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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n 09. 2016

라오스, 일본, 히말라야…'여행하는' 작가들

여행, 이 단어에 설레지 않는 이 있으랴? 삶이 고단했던 만큼 그로부터의 일탈은 달콤하고 값지다. 휴가만큼은 단단한 일상의 틀을 벗어나 의외성을 받아들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의 시간을 누려보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 해도 어디로 떠날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빌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들이 지나간 자취를 그대로 되 밟아도 좋고, 그들의 여정에 나만의 취향을 반영해도 좋다.



하루키가 커피를 마신 장소에서 커피를 마셔본다거나, 정유정 작가가 오른 히말라야에서 또다른 감회를 누리는 것은 애독가로서 누릴 수 있는 나름 특별한 경험일 수 있다. 자, 그럼 라오스, 일본, 히말라야 등으로 내가 사랑하는 작가들이 떠난 기록, 그곳에서 남긴 후일담을 책으로 만나보자.

                           


1. 무라카미 하루키-라오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무라카미 하루키 저, 이영미 역, 문학동네, 2016. 6.1)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 당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중 



"여행이 나를 키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여행 마니아’이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 책 내용 중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하루키는 라오스로 가는 길목인 하노이에서 한 베트남인으로부터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란 말을 들었다고. 하지만 그에게 여행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출발하는 것이 아닌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미지의 것들에 부딪혀 가면서 여행의 묘미를 찾았던 것. 담백하고 솔직한 그만의 생활방식과 철학적 사고는 그의 에세이집에서도 여전했다. 


                             


2. 허영만-일본 
<허영만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허영만 저, 가디언, 2016. 5. 30) 



"4백 년 동안 이곳은 한번도 청소한 적이 없습니다." 
 "앗! 그래서 간장이 까맣군요!" 
< 허영만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중 마루킨 간장공장 박물관에서의 대화



일단 이 책을 읽기 전 주의사항이 있다. 읽고 난 후엔 입에 침이 사정없이 고임과 동시에, 터무니없다 생각했던 "우동 먹으러 일본 갔다 왔다"라는 말을 실현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지 모른다. 그러니 상황이 여의치 않은 독자라면 읽지 않는 편이 좋다. 허영만 화백과 그의 취재팀장 이호준이 2년간 일본의 10개 도시를 방문해 일본 미식 문화의 면면을 글과 삽화로 기록한 책이다. 다른 이도 아닌 <식객>을 그린 허 화백의 식문화에 대한 식견과 취향으로 완성한 책이니 그 수준은 사전 인증받은 셈이다. 이 책이 인도하는 대로 ’먹부림’ 여행을 떠나 봐도 좋겠다. 


                                 


3. 정유정-히말라야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정유정 저, 은행나무, 2014. 4.23) 



"나 안나푸르나 갈 거야. 선택사항이 아니야. 생존의 문제라고."
<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중



평생 대한민국을 벗     어나 본 일이 없었던 작가는 <28> 이후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때 지인이 처방전 격으로 건넨 제안이 바로 ’여행’이었단다. 그 제안에 비로소 작가는 평소 마음속에 품어 왔던 안나푸르나를 몸소 오를 결심을 하게 된다. 그녀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의 배경이기도 했던 곳이다. 결국, 소설가 김혜나를 동행자 삼아 안나푸르나로 향한다. 그녀만의 ’힐링’ 여행은 어떻게 끝이 날까?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기도 한 작가의 히말라야 등정담을 읽다 보면 마치 그곳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환상에 휩싸인다. 책장을 덮는 순간 작가와 같은 ’힐링’의 경험을 좇아 네팔행 비행기를 예매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4. 김영하-하이델베르크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김영하 저, 아트북스, 2007. 6.1) 



"사람들은 햇빛을 따라 자리를 옮겨다닙니다.
웨이트리스들이 분주히 오가며 카푸치노를 나르고.......
죽음을 생각하기에 좋은 곳은 바로 이런 곳입니다."
<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중



소설가 김영하가 콘탁스 G1 카메라를 매고 하이델베르크 도시 곳곳을 기록했다. 그의 여행은 무작정 신 나거나 들뜨기보다는 ’죽음’에 대해 사색하는 고요한 여정에 가깝다. 이 책은 여행 책이지만 김영하의 색깔이 충분히 묻어난 책이다. 일단 하이델베르크에서 벌어지는 ’밀회’를 소재로 한 단편, 그리고 작가 김영하가 직접 찍은 하이델베르크의 풍경 사진들, 마지막으로 사진기와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 하이델베르크에 대한 짤막한 산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연장 선상에서 월드뮤직 레이블로 유명한 알레스뮤직에서 제공한 음원 가운데 하이델베르크에 잘 어울릴만한 곡들만을 골라 동명의 앨범을 기획해 발매하기도 했다. 

                                   

                                   

5. 박범신-터키
<그리운 내가 온다-터키, 살며 사랑하며 운명을 만나며>(박범신 저, 맹그로브숲, 2013. 1.28) 



"나를 찾는 것이야말로 충만한 삶으로 가는 첩경이며 머무는 인생이 된다." 
< 그리운 내가 온다> 중



일개 평범한 풍경도 박범신의 펜 끝을 스치면 황홀한 풍경으로 변모하는데, 하물며 반짝이는 그의 감성과 터키가 만나 일으킬 화학반응은 어떨까? 박범신은 이스탄불의 사원과 마을, 거리와 상점을 지나, 카파도키아의 지하 도시, 보스포루스 해협을 거쳐 그랜드 바자르와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그는 되레 내부로 향한다. 머나먼 터키에서 발견한 것은 자기 자신의 본성이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시작과 끝인 터키와 그에 대한 박범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발견할 수 있는 여행산문집이다. 

                      


                   

6. 배수아-몽골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배수아 저, 난다, 2015. 9.25) 



"나는 아마 내 생애 동안 그곳 알타이에서, 심지어 몸이 아플 때조차도 가장 많은 미소를 지었던 것 같다. 진짜 미소 말이다."
<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중



우리에게는 미지의 국가 몽골. 작가는 2009년 7월, ’도저히 저항하지 못할 운명의 힘에 이끌려’ 몽골로 떠나 한 달간 서북부 국경지대의 알타이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머물게 된다. 다만, 해당 지역의 유명한 명승지나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은 아니다. 어쩌면 기존 ’여행’의 범주에 묶이기 어려운 경험들-몽골인처럼 먹고 자고 싸고 씻기, 독서 대신 자연이 내는 빛에 눈길 두기, 텅 빈 유르테 안에 홀로 앉아 외부의 푸른 허공을 선회하는 한 마리 독수리를 지켜보기- 로 시간을 보낸다. 소설가 배수아가 몽골로 떠났던 것처럼 지금 이 세계의 규칙이 통용되지 않은 전혀 다른 세계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 주혜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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