의 아내가 보았습니다. 석 달 전의 일이었습니다.
_<대통령의 골방> 본문



오늘도 대통령은 골방의 탁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춥니다. 허공으로 내뻗은 그의 팔은 섬세히도 공기의 저항을 느낍니다.



퇴근 후에도 관저의 밀실에서 음악을 들었다. 밀실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고 고였다. 물론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처럼 완벽한 공허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멈췄으므로 그곳에는 욕됨이 없다. 욕되지 않을 자유가 밀실의 마력이었다. 농밀한 선율이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내 욕됨은 어디에서 오는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누군가가, 혹은 무엇인가가 그를 구석으로 몰고 능욕할 때 그것은 그 자신이 당하는 능욕이 아니었다. 무엇인가로 인해 그가 모멸감을 느낄 때도 그것은 그 자신의 모멸이 아니었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는 대리인이었다.

대리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능욕과 모멸도 비껴가는 대리인의 삶은 한없이 적적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그것을 견딜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리의 명분이 절실하지 않을 때, 그것이 가져온 공허는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그것은 절실해야 견딜 수 있는 것이었다. 오늘도 절실하지 않고 적적했다.
위로받고 싶었으나 곁에 있는 이가 없어 외로웠다. 오늘도 그를 위로할 그 무엇은 오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자신과 이 밀실의 밀회만이 있을 뿐이었다.

밀실이므로 공기도 흐르지 않았다. 오직 그가 움직여야 그것이 흐트러졌다. 그의 움직임이 섬세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였다. 그가 움직였을 때 서가의 오랜 책에 스몄을 묵은내가 공기와 함께 흐트러졌다. 적막 속에서 그는 그것을 즐겼다. 눈을 감고 귀를 열어 선율을 몸에 담았다. 청각의 성스러움이야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선율을 담은 몸이 율동을 시작했다.
_<대통령의 골방> 본문



'권력'은 자기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권력자와는 다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때 권력자가 그 힘과 다투어야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때 느끼는 '권력의 반격'은 매우 거칩니다. 결국 권력은 권력자를 이깁니다. 권력자가 권력의 질서를 거슬러 이긴 예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없습니다. 권력자는 권력과 싸워 이기지 못한다는 데에서 권력자의 불행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국민은 그 절망의 시린 무릎을 기억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절망은 오늘도 깊어집니다. 그 절망이 깊어지고 깊어져 더 깊어질 수 없는 바닥에 이르면, 그는 결국 타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우리의 역설적 희망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깊어질 대로 깊어진 대통령의 절망이 결국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는 이 절망을 응원할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을 방해하는 힘 역시 그를 대통령이 되게 했던 그 힘의 경로로 왔다. 적은 밖에만 있지 않았다. 밖의 세력은 거칠었고, 안의 세력은 조금 부드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밖의 것은 정직하게 맞섰고, 안의 것은 교활하게 응대했다.
그 교활한 것의 결기에 맞서면 숨이 막혔다. 거칠었거나 부드러웠거나 결국 그의 머리와 가슴에 와 닿는 완력의 목적과 크기는 다르지 않았다. 가슴에 무릎을 넣었던 경호관을 지배한 힘처럼, 그것에도 마찬가지의 질서가 완강히 구조화되어 있었다.
(중략)
그가 하고 싶었던 일들에는 실핏줄처럼 연결된 관로가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거나 느슨하게는 헤게모니였다. 그 관로의 끝에는 이 버티고 있었다. 그 힘의 방식은 ‘어쨌거나’였다. 대체로 그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뭉친 단체이거나 관료이거나 재벌기업이거나 열강이었다.
대통령의 정치력이란 이를테면 세상의 그 힘들을 상대하여 그것들이 가진 욕망의 크기를 조절하고, 그것들에 다치는 국민이 없게 하는 일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표를 모아 뽑아준 대통령이 할 일인 것이다.
_<대통령의 골방> 본문



그는 자신만의 골방으로 돌아왔다.
밀실은 겨우 남은 자신의 정체성 조각이다. 대리인으로서의 삶이 온통 뒤덮어 형체가 남아 있지 않은 무정형의 슬픈 나를 보러 밀실에 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이 골방에 깃들 때 '돌아왔다.' 하고 뇌까리는 것이다.
그에게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골방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가져온 골방은 그것이 어디에 있었건 골방이었다. 골방은 그가 깃든 자궁이었다. 오직 그만을 위한 그만의 세계이며 밀실인 것이다.
그는 언제나 거기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죽었다. 오늘도 그는 거기에서 태어나 세상으로 나갔고, 지금 다시 돌아와 낯익은 죽음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이곳은 돌아오는 곳이다. 돌아올 수밖에 없는 곳이다.

골방의 책 묵은내가 후각을 통해 그를 진정시킨다. 무한히 진정되므로, 결국 그의 내밀함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엑스터시는 그즈음이다. 홀연히 황홀하다. 그리하여 그것은 마치 블랙홀처럼 그를 온전히 마무리한다.
자신이 마무리되는 상황이 한없이 기껍다. 그는 죽음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죽음이므로, 그가 받은 굴욕과 절망, 그 욕됨은 마치 유골처럼, 절연된 작은 캔 속으로 들어가 압착된다.
묵은 책 먼지가 가득한 곳이었다. 미로를 지나면서 그 자신이 묵은 것에 스며든다. 그것으로 그는 무한한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틈 속에 끼어 사물처럼 되는 것, 자유를 얻는 비결이었다.
_<대통령의 골방> 본문



그의 깊은 절망 속에도 이윽고 새벽이 찾아옵니다. 세상이 바뀔까요? 그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그는 헬기의 트랩에 서서 산이 주는 맑은 공기를 가득 들이마셨다. 그는 그렇게 한동안 트랩 중간에 서 있었다.
때가 이르렀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말이 입안 가득 고였다. 어쩌면 산중 계곡의 서늘한 공기 탓이었을 것이다. 코드원은 간절함이 머릿속을 하얗게 적셔오는 것을 느꼈다.
_<대통령의 골방>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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