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스님의 청춘 고민 상담소
요즘 화를 너무 자주 냅니다. 일하다가 상대가 조금만 잘못을 하면 좋게 얘기하지 못하고 크게 화를 내곤 해요. 그리고 돌아서서 화를 참지 못한 것에 대해 금세 후회합니다. 그 사람이 잘못을 했어도 너무 크게 화낸 것은 아닌가 싶어 계속 눈치를 보게 되고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자괴감까지 들어요. 이 화를 어쩌면 좋을까요?
화를 다스리면 평화의 문이 열립니다.
평화의 문을 열고자 하는 법우님을 환영합니다.
한자로 화는 ‘불’이라는 뜻입니다. 화를 못 참는다는 것은 불이 폭발하는 것이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이죠. 비유하자면 불 위의 냄비가 뚜껑이 열려 펄펄 끓는 물이 이리저리 튀어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이런 통제불가능한 냄비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그 냄비를 좋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을 다치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이 냄비의 입장에서도 본인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닙니다. 자신도 쌘 화력 때문에 끓고 있는 것이라 통제가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미안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불가항력한 자연재해 같은 일이기에 억울하기도 하죠.
그러나 아무리 억울해도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은 안타깝게도 화낸 사람 즉, 당신에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낸 사람과 당한 사람 모두에게 불가항력인 이 자연재해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합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겠죠?
법우님이 지금 이 질문을 하셨다는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목마르다는 표시일 테니까요! 그런가요? 대답을 제가 듣고 나서 말을 이어나가면 너무 늦을 테니 그냥 그렇다는 전제로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좀 더 직접적인 말들을 해보겠습니다. 화를 다스리는 일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붓다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화를 참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고행이다."
붓다의 말씀은 제 경험상 항상 옳았으니 법우님은 이제 각오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화라고 하는 이 재앙을 해결한 영웅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평화의 문을 열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화를 해결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통제불가능한 이 화라는 놈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길들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말인 이 화를 길들이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화》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화가 풀리면 인생이 풀린다."
중간정리를 해볼까요? 화를 다스리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 화를 길들인다면 당신의 인생을 위협하는 시한폭탄 하나를 제거하게 됩니다. 평화의 문이 열리는 것이죠. 이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냄비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냄비가 자주 열린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했듯 화력이 쌔면 뚜껑이 쉽게 열립니다. 그런데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만약 냄비 자체가 작으면 같은 화력에서도 금방 냄비 뚜껑이 열립니다. 그러니 해결하는 방법 역시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화력을 줄이는 방법과 냄비를 키우는 방법인데 이 둘의 방향성은 완벽하게 다릅니다. 화력이란 화가 나게 만드는 상황인데 이것은 바깥의 원인이죠. 하지만 냄비의 용량은 자신의 내공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내적인 원인입니다.
지금까지 화가 폭발했을 때 주변을 원망했다면 이것은 바깥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이 방향성으로는 결코 화를 다스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상황이 만들어지는 복잡다단한 조건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 방향을 향한 노력의 끝에는 절망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말 그대로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이 방향성을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냄비의 용량을 늘리기로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내공이 늘어나면 웬만한 상황에서도 쉽게 흥분하지 않게 됩니다. 흥분하지 않고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면 후회할 선택을 덜하게 됩니다. 차분하고 지혜로워지는 것이죠. 사실 냄비의 용량이 늘어났을 때 생기는 이익을 설명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늘어나는 양만큼 분명히 더욱 행복해지니까요.
그런데 이 냄비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결정적인 단점이 한 가지 존재합니다. 이 전략은 즉각적인 효능이 나타나기보다는 장기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현대인들이 이 전략을 잘 선택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그렇기에 반드시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전략을 병행해야 합니다.
이 즉각적인 방법은 일종의 꼼수에 해당합니다. 끓는 냄비의 뚜껑을 잠깐 열어준다든지, 부채질을 해서 불의 화력을 줄이는 등의 방법인데 이 방법은 분명히 폭발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막아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두 가지 수행을 모두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하시길 권합니다.
즉각적인 방법은 깊은 호흡을 활용합니다.
화가 났을 때 심호흡을 세 번 해보세요.
깊은 호흡을 통해 몸 안의 들끓는 뜨거운 공기를 뱉어내시고,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흡수하세요. 이러한 심호흡 세 번을 3세트 해보세요. 이렇게만 하셔도 웬만한 들끓는 상황에서 폭발하지 않고 버티실 수 있을 거예요.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일상에서도 이 깊은 호흡을 연습하세요. 지금까지 화가 폭발하는 상황이 많았다면 이미 법우님의 내면에는 더운 공기가 많은 거예요. 그 화기를 평소에도 좀 빼내줄 필요가 있어요.
일상에서 깊은 호흡을 수행하는 방법을 하나 제안할게요. 법우님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올 때마다 통화를 시작하기 전에 한 번의 깊은 호흡을 하는 거예요. 이 방법을 실천하시면 화기를 내뱉어내는데 익숙해지게 되는데 이 사소해 보이는 일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기적과도 같을 거예요. 기억하시죠? “화가 풀리면 인생이 풀린다."
화가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의 심호흡 세 번, 전화받기 전 심호흡 한 번. 혹시 이 방법이 너무 단순해 보이나요? 본래 대개의 정답은 단순해 보인답니다. 그러니 실천해 보세요.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장기적 전략을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글에서는 제가 장기적 전략은 언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법우님을 몰라서 장기적인 수행 전략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 장기적인 수행에 대한 것은 법우님의 멘토에게 위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방법에 대한 조언은 이제 끝났기 때문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수행인 분노 조절에 도전하시는 법우님을 찬탄합니다. 이 길은 평화의 문을 여는 지름길임을 분명히 기억하시고 치열하게 정진하셔서 지금 당장 조금 더 행복해지시길 기원합니다. 또한 멈추지 마시고 정진하셔서 화라는 미친 말을 완전히 길들이셔서 진정한 평화를 향기가 나는 법우님이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글 : 칼럼니스트 원빈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