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스님의 청춘 고민 상담소
“임용고시가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입니다. 좋은 역사 선생님이 되겠다고 호기롭게 공부를 시작했던 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불안하고 점점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제 앞날이 걱정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지금 이 공부를 포기한다면 제 미래는 정말 깜깜할 테니까요. 공부할 의지가 팍팍 생기도록 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사람은 욕망 없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욕망 없이도 단기간은 버틸 수 있지만 스스로에게 주어진 의지력의 배터리가 다하는 순간 그 열정의 불은 꺼져버리죠. 그 이후에는? 그냥 버티기를 할 뿐입니다. 스스로의 진심을 외면하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말입니다. 일단 공부하는 데 열정적이지 못하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욕망’입니다.
그럼 욕망은 어떻게 일어날까요? 성욕, 식욕, 수면욕 등은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자신을 상승의 길로 이끄는 정진에 대한 욕망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그냥 변화하고 싶지 않은 게으름이 평범한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꾸기 위한 욕망을 일으키려면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동기가 필요합니다. 공부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공부하기 위한 물질적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타인을 설득해야 하지만 그 공부를 열정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렇게 확고하고 강렬한 동기가 생겨날 때 우리의 에너지 탱크인 열정에 불이 붙습니다. 그럼 엄청난 정진의 힘이 나오고 그 힘으로 우리는 원하는 인생의 길로 갈 수 있어요.
공부할 의지가 팍팍 생기려면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나는 왜 지금 이 공부를 하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서 꼬리에 꼬리는 무는 질문들로 자신을 인터뷰해보세요. '나는 이 방식으로 인생을 살고 싶은 걸까?', '나는 지금 이 길이 즐거운가?', '이 길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점점 더 궁금한 점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 모든 질문들을 견뎌내며 스스로를 감동시킬 때 우리의 무한한 정진력의 창고는 열리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동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동기를 되짚는 과정이 어렵거나 너무 추상적이라면 당장 정진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드릴게요.
<입보살행론>에서는 "정진이란 선을 향한 노력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역사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에게 우리의 역사, 인류의 역사를 알려주는 것이 좋은 일이기에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정진의 힘이 날로 약해지는 것일까요? <입보살행론>에서는 정진을 방해하는 요소로 ‘게으름’, ‘악행에 대한 집착’, ‘낙담과 자기경멸’을 꼽고 있습니다. 점검해보세요. 내가 게으름에 지배당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지런하기 위해서 우선 노력해야 해요. 어떤 성공도 게으름에서 나오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일을 성취하고 싶나요? 반드시 게으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혹시 악습에 지배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셔야 해요. 중독성 있는 게임, 도박, 이성, 술 등에 빠져 있나요? 아니면 멍하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영화 보기, 인터넷 하기, 스마트폰 하기에 빠져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빨리 그 악습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혹시 목표를 향한 노력이 시들해지는 자신을 보고 낙담하거나 경멸하는 마음이 든다면 빨리 그 마음을 버리세요. 경멸하고 낙담하는 것은 에너지 자체를 소모시킵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이 모자라는데 쓸데없이 자기를 경멸하며 낭비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냥 동기가 부족하고, 아직 정진의 연습이 덜 되어서 자연스럽게 지금 같은 상황을 맞이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자, 이제는 선택해야 합니다. 공부를 계속 할 것인지 말 것인 지를요. 만약 계속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시 선택해야 합니다. 이 공부를 대강 할지, 열정적으로 할지를. 이렇게 선택에 선택을 거듭해서 열심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선택에 따른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첫째, 동기가 필요합니다. 동기가 있어야 욕망이 나오고 이 욕망에 의해 사람은 행위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확고한 동기는 필수품이라는 것 기억하세요. 둘째, 부지런함 입니다. 만약 지금까지 게으름을 준비물로 챙겼다면 착각하신 것이기에 과감히 버리고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함을 꼭 챙기세요. 셋째, 좋은 습관을 챙기셔야 합니다. 이것은 너무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필요한 것을 골라 준비해야 합니다. 악습은 버리고 좋은 습관만 꼭 챙기세요. 넷째, 자신감을 준비하세요. 더 이상 낙담, 자기경멸을 필요 없으니 휴지통에 버리고 자신에 대한 확신과 긍정의 마음을 새롭게 준비하세요.
이렇게 네 가지 준비물을 내 인생길에 지니게 된다면 지금 하는 공부든, 이후의 다양한 목표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준비하기를 권합니다. 강렬한 정진의 힘을 몸에 익혀 원하는 모든 일을 성취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축원하겠습니다.
글 : 칼럼니스트 원빈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