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스님의 청춘 고민 상담소
30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남자입니다. 아직 미혼입니다. 하루하루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마음이 다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웃음이 사라지고, 행복이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산다고 해야 할까요? 무의미하게 사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다친 마음을 행복으로 고칠 수 있을까요?
—a714*** 님
축하합니다! 30대 중반인데 벌써 자신의 다친 마음을 발견했다는 것은 정말 축하 받을 일입니다. 평균적으로 50대 전후 은퇴 시기가 되었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문제를 빨리 발견하는 것은 기쁘고 좋은 일입니다. 해결하고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온 것이니까요. 다친 마음으로 행복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죠?
그러니 다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시고 반드시 그렇게 되길 기원합니다. 일단, 어떤 일 때문에 상처가 생겼는지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붓다는 걱정, 슬픔, 고통과 귀찮음, 무기력, 절망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의 상황을 해결할 때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정리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명 ‘사성제’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도덕시간에 고집멸도(苦集滅道)라고 하여 배운 적이 있을 거예요.
첫째, 문제가 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세요. 고통스러운 것을 억지로 행복하다고 우기지 말고 그냥 고통을 인정하는 거예요. 아픈 사람이 안 아프다고 우기면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무의미합니다. 시작조차 하지 않을 테니까요.
둘째,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보세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과학계에서 ‘카오스’라고 불리던 이론이 있었습니다. 규칙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제는 관점이 변화했습니다. 규칙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지식과 기술로는 규칙을 알 수 없을 뿐이죠. 문제의 원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 원인을 찾아내야 병을 뿌리 뽑을 수 있답니다.
셋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세요. 암에 걸렸을 때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못 고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의 치료율은 당연히 차이가 나겠죠? 법우님과 같은 문제뿐 아니라 더욱 심각한 고통도 해결하고 행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아니! 아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분들의 사례를 찾아서 직접 공부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앞의 과정을 전제로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세요. 오십견에 걸린 사람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정하고 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고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처방전대로 열심히 약을 먹고 운동한다면 오십견은 당연히 치료가 되겠죠?
그러니 먼저 무엇이 상처인지 한 번 적어보세요. 참고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그냥 하얀 종이 한 장을 앞에 두고 앉아서 가만히 마음에게 물어보세요.
“난 무엇 때문에 아픈 걸까?”
논리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투정도 좋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적어보세요. 그럼 그 말들이 이어져서 특정한 사건으로 나를 안내합니다. 어제의 일이 될 수도 있고, 10년 전의 일일 수도 있어요. “난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질문에 고개를 들고 나타나는 기억들에는 부정적인 상처들이 묻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부정적 상처들이 묻어 있는 기억을 우리는 ’상처’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이렇게 일단 무엇이 상처인지 한번 적어보세요. 아니, 열 번 정도 시간을 내서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목록을 가지고 우리 한번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누군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그분을 직접 만나보세요. 그럼 그 문제 상황들을 꿰뚫는 원인을 그분이 알려주실 거예요. 또한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실 거예요. 그럼 그 방법을 열심히 실천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30대 중반의 남성 법우님이 질문을 하셨다는 것 자체가 아주 훌륭한 일입니다. 또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낼 마음이 생겼다는 일도 축하할 일입니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니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조급해하지도 마세요. 조금만 더 마음을 내셔서 꼭 상처를 살펴보고 조언을 직접 구해보세요. 가만히 앉아서 치료되는 병은 없으니까요.
법우님과 같이 상처받은 청춘들의 마음에 평안함이 깃들기를 거룩하신 모든 분들께 기도합니다.
글 : 칼럼니스트 원빈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