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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n 09. 2016

'니호니움이 뭐지?' 책으로 보는 원소의 세계

113번째 원소에 일본 국명 딴 이름 명명... 아시아 국가 중 최초



"일본, 밉지만 대단하다."

일본 과학계의 '흥분'을 보며 한국의 한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다. 일본 과학계가 "노벨상 수상에 필적할 만한 일"로 여기며 흥분하고 있는 것은 '니호니움' 때문이다. 6월 9일 일본 언론들은, 자국 연구진이 11년 전 발견한 113번째 원소의 이름이 '니호니움(nihonium, 원소기호 Nh)'으로 붙여지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자국어 발음 '니혼'에서 따온 이름.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원소에 이름을 붙였다.

다시 한번 '기초과학 강국'임을 입증한 일본. 한국 국민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아마 학생들은 과학 교과서 '원소 주기율표’에서 'Nh'라는 기호를 볼 때마다 그런 심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라는 원소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원소'라는 단어 자체를 중학교 과학시간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 써보는 기자 역시 그 질문 앞에서 부끄럽기만 하다. 기초과학에 대한 우리의 작은 관심이 언젠가 '한국이움'의 탄생을 낳지 않을까. 궁금증 속 '원소의 세계'. 책과 함께 들어가 보자.


재밌게 익히는 원소 이야기 <시끌벅적 화학원소 아파트>

'10대를 위한 지식만화'라는 시리즈명에 자존심이 조금 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10대 이후로 '원소'에 대한 지식이 멈춰버린 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 솔직히 기자의 수준에서는 이 책부터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시끌벅적 화학원소 아파트>를 첫 번째로 소개한다. 이 책은 원소 주기율표를 각각 7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아파트라고 상상했다. 118개의 원소들은 아파트의 각 세대(?)에 사는 주민이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설정에 만화까지 있으니, 재미는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봐야 한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원소 주기율표'라고 치면, 첫 번째 관련 검색어로 '원소 주기율표 노래'라는 말이 뜬다. 학창 시절 원소 주기율표에 이상한(?) 멜로디를 붙여서 지긋지긋하게 외우던 기억, 다들 나시는지. <시끌벅적 화학원소 아파트>를 보면서 머릿속에 아직도 그 멜로디가 떠오르는 게 왠지 민망스러웠다. 아파트 주민이 된 원소들의 생활 속 에피소드를 통해 원소가 일상 속에서 어떻 게 사용되는지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원소의 세계가 우리와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친근한 존재임을 강조해준다 하겠다.


주기율표에 숨겨진 유쾌한 비밀들 <원소의 세계사>

113번째 원소 니호니움(nihonium, 원소기호 Nh)의 이름은 '일본'의 자국어 발음 '니혼(nihon)'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원소들의 이름은 어디서 나온 걸까. 재미있는 예가 하나 있다. 지금은 무시무시한 무기가 돼버린 플루토늄(Pu). 이것의 원소기호는 오줌이나 악취를 뜻하는 비속어 P. U.(peee-euggh)에서 따온 것이란다. 플루토늄을 최초로 합성해낸 글렌 시보그는 단지 '작은 장난'이었다고 말했다니 약간 어이가 없다. <원소의 세계사>는 이처럼, 원소 주기율표를 중심으로 원소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인 휴 앨더시 윌리엄스도 "그저 네모난 칸에 원소기호를 적어 넣은 단순한 표"에 지나지 않는 원소 주기율표를 외우는 게 꽤나 지겨웠나 보다. "원소들이 인류 문명이라는 캔버스 전체에 무수히 많은 색깔을 남긴다고 생각"한 저자는 "원소들의 어제와 오늘을 추적하는 문화적 순례의 시작"으로서 이 책을 썼다(이상 프롤로그 인용). 원소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자연 상태에서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누가 어떻게 이것들에게 이름을 부여했는지, 그리고 일상 속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원소의 왕자, 역사를 움직이다 <탄소 문명>

원소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표준국어대사전)지만 당연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118개나 되는 원소 가운데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원소는 무엇일까. <탄소 문명>은 그 주인공으로 바로 탄소(carbon, 원소기호 C)를 꼽는다. 여러 원소들 중에서 중량비로는 0.08%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천연에서 발견한 혹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화합물들 가운데 탄소가 포함된 것은 거의 80%에 이른다. 인간의 신체부터 현대의 문명까지 탄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탄소는 별로 대접받지 못하는 원소가 됐다. 지구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바람에, 줄이고 대체해야 할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힌 것이다. <탄소 문명>은 이처럼 두 얼굴을 가진 탄소를 인류의 생명을 지탱하고, 정신을 고양시키며, 세계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살펴봤다. 저자 사토 겐타로는 일본의 과학 전문 저술가. 그는 물리학의 21세기는 "일반상대성 이론의 세기"가 될 것이지만 화학의 21세기는 "탄소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탄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책.


생명과 죽음의 원소, 질소 <공기의 연금술>

이번에는 질소(nitrogen, 원소기호 N)다. <공기의 연금술>은 질소를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원소"라고 평가했다.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비료에서부터 많은 목숨을 앗아간 폭탄까지, 생명과 죽음에 동시에 관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대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질소.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이 원소는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비료를 만들어낸 과학자가 있다. 바로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공기의 연금술>은 평생을 질소 연구에 바친 그들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은 대기근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질소비료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 속에서 질소는 독가스와 폭탄 제조에도 사용됐다. 하버는 독가스전 전범으로 낙인찍히면서 비난을 짊어졌고, 보슈는 인류를 이롭게 하기 위한 과학이 정치와 권력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는지 지켜봐야 했다. 저자 토머스 헤이거는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두 석학의 삶과 과학적 발견을 드라마틱하게 펼쳐냈다. 미국의 일간지 오리거니언(The Oregonian)이 "과학 이야기를 멋진 추리소설처럼 긴장감 넘치게 표현했다"고 평가한 책이다.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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