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우리는 누군가의 신조를 '모토(motto)'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복권'을 가리키는 영어 'lotto'는 '로토'가 아니라 '로또'라고 표기하고 발음하는 걸까요? 누군가는 '로또가 이탈리아어에서 온 단어라서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그렇게 한 게 아닐까요?'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물론 이러한 설명은 그럴듯해 보여요. 하지만 모토 역시 16세기에 이탈리아어에서 영어로 들어온 단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져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근거는 없습니다. 'lotto'를 로또로 발음하는 데에는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특별한 감정이 깔려 있지 않을까 추측만 해볼 수 있어요.
로또의 어원은 고대 프랑스어 로트'lot'예요. 이 로트는 '할당', '보상', '상' 등의 의미랍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1530년 이 로트를 차용해 로또라는 단어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단어가 18세기에 영어로 들어갔지요.
복권의 기원은 그보다 오래전인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로마의 귀족들은 연설을 자주 했는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연단 아래에 모인 사람들에게 물건을 던져주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이 물건을 받으려고 흥분 상태로 함성을 지르며 몰려들었어요. 이 광경을 멀리서 보면 사람들이 귀족의 연설에 환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효과를 노린 거죠. 간혹 크기가 너무 커서 던져주기 어려운 물건도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물건의 이름을 적은 증서로 대신했어요. 예를 들어 '탁자'라고 적힌 증서를 뿌리고 그것을 주워오면 탁자를 내주는 형식이었지요.
복권을 최초로 만들어 판 사람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였다고 합니다. 그는 복권 당첨금의 일부를 노예, 집, 배 등으로 배당하고 나머지 돈을 로마 복구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해요. 이때부터 복권이 서서히 상업성을 띠기 시작했지요.
중세 이탈리아에는 '행운의 상점'이 있었어요. 소액의 돈을 내고 안으로 들어온 손님이 '행운의 항아리'에서 번호표를 꺼내 그 번호와 일치하는 물건을 받는 장소였지요. 오늘날처럼 번호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가리는 복권도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어요. 1530년 피렌체에서 발행한 복권이 그 시초랍니다. 당시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빠른 시간에 이탈리아 전역으로 펴져나갔다고 해요. 이런 것을 보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오락에서도 상당히 창의적이었던 것 같아요.
행운의 상점처럼 복권을 뽑는 장소를 '로테리아(lotteria)'라고 해요. 한국에서도 이 단어를 사용하지만 복권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요. 어원에 충실하자면 '롯데리아'에서 복권을 팔아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으니까요. 이처럼 어원은 우리의 언어생활과 문화생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답니다.
* 본 연재는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장한업, 글담출판사,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장한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