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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n 23. 2016

세계여행자 김향미·양학용, '라오스'에 꽂힌 까닭

* 김향미·양학용 작가는 전 재산을 털어 967일간 47개국을 떠돌아 화제가 된 부부 여행작가입니다. 그들은 세계여행을 마치고 제주도에 터를 잡은 뒤, 4년 만에 다시 라오스로 떠났습니다. 이후 5년 사이 세 번 더 라오스를 여행하며 보낸 아름다운 시간의 기록을 <라오스가 좋아>에 담았습니다. 별글 출판사 편집부가 김향미·양학용 작가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라오스가 좋아> 저자 여행작가 김향미


Q 라오스가 여행지로 인기가 높아지기 전부터 라오스를 여행하셨는데, 처음 라오스를 방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편안하게 여행할 곳을 찾았어요. 저희 부부가 3년 동안의 긴 여행에서 돌아와 힘든 시간을 통과하면서 다시 현실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때였거든요.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은 곳. 그래서 무엇을 보거나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냥 우리들을 일상으로부터 아주 멀리 데려다주기만 하면 되는 그런 소박한 곳을 원했던 것 같아요.


모든 여행은 일상에서 멀리 떠나는 것이지만, 사실 여행 안에도 욕망이 스며들곤 하거든요. 라오스는 좋은 선택이었죠. 누런 메콩강 물줄기를 따라 도시를 옮겨다니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았고, 작지만 자주 행복했으니까요. 


Q 반복해서 같은 도시를 찾는 이유는요?


아마도 편안함 때문이겠죠? 처음 인도를 여행할 때였어요. '우다이푸르'라는 도시를 방문했다가 오스트리아에서 여행 온 한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 이야기가 자기는 매년 여름이면 이곳으로 여행을 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함께 묵었던 그 게스트하우스에 꼭 머물다 돌아간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저는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이 넓은 세상에서 인도에만 여행을 오고, 볼 것 많은 인도에서도 우다이푸르 한 도시에서만 휴가를 보낸다니.


그런데 이곳저곳 여행을 하다 보니 점점 다시 가고 싶은 나라와 도시가 생기더라고요. 여전히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그때 나의 감정에 따라 떠오르는 도시는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곳이었어요. 제게 여행은 일상의 이면이에요. 바쁜 일상에서 날카로워지고 딱딱해진 나의 이면을 찾아가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반복해서 같은 도시를 찾는 것은 언젠가 그곳을 여행하면서 말랑말랑하고 사랑스러웠던 또 다른 내가 그리운 탓일 겁니다. 


Q 라오스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을 추천해주세요.


사실 저희 부부는 여름과 겨울 두 계절밖에는 몰라요. 두 계절은 장단점이 뚜렷해요. 여름은 여행 비수기라서 한산해요. 그래서 느리고 평화로운 라오스를 여행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적기라고 할 수 있지요. 반면 상상 이상의 뜨거운 태양을 각오해야 합니다. 겨울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 여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반면 어느 도시든 많은 여행객들을 예상해야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도시를 사랑하시는 분들께는 최적의 계절입니다.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만약 시간을 만들 수만 있다면 4월에서 6월 사이에 한번 꼭 가보고 싶어요. 특히 라오스 물 축제 기간에 그들 속에 있어보고 싶어요. 그들이 가장 즐거워하고 사랑하는 계절을 함께 살아보고 싶거든요. 


Q 라오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꼽으라면?


'팍세'에서 오토바이를 일주일 정도 렌트해서 남부에 있는 '시판돈'에 갔던 일입니다. 오고 가는 길도 참 좋았어요.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았고 길 주변으로 푸른 숲과 귀여운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예쁜 마을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났거든요.


오토바이를 작은 나룻배에 실어 '돈콘'이라는 작은 섬에 들어갔어요. 평화로웠죠. 그곳의 시간은 참 단순했어요. 해가 뜨면서 아이들이 강물에서 첨벙거리고, 우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아침식사를 했죠. 그리곤 해먹에 누웠다가, 심심하면 자전거를 타고 섬 저편으로 다녀와서는 다시 식사를 하고 강물에 손발을 담그고 해가 강물 속으로 붉게 사라지는 풍경을 바라봤어요. 그립네요, 그 시간들이. 지금 이 순간에. 

<라오스가 좋아> 저자 여행작가 양학용


Q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있으면 사람이 그립다거나 음식이 입에 안 맞는 등 어려움도 많을 텐데 극복하는 방법은요?


저희 부부는 대부분 둘이 함께 여행을 했어요. 그래서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 비해 외로움은 좀 덜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타국이니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 우리 같은 한국인 장기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나면 기분이 좀 좋아지죠.


남미를 여행할 때는 한국을 떠난 지 2년 가까이 되었을 땐데요, 무작정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옷 가게를 찾아가기도 했었어요. 그러면 한국 여행자들이 드문 그곳에서는 그분들이 집으로 선뜻 초대해주시고, 그분 댁에서 한국어로 된 한국 드라마를 실컷 보며 기분을 달래곤 했어요. 한국인을 만날 수 없는 곳에서는 시장에 가서 고춧가루와 양배추를 사와서는 김치를 담기도 했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서양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했지요. 


Q 여행 중 위험한 일은 없었나요?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도 궁금해요.


라오스는 매우 안전한 여행지예요. 욕심 없고 착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까요.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집에 돌아가기 싫어지는 것(?) 말고는, 특별히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교통사고가 가끔 나는 것 같아요. 또 루앙프라방의 경우 호텔에서 가방을 뒤져 현금을 가져간다든지 환전소에서 지폐 개수를 속인다든지 하는, 지금까지는 라오스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생겨난다고 들었어요.


사전에 조심해서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일들이 생기면 그것 또한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돈이나 물품만이 아니라, 소중한 시간까지 잃게 되거든요. 


Q 전 재산을 털어 967일간 세계일주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여행했던 나라 중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아주 많아요. 네팔 포카라에서 다시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해보고 싶고요, 터키 카스피해의 짙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던 에르주름의 게스트하우스도 그립고요, 볼리비아 티티카카 호수의 '태양의 섬'에서 칠레를 거쳐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우수아이야'까지 종단했던 그 시간들을 다시 살아보고도 싶어요. 또 파키스탄 훈자 마을도 자주 생각나고요, 이란의 샤베 마을 친구들도 보고 싶네요. 꼭 다시 한번 가볼 겁니다. 


사진 : 별글 출판사 제공

글 :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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