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칼럼

이 '화'를 어쩌면 좋을까요?

원빈 스님의 청춘 고민 상담소

by 인터파크 북DB

20160217175844462.jpg



요즘 화를 너무 자주 냅니다. 일하다가 상대가 조금만 잘못을 하면 좋게 얘기하지 못하고 크게 화를 내곤 해요. 그리고 돌아서서 화를 참지 못한 것에 대해 금세 후회합니다. 그 사람이 잘못을 했어도 너무 크게 화낸 것은 아닌가 싶어 계속 눈치를 보게 되고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자괴감까지 들어요. 이 화를 어쩌면 좋을까요?



화를 다스리면 평화의 문이 열립니다.
평화의 문을 열고자 하는 법우님을 환영합니다.



한자로 화는 ‘불’이라는 뜻입니다. 화를 못 참는다는 것은 불이 폭발하는 것이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이죠. 비유하자면 불 위의 냄비가 뚜껑이 열려 펄펄 끓는 물이 이리저리 튀어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이런 통제불가능한 냄비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그 냄비를 좋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을 다치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이 냄비의 입장에서도 본인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닙니다. 자신도 쌘 화력 때문에 끓고 있는 것이라 통제가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미안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불가항력한 자연재해 같은 일이기에 억울하기도 하죠.



그러나 아무리 억울해도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은 안타깝게도 화낸 사람 즉, 당신에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낸 사람과 당한 사람 모두에게 불가항력인 이 자연재해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합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겠죠?



법우님이 지금 이 질문을 하셨다는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목마르다는 표시일 테니까요! 그런가요? 대답을 제가 듣고 나서 말을 이어나가면 너무 늦을 테니 그냥 그렇다는 전제로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좀 더 직접적인 말들을 해보겠습니다. 화를 다스리는 일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붓다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화를 참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고행이다."



붓다의 말씀은 제 경험상 항상 옳았으니 법우님은 이제 각오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화라고 하는 이 재앙을 해결한 영웅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평화의 문을 열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화를 해결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통제불가능한 이 화라는 놈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길들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말인 이 화를 길들이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화》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화가 풀리면 인생이 풀린다."



중간정리를 해볼까요? 화를 다스리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 화를 길들인다면 당신의 인생을 위협하는 시한폭탄 하나를 제거하게 됩니다. 평화의 문이 열리는 것이죠. 이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냄비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냄비가 자주 열린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했듯 화력이 쌔면 뚜껑이 쉽게 열립니다. 그런데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만약 냄비 자체가 작으면 같은 화력에서도 금방 냄비 뚜껑이 열립니다. 그러니 해결하는 방법 역시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화력을 줄이는 방법과 냄비를 키우는 방법인데 이 둘의 방향성은 완벽하게 다릅니다. 화력이란 화가 나게 만드는 상황인데 이것은 바깥의 원인이죠. 하지만 냄비의 용량은 자신의 내공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내적인 원인입니다.



지금까지 화가 폭발했을 때 주변을 원망했다면 이것은 바깥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이 방향성으로는 결코 화를 다스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상황이 만들어지는 복잡다단한 조건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 방향을 향한 노력의 끝에는 절망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말 그대로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이 방향성을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냄비의 용량을 늘리기로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내공이 늘어나면 웬만한 상황에서도 쉽게 흥분하지 않게 됩니다. 흥분하지 않고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면 후회할 선택을 덜하게 됩니다. 차분하고 지혜로워지는 것이죠. 사실 냄비의 용량이 늘어났을 때 생기는 이익을 설명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늘어나는 양만큼 분명히 더욱 행복해지니까요.



그런데 이 냄비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결정적인 단점이 한 가지 존재합니다. 이 전략은 즉각적인 효능이 나타나기보다는 장기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현대인들이 이 전략을 잘 선택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그렇기에 반드시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전략을 병행해야 합니다.



이 즉각적인 방법은 일종의 꼼수에 해당합니다. 끓는 냄비의 뚜껑을 잠깐 열어준다든지, 부채질을 해서 불의 화력을 줄이는 등의 방법인데 이 방법은 분명히 폭발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막아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두 가지 수행을 모두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하시길 권합니다.



즉각적인 방법은 깊은 호흡을 활용합니다.
화가 났을 때 심호흡을 세 번 해보세요.



깊은 호흡을 통해 몸 안의 들끓는 뜨거운 공기를 뱉어내시고,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흡수하세요. 이러한 심호흡 세 번을 3세트 해보세요. 이렇게만 하셔도 웬만한 들끓는 상황에서 폭발하지 않고 버티실 수 있을 거예요.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일상에서도 이 깊은 호흡을 연습하세요. 지금까지 화가 폭발하는 상황이 많았다면 이미 법우님의 내면에는 더운 공기가 많은 거예요. 그 화기를 평소에도 좀 빼내줄 필요가 있어요.



일상에서 깊은 호흡을 수행하는 방법을 하나 제안할게요. 법우님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올 때마다 통화를 시작하기 전에 한 번의 깊은 호흡을 하는 거예요. 이 방법을 실천하시면 화기를 내뱉어내는데 익숙해지게 되는데 이 사소해 보이는 일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기적과도 같을 거예요. 기억하시죠? “화가 풀리면 인생이 풀린다."



화가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의 심호흡 세 번, 전화받기 전 심호흡 한 번. 혹시 이 방법이 너무 단순해 보이나요? 본래 대개의 정답은 단순해 보인답니다. 그러니 실천해 보세요.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장기적 전략을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글에서는 제가 장기적 전략은 언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법우님을 몰라서 장기적인 수행 전략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 장기적인 수행에 대한 것은 법우님의 멘토에게 위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방법에 대한 조언은 이제 끝났기 때문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수행인 분노 조절에 도전하시는 법우님을 찬탄합니다. 이 길은 평화의 문을 여는 지름길임을 분명히 기억하시고 치열하게 정진하셔서 지금 당장 조금 더 행복해지시길 기원합니다. 또한 멈추지 마시고 정진하셔서 화라는 미친 말을 완전히 길들이셔서 진정한 평화를 향기가 나는 법우님이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글 : 칼럼니스트 원빈 스님



20151103142230386.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멘토] 여러분에겐 몇 명의 '멘토르'가 있나요